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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포토에세이 '풍경'(풍경과 문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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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6-06-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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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문장ㆍ01

풍경


인쇄 2026.06.05 발행 2026.06.10

지은이 안성덕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부평테크노파크M2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218-1 03810

값 20,000원



1.약력

안성덕 시인은 전북 정읍 출생.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몸 붓』, 『달달한 쓴맛』, 『깜깜』 디카 에세이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가 있음. 김구용시문학상 외 수상. 계간 아라쇼츠 주간.



2. 자서

어제 같은 오늘을 산다. 우리는 또 오늘 같은 내일을 살 것이 분명하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AI가 세상을 바꾼다고 호들갑이지만 대개 그저 무딘 일상을 견딜 뿐이다.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핑계로 세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한다. 세상 속에 살아가지만 실은 세상과 격리된 채 통증만 감각 할 뿐이다. 


한 장 사진과 원고지 4, 5장 짧은 글은 곁에 있으나 알지 못하는 세상의 이야기다. 기계적이고 획일적이고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디지털 시대의 현대인들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위로할 것이다. 멈춘 듯 변하고 없는 듯 있는 일상을 호명했다. 뎅그렁 처마 끝에서 울기도 하고 때론 소리 내어 세상을 읊었다. 그리하여 풍경風景은 풍경風磬이요, 풍경諷經이다. 


2026년 봄

안 성 덕



3. 목차

1부 | 뻐꾹새 자로 울고


하늘 · 27Ⅰ4월 · 29Ⅰ그리운 전다방 · 31Ⅰ뻐꾹새 자로 울고 · 33Ⅰ어머니 · 35Ⅰ장미, 그 순수한 모순 · 37Ⅰ이앙기가 툴툴 툴 · 39Ⅰ우체국에 가면 · 41Ⅰ수선화 · 43Ⅰ짬짜면은 없고 · 45Ⅰ한 톨 먼지 · 47Ⅰ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디다 · 49Ⅰ귀로 듣는 향기 · 50Ⅰ전설·1―복사꽃 피던 마을 · 53Ⅰ전설·2―소풍 · 55Ⅰ이팝나무꽃 · 56Ⅰ눈을 감고 귀를 뜨고 · 58Ⅰ앤드 크레딧 · 61Ⅰ내 마음의 꽃밭 · 63Ⅰ오독誤讀 · 65


2부 | 멀수록 향기 더욱 맑아


모악산 · 74Ⅰ금 나와라 뚝딱 · 76Ⅰ수박이 둥근 까닭은 · 78Ⅰ참새와 달팽이 · 80Ⅰ장마 · 82Ⅰ삼기 가는 길 · 84Ⅰ멀수록 향기 더욱 맑아 · 86Ⅰ분수 · 88Ⅰ바보 산수算數 · 90Ⅰ사잇길 · 92Ⅰ두발자전거 · 94Ⅰ앵두 · 96Ⅰ어른 · 98Ⅰ 담쟁이 · 100Ⅰ참과 어둠 · 102Ⅰ부채 · 104Ⅰ놀이터 풍경 · 106Ⅰ모정茅亭, 세월 · 108Ⅰ구월이 오는 소리 · 110



3부 | 모래톱이 자라는 달


소나기 그림자 · 121Ⅰ책방 · 123Ⅰ고향역 · 124Ⅰ안개꽃과 페이지 터너와 · 127Ⅰ선운사 상사화 · 129Ⅰ안개 · 131Ⅰ이정표 · 133Ⅰ호박 달 · 135Ⅰ이발소 · 137Ⅰ아직은 남아 있는 달 · 139Ⅰ꽃밭 · 140Ⅰ현대수퍼마켓 · 143Ⅰ가로수 · 145Ⅰ삼화사진관 · 147Ⅰ맨땅 · 149Ⅰ호모 러너스쿠스 · 151Ⅰ당숙 어른 · 153Ⅰ햅쌀밥 · 155Ⅰ가을의 속도 · 157Ⅰ모래톱이 자라는 달 · 159



4부 | 막 장 아니 첫 장


붕어빵 · 168Ⅰ감 · 170Ⅰ삼양다방 · 172Ⅰ돌아본다는 것 · 174Ⅰ다산 오솔길 · 176Ⅰ걸어 걸어가다 보면 · 178Ⅰ문과 벽 · 180Ⅰ국밥 · 182Ⅰ까치밥 · 184Ⅰ밤 기차 · 186Ⅰ이웃 · 188Ⅰ모닥불 · 190Ⅰ섣달그믐 · 192Ⅰ 귀한 손님 · 194Ⅰ눈 · 196Ⅰ겨울을 건너는 법 · 198Ⅰ막 장 아니 첫 장 · 200Ⅰ짜장면을 먹었습니다 · 202Ⅰ변산바람꽃 · 204




