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도서
남태식 시집 '돌이나 물이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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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49
돌이나 물이나 그런
인쇄 2023. 6. 25 발행 2023 6. 30
지은이 남태식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부평테크노파크M2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999@naver.com
ISBN-978-89-6412-185-6 03810
값 15,000원
1. 저자
남태식 시인은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망상가들의 마을’, ‘상처를 만지다’가 있다. 리토피아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계간 ‘리토피아’ 편집위원이며 리토피아문학회원, 막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 시인의 말
발견하는 언어
배제의 언어가 있다.
삭제의 언어가 있다.
낯익으나 낯선, 가까이 있으나 먼,
추앙하나 존중하지 않는,
뭉뚱그리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는,
딱 여기까지! 선을 긋는.
발견해야 하는 언어가 있다.
복원해야 하는 언어가 있다.
안 된다면 발명이라도 해야 하는 언어가 있다.
배제와 삭제가 멀지 않듯이
발견과 발명도 멀지는 않다.
신화와 과학이 가까이 있듯이
운동도 운동 가까이에 있다.
권력의 언어는 촘촘하다.
은퇴 4년째, 2023년 봄.
남태식
3. 목차
차례
제1부 소사小史
호주戶主 15
줄장미 17
사정들 19
선보다 22
소사小史 24
아침을 거르다 30
너 먹던 대로 31
청구를 받다 33
경대鏡臺를 앞에 놓고 35
틈을 주지 않고 39
반사적으로 41
박은옥 43
잘 부탁하네 49
그제서야 보이는 53
증거불충분 54
생존기 56
생존기·2 59
노약자석 61
제2부 이튿날 새벽
오늘은 좋은 날 69
아나 DDONG! 71
(으르렁! 으르렁!) 꽃이 피고 74
이튿날 새벽 76
돌이나 물이나 그런 78
골든타임 81
‘라떼에는’ 하는 당신에게 83
1식 3찬 85
꿈을 연장하다 88
싹 난 감자 91
사랑초 94
바람 불 때 홀로 길 96
사랑 98
이슬의 의미―민들레교회 북산 최완택 목사님을 추모하며100
제3부 위드 코로나
선언에게 105
파탄에게 107
파탄 이후 110
편먹다 112
다이어트 전도사 117
비루S·1 119
비루S·2 125
한파 131
맹수 133
탈출 136
몰골 138
문 139
손들 140
위드 코로나 141
이팝꽃 진다 143
이만치 저만치 144
제4부 기면嗜眠
기면嗜眠, 진료의자에 들다 151
기면嗜眠, 식곤증食困症에 들다 153
기면嗜眠, 자가운전에 들다 155
기면嗜眠, 종점에 들다 156
기면嗜眠, 잠구렁에 들다 157
기면嗜眠, 몽유夢遊에 들다 159
기면嗜眠, 낮잠에 들다 160
기면嗜眠, 연민에 들다 162
기면嗜眠, 잠실에 들다 163
기면嗜眠, 곳집에 들다 165
기면嗜眠, 시험에 들다 167
기면嗜眠, 봄잠에 들다 169
재현된 우연 170
화양연화花樣年華 175
오늘의 비 177
Sea-topia 구만리 178
제5부 광주
꺅꺅 185
착각 187
1980년 8월 1 189
빈혈을 일으킨 말의 하소연 191
앉으면 살고 서면 죽고 194
이 저녁 197
겨울이야기 199
바보야 201
그대는 희망 203
