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도서
김용균 시집 '경계를 경계하다'(리토피아포에지171)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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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70
경계를 경계하다
인쇄 2025. 10. 25 발행 2025. 10. 30
지은이 김용균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부평테크노파크M2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999@naver.com
ISBN-978-89-6412-212-9 03810
값 14,000원
1. 저자
김용균金龍均 시인은 서울법대를 나와 30년 가까 이 판사로서 줄곧 한길을 걷다가 서울행정법원 장, 서울가정법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후,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변호사로 일해오고 있다. 민간봉사단체인 ‘연탄은행’의 홍보대사, ‘사단법인 정’의 이사장과 ‘대한적십자사’의 법률 고문 등을 맡아 여러 공익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저서로는 독립운동 연구서인 '불꽃으로 살고 별 빛이 되다'(1, 2, 3권)와 에세이집인 '숲길에서 부친 편지', '소중한 인연', '카멜리아 스토리', '남성 남성인 이야기' 등이 있고, 시집으로 '낙타의 눈', '능수벚꽃 아래서', '잡초에 대한 군말', '가슴의 언어'가 있다.

2. 자서
시인의 말
모두가 빼앗긴 나라를 등지던
그때 그 비상한 변절의 시대를
님은 오직 사랑의 밀어로 노래했는데,
100년이나 흘러 또 비상한 시대
남부끄러운 줄도 아예 모르고
위선의 애국들이 설치는 시대를 맞아,
님을 흠모하여 기룬답시고
순전히 분노의 언어로만 써서 강물에 띄운
나의 시들은 막막한 어둠 속을 표류했으나,
그래도 늘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꺼질 듯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작은 빛들,
어김없이 그 빛들이 또 세상을 밝혀
다행히 평온을 되찾은 물속에서
혼줄 빠진 시들을 하나씩 건져 올려
고이 닦고 다독거리다가,
차라리 흐르는 잔물결 위에 새로 쓰고
벅찬 가슴으로 노래하노니,
비상한 때일수록 비상하게 힘 솟는
위대한 민초들의 나라여!
2025년 가을
김용균
3. 목차
차례
시인의 말 05
제1부
한결같아야 존귀하다 13
하얀 잠 15
지독지정舐犢之情 16
연꽃 사랑 17
하얀 나비 18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꽃 19
사랑의 단맛 20
맴이 거시기혀서 21
진즉 그랬더라면 22
헤어짐에 대하여 23
어느 산책길의 독백 24
입춘 산행 26
진짜 제 색깔 27
단풍꽃 29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며 30
경계를 경계하다 32
눈이 내리면 34
소금의 우주 35
개밥바라기별 37
이별보다 더 아픈 38
늘그막 눈물 40
아침 식탁에서 42
그믐달 43
제2부
검은 눈의 서사敍事 47
백성의 눈물 48
아수라장 50
영욕榮辱 51
개미 떼 행렬 52
연鳶 54
오랑캐꽃 56
눈꽃 전사들을 위한 찬가 58
봄이 오는 길 60
부끄러운 이야기 62
태극기 유감遺憾 64
우두머리 66
형님과 홍어 67
화병火病 69
웃프다는 말 71
대모산 까마귀 떼 73
시답지 않은 시 75
열사를 기리며 77
사람이 죽었잖아요 82
능소화凌霄花 84
법복을 벗고 나서 86
무궁화백리길을 지나며 88
님의 침묵 속에서 90
제3부
꽃 핀 날 95
엄마 녹차 96
흐르는 것들 97
사이시옷 98
AI 때문에 99
하나뿐인 지기 101
제주 여행길에서 103
밤꽃 향기 로맨스 104
그림 밖 단오풍정端午風情 106
꽃집 앞에서 107
기적의 비밀 109
건지산에 가면 그가 있다 111
새들의 새벽 수다 113
꽃보라 114
오그르르 115
산수유 피는 까닭 116
또 꽃이 피는데 117
안갯속 풍경 118
비 온 뒤 폭포 120
야성野性의 땅 121
그 섬에 가다 123
미륵사지 다녀온 날 124
바람은 바람둥이 125
제4부
낙목落木 129
겨울강에서 130
돼지 잡는 날 132
착란식着卵式 133
꽃게 사러 갔다가 134
내 친구 136
바람타령 137
평생지기 138
시월이 오면 140
포옹 142
산사에 머물다 143
사랑의 진수眞髓 145
다듬이 소리 147
장독대 사랑 148
어머니 생각 149
그대 기다림 150
시인 말고 신 151
그나마 다행 152
화분을 옮기다가 153
성묫길에서 154
괜찮아 156
격세유전隔世遺傳 158
눈물꽃 159
자연의 느낌? 160
슬리퍼 두 켤레 161
읽는 이에게 부치는 글 시와 사랑의 강물, 그 유장함이여! 163
4. 평가
‘시인의 말’에서도 암시했듯이, 올해는 가장 기개 넘치는 독립운동가요, 저항과 구도의 시인으로 유명한 만해萬海 한용운 선생이 한국문학사 최대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집 '님의 침묵'을 탈고하신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님의 침묵'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그에 항거한 3·1혁명의 불꽃이 사위면서 수많은 민족지사들이 변절해가던 비상한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졸지에 터진 내란 사태의 수습을 놓고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하는 또 다른 국면의 비상한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위대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일찍이 “인간이 성취하고 창조하는 모든 것의 뿌리는 시와 사랑의 강물에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우리 모두 간절히 염원하는 조국통일과 국민통합의 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만해 선생의 나라 사랑의 절절한 시혼詩魂이 유장한 강물처럼 면면히 흘러내려, 분단되고 분열하는 이 나라 이 땅에 통일과 통합의 국혼國魂으로 아름답게 승화하기를 함께 기도하고 싶습니다.
