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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고/배인환 시집(리토피아선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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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4일 발간 값 7,000원
1.프로필
배인환 시인은 충남 금산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현대시학』으로 데뷔했다. 한국시협, 한국문협대전지회. 대전·충남수필문학회 회원이며, 중등교사, 교육연구사, 교감, 교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길잡이』『외눈안경알』『가장밝은시간』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하늘에서 숲에 비를 뿌리듯』이 있다.
2.차례
제1부 무위도
아내에게․1 43
베란다의 백합 44
전화 46
영원한 이별 47
땅을 파고 묻으며 48
눈물의 강 49
편지 50
무위도 51
영종도 52
마음의 렌즈 54
당신의 유언 55
알 수 없어요 56
혼자 산책을 해요 57
혼자 밥을 먹어요 59
새들과 짐승 60
달력 61
아내에게․2 62
011-784-6250 64
제2부 별이 된 당신
진악산 67
별이 된 당신 69
잠 못 자는 사람 71
시가 된 편지 74
연꽃 75
2002년 9월 16일 77
식장산 가는 길 78
묘에 오는 이 길 80
여섯 분의 어른과 아내 82
그리움 83
갈증 84
비를 맞는 사람 85
남자들의 바람 86
제3부 마음에 비는 내리고
서울살이 89
통곡 90
아내의 사갑을 준비하며 91
유월 92
유독 연꽃만 94
마음에 비는 내리고 95
슬픈 바다 96
죽음․1 97
죽음․2 98
죽음․3 99
시련 100
기차는 떠나고 101
제단 102
대전에 오면 104
텅 빈 돼지막 106
선물 108
사갑 110
인사동 111
라라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고 113
유품 114
제4부 추억
만남 ―추억․1 117
약혼식 ―추억․2 118
약혼 기간 ―추억․3 119
결혼 ―추억․4 120
신혼 ―추억․5 121
취직 ―추억․6 122
아들의 탄생 ―추억․7 124
두 딸의 탄생 ―추억․8 125
아내의 작품
님에게 126
그리운 사연 127
나와 보셔요 128
못 오시나요 129
후기 아내의 유언 130
3.머리말
002년 6월 9일은 죽을 때까지, 아니 저 세상이 있다면 저 세상 끝까지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영원한 이별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이별이라는 이 어휘보다 더 무거운 단어가 이 세상에 있을까요? 이 단어의 무게에 치어 질식할 것만 같습니다.
아내가 별이 되어 하늘로 간 후 나는 멍한 상태로 그냥 머물러 있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인간이 이 우주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내는 나에게 우주였던 것입니다. 사람이 가고 없는데 문학이 무엇이며 시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가 없는 이 세상에 내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거추장스러웠습니다. 그 후 매일같이 아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 세상의 일상의 일들과 감정, 그리움을 적어 보냈습니다. 야속한 아내에게 일상의 일들과 내 생각과 더 절실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알리지 않고는 1초도 생존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편지를 쓰면 마음이 좀 홀가분해졌습니다.
100일이 지나고 200일이 지나면서부터 아내에 대한 시가 써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하루에도 몇 편씩 시가 써지는 것입니다. 단숨에 60여 편의 시를 썼습니다. 아내의 일기장을 뒤적이다 보니 약혼시절과 신혼 때 국방의 의무 때문에 우리는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 쓴 아내의 그리움을 담뿍 담은 시조 4수도 이 시집에 싣기로 했습니다. 아내의 시가 훌륭한 시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나에게는 한없이 가슴을 울리는 글입니다. 꼭 시인이라야 시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지금에야 그 시조를 수없이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가슴을 저미는 듯한 아픔을 한없이 느꼈습니다.
아내는 생애의 마지막 10년을 서도에 매진했습니다. 그러나 겨우 20여 편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들을 밖에 가지고 나가 불태우려고 했을 때, 차마 그럴 수 없었습니다. 무명의 서예가지만 나에게는, 우리 가족에게는 더할 수 없이 귀중한 글씨였습니다. 그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유작전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작품이 너무 작아서 아내에 대한 내 추모 시화를 곁들이기로 했습니다. 이런 추모의 시들이 좋은 시가 될 수 없음을 저는 잘 압니다. 저는 부끄러움을 무릅쓸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고백하지만 이 순간도 본 정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유작전은 아내의 분신인 사랑하는 아들딸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들과 큰딸 수진이는 원고를 정리한다든가 하는 잡다한 일들을 처리해 주었고 아내에 대한 추모 시화는 미술을 전공한 사위 백수인과 둘째딸 지은이의 작품입니다. 사위는 장인인 나와 죽은 장모를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나는 참 대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대가가 쓴 글씨와 그림보다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친지들이 평소에 써준 시도 표구해서 내놓았습니다. 김환식 시백님, 조일남 시백님, 윤월수 서예가님, 민중기 미술 선생님, 그리고 진실한 벗 서문완, 안현식님께 감사드립니다.
유작전을 추진하면서 이런 짓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줄곧 달라붙었습니다. 자꾸만 발목을 붙들었습니다. 이런 유작전을 천번 만번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나마, 글씨에서나마 그의 그림자라도 살리고 싶은 허망에 잠겨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한마디만 ‘그래 부질없는 짓이야’라고 말했다면 나는 중도에 그만두었을지도 모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긴 이 세상에 부질없는 짓 아닌 것이 있을까요. 산다는 그 자체가 부질없는 짓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음 시로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그리움을 피력하며 서에 대신하겠습니다.
고3 생활을 다시 권한다면 할 사람이 있을까?
군대에 다시 갔다오라면 선뜻 나설 남자가 있을까?
시집살이를 다시 하라면 다시 할 여자가 있을까?
누군가 나에게 인생을 다시 살라고 권한다면,
나는 고개를 흔들겠다.
그러나 만일, 사별한 아내와 같이라면,
실패한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
그에게 더좀 잘해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기에.
유작전 도록과 시집을 한데 묶기로 하였습니다. 별개로 만드는 것보다 이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끝으로 이 유작전을 하도록 조언을 해준 묵림회 회원님과 아내의 친구분들, 선배 친지들에게 감사드리며, 출판을 맡아준 리토피아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2003년 5월 진악거에서 저자
나는 내가 진실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 두분과 아내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세상에 못 볼일이 많다고 하지만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부모님 두 분은 그만하면 천수를 다하고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그래도 가슴이 찢어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4.수록작품
아내에게․1
내 옆을 걷고 있는 당신은
저 나무와 같은 존재입니다.
저 나무들이 만드는 숲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 숲 속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 같은 존재입니다.
아니,
바람보다
숲보다
나무보다
더 높은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귀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기록된 숱한 사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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