바다로 머무르라 204
그리도 피 흘리고서도 206
1981년의 진달래꽃 207
1980년 8월 2 208
하늘아 210
살아 있었구나 212
아니야 213
진달래꽃 먹고 217
또 봄을 맞으며 218
개구리 219
진달래 222
바람 224
광주 225
|해설| 손현숙 나선으로 걷는 자의 흰, 욕망 227
—남태식 시의 특질
4. 평가
한 밤을 자고 나면 이번생이고. 또 한 잠을 자고 나면 다음다음생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잠, 한 잠, 그 짧은 순간에 우리는 새끼 낳고 또 새끼 낳고 살고 죽으면서 한 생을 살다가 돌아가는 것이다. 위의 시에서 화자는 그렇게 이번생은 자다가 깨다가 하면서 살아온 생이라고 발화한다. 그것은 자는 것과 깨어있는 것을 등가의 원칙 아래 두면서 자는 것도 삶이고 깨는 것도 삶이라 언표한다. 아주 즐겁거나 싫지만은 않은 생, “꾸벅꾸벅”의 발화는 1갑자를 돌아서 겨우 다시 찾은 이번 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장이 숨겨져 있다. 그렇게 지난하게 다시 찾아온 이번 생. 복받치면서, 알아차리면서, 다시 오늘을 살아간다. 자는 듯이, 꿈꾸는 듯이 연민에 들면서 다시 또 그 너머, 너머를 향해 가는 당신이나 나나 시인이나 모두 고단한 생이다. 손현숙 시인의 해설에서
5. 작품
호주戶主
남편이 죽었을 때
여자는
가족들을 건사하는
유일한 부양자였지만
호주는
미성년자인
아들에게로 넘어갔다.
그때는
그것이 법이었다.
여자는 죽어서
새집을 마련하고
단독 일가를 이루었다.
오래전 떠난 남편이
예고 없이
새집의 한 귀퉁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새 일가의
호주가
결정되었다.
호주는
남편이었다.
여자는
죽어서도
호주가 못 되었다.
줄장미
하숙하는 인부들
찬거리 사러
오일장 갔다가
여자는 금세
되돌아왔다.
장터 들머리에서
줄장미를
만났다.
담벼락을 잡고
쭉쭉 뻗어
한 철
마당을
환하게 밝힐
줄장미
꽃,
붉은!
장 볼 돈
톡 털어서
다 떨었다.
사 온 줄장미
여러 그루
담장 아래
대충
널찍
심어놓고
여자는 다시
장 보러 갔다.
사정들
남편이 죽자
쌀독이 비었다.
여자는 방 몇을 비우고
하숙을 쳤다.
7번 국도 공사
하청업체에
마당을 빌려줬더니
가건물을 짓고
함바를 열었다.
1차 공사가 끝나자
인부들이 줄었고
함바는 장사를 접었다.
남은 인부들이 사정해서
여자는 몇 달
밥 손님을 받았다.
밥 먹던 인부들이 떠나고
이어서 들어온 인부들이
같은 사정을 했다.
망연자실하여
쌀 꾸러 간 적이
몇 해 전이었고
막내는 고등학생이었다.
책상물림인 넷째가
대학을 포기하고 그 기간
자유롭게 살겠다고 해서
애써 내막을 더 묻지 않고
그러라고 한 뒤였다.
당장 한 푼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그 여러
돈 쓰고 벌 사정을
다 밀어내었다.
“올해는 운이 좋아
쓰고 남을 만큼
벌었네요.
내년에 오신다면
그때는 해드릴게요.”
선보다
이슬 걷히기 전이었는데
한 삼십 리쯤
능선들을 넘고
방둑과 신작로를
싸게 걸어
산길을 올라
몇 동네를 지나쳐
이르렀더니
해가 중천이었다.
길에서 훤한 마당에
젊은 사내들 여럿
놀고 있었다.
여자는
짚가리 뒤에
몸을 숨기고
같이 간 이에게
그 댁이 어디냐
물어보라 일렀다.
한 사내가 우리집인데요
하고 나서는데
키가 훤칠하고
인상이 나쁘잖았다.
양가 두 어른이
술자리에서
얼굴도 본 적 없는 이와
정혼을 했다길래
몇 날을 속 끓이다가
나선 길이었다.
그때 나이 스무 살
여자는 돌아와 두말없이
혼인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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