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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덕 시인(2020년 여름호제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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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768회 작성일 20-08-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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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199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끝을 찾아서』, 『한밤의 못질』, 『오래된 약』,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단단함에 대하여』, 『짐작의 우주』 등과 저서 『사이버 시대의 시적 현실과 상상력』 등. 현재 계간 《아라문학》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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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의 우주宇宙



여름밤 하루살이는
제 새끼의 날갯짓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때의 별빛 한없이 쏟아지는 지금의 창가.


줄기 끝마다 한창인 고추 흰 꽃들이
붉은 고추를 보지 못하듯,
냇가 맑은 조약돌마저 제 모래 위에
한나절 해바라기 할 수 없듯이,
나는 언제나 그대 뒤를 보지 못한다.


여기와 저기,
그때와 지금,
우주宇宙는 온통 사건들로 메워지지만
재빠른 그대 칼날은 내 옆구리를 비껴가고
내 언어의 그물은 바람의 뒤축만 포획捕獲할 뿐


여름밤 청개구리들은
제 새끼들의 연못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지금 절정의 별빛 그때의 보석이 아니듯이.


나는 그대의 그림자에 뒤엉키고
발목이 시려
또 하나의 사건으로 절름댔을 뿐,
그대는 항상 내 배면背面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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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약



비 오다 잠깐 갠 틈
책장 사이 수북한 먼지를 털자
어디다 쓰는지 알 수 없는
알약 몇 개 떨어진다.


언제,
어디가 아팠던가? 무심한
손길이 쓰레기통 뚜껑을 열자
스멀대며 퍼지는 통증 한줄기.


약은 몸에 버려야 제격
마른침으로 헌 약을 삼켜버린다.
그 약에 맞춰 몸쓸 병이나 키우면
또 한 계절이 붉게 스러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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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덕, 나는 가끔 그에게서 붉은 울음을 본다


전화벨이 울리고, 누나…라고 그가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진짜 그의 혈족이 되어서 이것저것을 묻는다. 그리고 전화를 마칠 때쯤에는 어김없이 괜찮아? 라고 말의 꼬리를 올려서 재차 그의 안부를 확인한다. 목소리… 거침없이 어미를 흐려버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지독한 자유인의 방황을 읽어내곤 한다. 분명히 앞을 향해 걸어오는데, 그의 뒷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싶었는데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이상한 경험. 그는 아마 나에게 가장 비현실의 자리에서 가장 뜨거운 무엇을 경험하게 하는 시의 불가능일지도 모르겠다. 간이 아프면 울증이 오고 슬픔이 깊으면 폐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시인은 간이 아픈 걸까. 폐가 나쁜 걸까. 가장 외로운 시간에 울증과 슬픔이 범벅이 되어 생생하게 피어나는 꽃, 시! 그에게 시는 살아서 유일하게 건너가고 싶은 이생의 황홀이 아닐까. 백인덕, 나는 가끔 그에게서 붉은 울음을 본다.손현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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