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도서
단풍/정승렬 시집(리토피아시인선 28)
페이지 정보

본문

리토피아시인선․28
단 풍
초판 1쇄 인쇄 2004년 9월 25일
초판 1쇄 발행 2004년 9월 30일
지은이|정승렬
펴낸이|정기옥
펴낸곳|도서출판 리토피아
ISBN-89-89530-38-5 03810
값 7,000원
1.프로필
정승렬(丁承烈) 시인은 인천에서 출생하였으며,1977년 시문학사 주최 ‘전국대학생시집’에 당선되었고,1979년《시문학》추천완료로 등단했다.인천시예술상과 인천시문화상을 수상했으며,시집으로 『새가 날개를 퍼덕여도 숲은 공간을 주지 않았다』가 있다.현재 만월중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2.차례
3.자서
단풍을 읽는 분에게
○선문답禪問答의 형식을 빌려서 현대시에 적용해 볼 수 없을까 하고 오래 고민해 왔습니다. 선문답이라고 하는 것이 워낙 스님들의 높은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확인하는 방법이라, 속인이 접근하기가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고민을 아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문답에는 분명 시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비록 스님들의 정신 수양 단계를 검증하는 묻고 답하는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고도의 상징과 비유를 내포하고 있어 그 자체가 관념적인 시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같이 줄곧 관념시를 추구해 온 사람에게는 매력 있는 조상들의 유산이라고 아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문답 형식은 취하면서 서민들도 접근하기 쉬운 내용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선시禪詩는 선문답보다도 더 시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그런데도 일반화된 시의 한 장르로 활발하게 활용되지 못한 것은 시로서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나 높은 정신적 관념의 세계를 담고 있어 속인이 접근하기가 힘들고 아울러 시를 쓰는 작가도 불가佛家의 높은 경지에 이른 분들이어야 창작이 가능하고 또 그런 분들의 시라야 가치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선시禪詩야말로 관념시觀念詩의 백미白眉이며, 어찌 보면 관념시 중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념시를 추구해 온 저로서는 이것 역시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려 때의 백운경한선사白雲景閑禪師 이후 불가에서 쓰여진 이 선시를 나름대로 어떻게 현대시와 접목시킬 수는 없을까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형식만을 선시에서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내용은 고승들처럼 고도의 정신세계를 담을 능력은 없어서 그저 내용은 일반 서민들이 쉽게 접근해서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생활을 담아 보려고 했습니다. 가히 어설픈 행동이라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스님을 비롯한 좀더 높은 관념의 세계를 가지신 분들의 질책이 있을까 겁이 나기도 합니다.
○관념시觀念詩는 정신세계를 주로 형상화하는 시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거의 모든 시가 관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그러나 시들 중에는 이런 정신이나 철학이나 사상적인 면보다도 언어적 기교로 감정이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데 주력하는 시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현대시의 주류는 이러한 이미지시, 감각적인 시에 의해 활발하게 이끌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시들은 시의 생명을 언어에 두고 언어의 기교를 상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관념시를 보면 우선 정신세계를 표현한다는 자체가 너무 무겁고 또 시어로서의 신선한 매력도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감각적인 시, 이미지의 시를 감상할 때 언어의 기교를 중심으로 신선한 표현을 찾듯이 관념시를 감상할 때에는 거기에 맞는 감상 방법을 따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그 방법을 저는 ‘사유의 기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가 시를 감상할 때 감각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느끼는 시는 언어적 기교를 통해 참신한 표현들이 돋보일 때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정신적인 감동을 수반한 시에서는 사유의 기교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유의 기교를 고도로 발휘하면 선시와 같이 접근하기 힘든 난해한 시가 되듯이 감각적인 시들도 언어적 기교를 고도로 발휘하면 역시 난해한 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극복해 보려고 거꾸로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단풍은 한여름을 보낸 나뭇잎들 중 일부가 가을의 기온 차에 의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드는 생화학적 현상을 말합니다. 단풍이 물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 기다림과 인내의 끝에서 드디어 성숙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단풍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단풍의 뒤에는 소멸의 단계, 허무의 단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풍에서는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해탈 직전의 긴장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꼭 불가가 아니더라도 어느 종교에서나 또는 어느 삶에서나 마음의 성숙된 모습이 현상으로 나타난다면 단풍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일상을 탈피하는 깨달음의 모습이기도 하고 깨달음에 못미친 안타까운 부끄러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내항문학內港文學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소모임을 통해서 이 작품들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연구하고 비판을 아끼지 않은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만월동산에서 저자
4.수록작품
이 세상을/등지고 떠나는 발걸음이야 오죽하랴//마을을 감돌아/고개위로 사라지는 길//그 고개 끝에 잠시 멈춰 서서/석양처럼/모질었던 마음을 붉게 토해내고 나면//팔랑 팔랑/육신일랑 바람처럼 좀 가벼워질까.//고개 마루 빈 가지에 걸리는 그믐달처럼/가지 끝에 매달리는 쓰린 기억을/지나는 바람결에/명주 색실로 풀어서 날리고 나면//두둥실 두둥실/육신일랑 구름처럼 흘러갈 수 있을까(단풍2)
추천7
- 이전글책으로 태어나는 여자/허금주 시집(리토피아시인선 29) 05.01.10
- 다음글나무로 된 집/이상아 시집(리토피아시인선 27) 05.01.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