4. 평가

“상처에도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이슬이 내리는 밤에는 나무의 생채기가 더욱 예리”다는 “느티나무”의 상처는 다양한 색과 변화로 드러나며 “치유의 채색”을 입힌다. 즉 상처가 창조의 힘이 되는 것이다. “껍질눈의 평행선은 여전히” 아름다운 “별똥별”로 흐르고, “잎의 모양새와 색상의 선택은 빛의 나눔으로 열리”는 창조의 세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언어의 “농부”인 시인에게 “세상의 상처”는 필연적인 것이다. 이 때 “나무”는 “먼발치서 낙엽을 떨구며 응원”을 한다. 시인에게 자연은 언제나 영감의 원천인 동시에 안식과 위로를 주는 포근한 대지와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화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일상에 지친 그대 나무의 응원 소리 들으러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늘로 오세요.”라고. 예술은 또는 시는 이처럼 응원소리처럼 일상에 지친 독자들에게 자연의 소리, 나무의 소리를 들려주는 크나큰 느티나무 그늘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자연을 가까이 하며 소박한 선비의 자세로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하는 이시백 시인의 시가 더욱 깊고 넓어져서 일상의 삶에 지친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노래가 되길 소망하고 기원한다(시인).



5. 작품

하늘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가로등 위에 새 한 마리 앉아 있었지요.


새해 첫날, 언감생심 멀리 동해바닷가 정동진은 못 가고 아파트 옥상에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다짐에 다짐한 지 어언 백일이 지났네요.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던 이성부 시인의 시구가 틀렸다는 걸 이제야 압니다. 3월 다 가도록 봄이 아니었습니다.


서해 바닷물에, 변산 솔바람에, 눈을 씻고 귀를 헹구려 30번 국도에 갔습니다. 영 봄 같지 않은 봄, 길이 어두운 건 나뿐 아니었나 봅니다. 날아가던 새도 잠시 날개 접고 앞길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하늘이 쨍했습니다. 그저 올려보는 푸름만으로 눈이 맑아졌지요. 뎅그렁 울어주는 내소사 풍경소리에 귀가 트였지요. 생각보다 하늘 품이 참 넓었습니다.      




4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사월의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시절이 변한 걸까요? 목련꽃은 이미 지고 없습니다.


망토도 안 걸친 마술사가 등장했네요. 수런수런 매화 산수유 피었다 진 아직 황량한 세상, 숨겨두었던 가슴속 연초록 보자기를 펼칩니다. 엊그제 봄비에 짙어갑니다. 그의 콧바람에 꽃이란 꽃, 아니 꽃 아닌 꽃조차 피어납니다. 동네 어귀 젊은 까치 부부는 종종걸음입니다. 올봄엔 어느 가지에 세 들까, 식구는 몇이나 늘릴까, 깍 깍 깍 의논이 깊습니다.       


그녀의 실크 스카프보다 보드란 실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예서제서 펑펑, 팝콘 같은 벚꽃입니다. 신명 난 마술사는 이제 빨간 장미꽃을 피워내겠지요. 입에서 담쟁이덩굴을 끝도 없이 뽑아내겠지요. “사월과 오월을 내게 주면 나머지 달은 모두 네게 주겠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습니다.      




그리운 전다방


간판도 없고 상호도 없었지요. 지도에도 안 나오고 이정표도 없었지만, 청춘들은 약속처럼 모여들었지요. 팔달로 변 전주전신전화국 앞 ‘전다방’, 사시사철 붐볐지요. 주인뿐 아니라 마담도 레지도 없고 테이블도 의자도 없었지요. 오거리 신신 악기점에서 샀을까요? 길 건너 홍지 서점에서 샀을까요? 누구는 나나무스꾸리의 엘피판을 들고 있었고, 또 누구는 소월의 시집을 끼고 있었지요. 오래 기다린다고 눈치 안 주고, 커피 안 시켜 미안하지도 않았지요. 


별다방 아니 스타땡땡 카페에 젊은네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날마다 만원입니다. 아마도 길을 놓치지 않으려 이정표를 보는 것일 겁니다. 서너 시간은 기본, 노트북 컴퓨터에 눈을 박고 있습니다. 지름길을 찾는 거겠지요, 밑줄 위에 또 밑줄을 긋고 책장을 넘깁니다. 기약도 없는 답신을 받으려 머나먼 별에 신호를 보내는 거겠지요. 똔 또도똔 또또, 다리를 떨며 뒤꿈치로 모스 부호를 날리고 있습니다. 사장님 눈총을 피하는 걸까요? 다 돌아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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