5. 작품
한결같아야 존귀하다
인동초는 걸리는 것마다
시곗바늘 쪽으로 감고 오른다
모진 가뭄에도, 비바람 몰아쳐도
언제나 그 방향이다
평생 길을 바꾸지 않으니
스스로 존엄할 뿐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모두 한쪽으로만 뻗쳐 나간다
가시수풀 속에서도, 벼랑에 붙어서도
어디서나 그 방향이다
그래서 한데 심으면 얽히고설켜
비록 갈등하긴 하지만
가는 길 바뀔 리 없으니
서로를 존중할 밖에
시류 따라, 이해 따라
사람들만 쉬이 길을 바꾼다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아야 존귀하다는 것을
모르는지, 모르는 척하는지
하얀 잠
누구나 나비잠으로 시작하여
쪽잠, 말뚝잠, 멍석잠, 새우잠, 노루잠 따위
그리고 더러는 길 위의 한뎃잠까지
제각기 다른 밤을 새우며 살아가지만,
누구든 백수가 되고 백발이 되면
필경 하얀 잠을 자게 된다 했던가.
뒤척이며 지쳐가는 밤의 머리맡에는
온갖 상념들이 마치 백설처럼
소리 없이 쌓였다가 스러지는 탓일 터,
바다 건너 사는 늙은 친구가
한밤중에 가슴 속이 하얘지도록
가물거리는 모국어의 시집을 읽다가
더듬더듬 보내온 휴대폰 메시지에는
떠나온 얼굴들이 자꾸만 어른거려
그나마 하얀 잠조차 잊었다는데,
홀로 잠들지 못하는 외로운 밤이란
저 올올고봉兀兀高峯의 만년설처럼
쌓이고 쌓여 아예 스러질 줄 모르는
얼마나 맹독한 그리움인가.
지독지정舐犢之情*
고등학교 들어간 해 봄이었던가
제 어미 곁에 노상 붙어 지내다
내 학비 때문에 장에 팔려가게 된
난 지 겨우 두 달도 안 된 송아지
때 이른 이별을 어찌 예감했을까
애달피 혀로 핥아주던 송아지가
솜리 장날에 산고개 넘어간 뒤로
여물 한입 목에 못 넘기던 어미소
벚꽃잎 울안에 꽃비로 내렸던가
새 울음 잦아든 밤이 이슥하도록
외양간에 어미소의 가쁜 숨소리
방안에도 잠 못 드는 잔기침 소리
* ‘어미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사랑’이란 뜻으로, 자식에 대한 어버이의 지극한 사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연꽃 사랑
그대 나를 만났다 마오
곁에 다가가면 몽롱하여 안 들리는
멀리 떨어져서야 은은히 들려오는
그 향기 그 꽃내음
삽시간의 황홀 뒤에
마음 휑하니 돌아섰는데
마음 먹먹해져 왔는데
그대 행여 나를 만났다 마오
그대 우리 헤어졌다 마오
똑바로 바라보면 눈부셔 안 보이는
아예 눈 감고 있어야 환히 보이는
그 자태 그 꽃모습
송두리째 넋을 뺏겨
마음 못 떠나고 있는데
마음 붙들려 있는데
그대 행여 우리 헤어졌다 마오
하얀 나비
점심나절의 강둑 산책길에
외딴 고목 옆을 지날 때마다
옹색한 나무그늘에 앉아
어깨 맞댄 사시랑이 부부
멀찍이 바라보면 좀 짠하긴 해도
눈에 띄지 않는 날에는
오명가명 은근히 기다려지던
살가운 연민과 연민
오늘따라 갈바람 좋은 날
오랜만에 할머니만 나와 계신데
머리 위에 앉아 졸고 있는
하얀 나비 한 마리
유유한 시월의 앞 강물처럼
잔물결 이는 가슴 부여안고
영원 속을 흐르며
말 없는 영혼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꽃
히말라야 산정의 눈 속에 핀 푸른양귀비도
천년 묵은 씨앗에서 피어났다는 아라홍연도
다 아니라면
깊은 병 앓는 창가의 소녀를 향해
포도의 균열을 뚫고 나와 손짓하는 흰민들레꽃도
절벽 위에서 뛰어내리려던 청년의 눈에 비친
절벽 끝에 아슬아슬 매달린 핏빛 동백꽃도
모두 다 아니라면
벌바람만 가슴에 안고 홀로 살아온 늙은 아낙이
마른 눈물로 고이 가꾸어 얻은 꽃
언제든 하늘이 부르면 당장 떠날 거라고
떠난 자리 지켜줄 사진 한 장 찍겠노라고
깃털 같은 몸을 살포시 기댄
환한 웃음 닮은 꽃
함박꽃이라면
사랑의 단맛
사랑의 단맛에 도취하면
필경 모든 맛을 잃게 되거니
되도록 삼가면서 내주어야
지극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
그래서 간절한 사랑이란
유량有量이 무량無量
사랑의 쓴맛에 무너지면
속절없이 미혹되어 괴롭나니
덤덤하게 집착하지 말아야
금세 마음 다시 열리게 되는
그래서 강고한 사랑이란
무정無情이 유정有情
맴*이 거시기혀서
꼭 헐 말이 있고만 왜 이런당가요
내동 암시랑토* 안 혔는디 입도 띠기 전부터
으찌 이러크롬 가심*이 벌렁거리고
쌔바닥*은 얼음뎅이맹키로 굳는지 몰러
구신이 곡허다 말고 지한테 씨웠당게요
이 시상으서 질로* 불쌍헌 것이
아퍼도 말 못허는 짐승이라고들 허지만
속이 바싹 타들어감서도 멀쩡한 지 입 갖고
똑뿌러진 말 한마디 씨언허니* 못허는
요 짜잔헌* 놈보담도 더 불쌍허것능가요
도대체 허고자픈 말이 머시냐고요
앗따 다 암시롱* 긍게 고걸 꼭 말로 히얀대요
물 올른 낭구* 우에 새들은 울어싸코
먼 놈의 날씨한질라* 이르케도 존지
참말로 맴이 거시기혀서 요걸 으찌얀대요
* 차례대로 ‘마음’, ‘아무렇지도’, ‘가슴’, ‘혓바닥’, ‘제일로’, ‘시원하게’, ‘못난’, ‘알면서’, ‘나무’, ‘날씨조차’를 뜻하는 전북지방 방언임.
진즉 그랬더라면
큰스님의 시집을 들추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 노래뿐이네.
나날이 새로웠을 높은 마음자리에도
죽음은 그렇게 가까운 것이거늘
그날이 그날 같은 뱁새 주제에
천년학의 꿈속을 헤매이고 다녔네.
떠나보내는 아픔에 줄창 흔들리면서도
내가 정작 떠날 운명이라고는
털끝 생각도 없이 살아왔었네.
날마다 불이문 넘나드신 큰스님을
진즉에 마음속에 모셨더라면,
거꾸로 매달아도 사는 게 낫다는데
생사일여라는 구름 잡는 말 걷어치우고
죽음이 속수무책으로 다가오는 실상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았더라면,
어디로 갈지 몰라 허둥거렸던
숱한 갈림길의 길목에서마다
그 뻔한 이치 하나만 떠올렸더라면,
헤어짐에 대하여
기다리는 날은 더디게 오느니
딱히 언제라고 정하진 말고
이담에 또 보자고만 약속할까요
오래 지나 약속마저 잊히더라도
마음 행여라도 아프진 말게
모든 날들은 기어이 다가오느니
굳이 어느 한날로 잡을 거라면
먼 훗날의 만남으로 약속할까요
덧없는 세월 뒤에 그날이 오면
털끝 미운 정도 씻어버리게
만나고 헤어짐이 따로 없느니
잊은 듯이 잊힌 듯이 견딜 거라고
태연스럽게 서로 다짐해 봐요
언젠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거든
무심한 인생사 섭섭지 않게
어느 산책길의 독백
스마트한 로데오거리를 왁자지껄 지나가는
젊은 그대들이 낡은 옷을 입을 리 없고
멀쩡한 옷도 일부러 찢어 입는가
숭숭 뚫린 구멍으로 아까운 혈기 새나갈까
괜한 걱정이 없지 않으나
닳고 해어져 낡아빠진 것처럼
오랜 세월을 그럴 듯이 꾸민 모양도
딴은 제법 편해 보이긴 하네그려
그런데 그렇게 오래되어 편해지는 게
어디 비단 옷뿐이겠는가
사대육신 오장육부 번쩍번쩍하던 몸이
산전수전 별별 고생 다 겪고 나면
성한 데라곤 없는 고물딱지가 되고
필경 스스로 낯설어지기까지 하지만
웬걸, 참 신기한 노릇이지
덜덜거리고 삐걱삐걱하면서도
오히려 갈수록 편해지는 느낌이라니
다닥다닥 붙어있던 욕심이며 집착들이
죄 녹슬어 바스러진 자리에
무슨 윤활유라도 도는 까닭일까
행여 늙은 몸뚱이라고 딱한 눈길은 사양하겠네
나선 김에 자늑자늑한 물소리 들으며
쪽빛 하늘의 낮달이나 따라가다가
예전의 강변길을 반절도 못 걷고 돌아올망정
아픈 다리 아프지 않을 만큼 걸어서
편안한 풍경 한 점 속으로 깃들인다면
굼뜬 어정걸음인들 어떻겠는가
암튼 오늘 날씨 한번 조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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