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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시집 '기억의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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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37
기억의 우물
인쇄 2022. 10. 25 발행 2022. 10. 30
지은이 김동호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부평테크노파크M2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999@naver.com
ISBN-978-89-6412-172-6 03810
1. 저자
김동호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1998년 계간 《순천문학》 추천을 받아 지금까지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어교사로 30년동안 후학양성에 전념하다가 신병 치료를 위해 교편을 놓았다. 지금은 고향에서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있다. 시집 으로 『별들은 슬픈 눈을 가졌다』(2019년)가 있다.
2. 자서
시인의 말
퍼내지 않으면 말라버릴 나는, 우물이다.
허리를 굽혀 머리를 우물에 욱여넣고 들여다본다.
살아온 세월만큼 깊어서 참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작은 소리로 세월을 불러본다.
사색의 두레박을 던져 우물 속 메아리를 길어 올린다. 물동이에 차갑지만 맑은 회한과 우울과 비애가 넘친다. 이제 우물엔 아직 퍼내지 않은
희망이니 행복이니 희열 따위가 남아있으리라.
인생, 뜨겁지는 않지만
알맞게 따뜻한 오늘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2022년 가을
김 동 호
3. 목차
차례
제1부
세월에게·3 15
노춘기老春期 16
오늘 행복하다면 18
희미해지다 19
월광·2 20
그대 웃음소리 들으려고 22
개를 끌고 다니는 꿈 24
메타세쿼이아길에서 겨울을 만나다 25
저기 어둠 속에 섬 하나 26
다시 가을이 오고 28
절규 30
다시 불러보는 사랑노래 31
다신 부를 수 없는 사랑노래 32
미루나무는 홀로 34
깊은 밤 꽃잎 밟고 서서 36
세월의 집 38
제2부
우리 인연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41
그대 그리운 날에 42
도피 44
낡은 몸 46
아주 이상한 사랑법 48
낮달·3 49
한낮의 몽상夢想 50
과거동사過去動詞 52
당신의 하루는 어떻습니까 53
습관적 숙취 54
봄, 행복하다는 것은 56
기억의 우물 58
기울어진 사랑 61
낙천가다운 몽상·2 62
병실 안 풍경 64
뒹구는 마른 잎에서는 66
제3부
배롱나무꽃 저무는 길에서 69
그리운 사람이 없네 70
겨울나무가 그대에게 72
들풀처럼 살다 73
사랑을 보여주련다 74
세월이 가르쳐준 사랑 75
삶을 굴리면 수평선이 되니까 76
끓여야 먹는 사랑 조리법 78
사랑은 왜 80
그대마저 없었다면 81
기억의 배신 82
어쩌면 그래 83
가슴에 회잎나무 한 그루 있어 84
후회한다 86
태양에 속다 88
행복을 향해 달리다 90
제4부
잘못 닫은 문 93
흐린 새벽 흰 눈 내려 94
이 밤 내가 너를 찾아간 것은 95
봄꽃 피는 봄날 저녁에 96
익숙한 여름 풍경 97
이럴 줄 알았지만 98
가을저녁, 하늘을 보다 99
무인도 비가悲歌 100
아직도 그대가 꿈에 보인다는 것은 104
겨울무늬 성에꽃 106
추일단상秋日斷想 108
문득, 겨울아침에 109
회귀回歸—친구의 부고를 받고 110
쓸쓸한 관계 112
외등 114
쉽게 사는 법 115
해설|백인덕 아픈 기억과 숭고한 열망의 이중주二重奏 119
—김동호의 시세계
4. 평가
김동호 시인은 스스로 “사색의 두레박을 던져 우물 속 메아리를 길어 올린다. 물동이에 차갑지만 맑은 회한과 우울과 비애가 넘친다. 이제 우물엔 아직 퍼내지 않은/희망이니 행복이니 희열 따위가 남아있으리라.”(「시인의 말」)라고 이미 진술했다. 언표 자체만 보자면, ‘회한, 우울, 비애’는 이미 사색을 통해 길어 올리고 있고, 더 깊은 아래에는 ‘희망, 행복, 희열’이 남아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즉, 시인의 ‘기억의 우물’은 비록 ‘초로의 그늘’에서 찾아간 것이지만 어두운 부정성으로 일관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는 기억의 우물을 긷는 시인의 사색이 회한에서 희망으로 순간적으로 전도轉倒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5. 작품
세월에게·3
넌 내 생을 갉아먹는 좀벌레야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생명의
빛을 끄는 가혹한 형벌이지
비겁하게 숨어서 축복으로
삶에 취하게 하고
비틀비틀 취한 내게 끝내
개 목줄을 묶는 넌
열망만큼 뜨거운 검은 가마솥이야
아니, 팔팔 끓다 넘치고 마는
빤한 옛날이야기지 그래,
살점 한 점 붙어있지 않은
그저 그렇고 그런 깡마른 허무야
근데, 날 어디로 끌고 가는 거지?
노춘기老春期
1.
밤새 비바람에
벚꽃나무 아래 세워둔 차가
흰 눈에 덮인 것처럼
여린 분홍빛 꽃잎을 뒤집어쓴
몽정을 하고 일어난 아침
거대한 꽃송이를 밟고
봄이 지나갔다
2.
언제부턴가 내가 무인도가 되어간다
내 인생에 시를 쓰던 사람들
햇살을 꽃잎처럼 뿌리고
가끔 짜디짠 슬픔까지 흰
소금꽃으로 깔깔거리던 사람들
소리 없이
무거운 생의 짐을 꾸려 떠나는데
잡초 무성한 자리 홀로 남은
이 저녁 어스름 속에
길들마저 기억들이 지워가고
적막하고, 남은 날들은 더 아득해서
겨울밤보다 쌀쌀하게 쓸쓸한
내 가슴은 삭막하게 캄캄해져 오는데
그대 떠난 후로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아무도 살 수 없어
검은 도화지 속 까만 한 점,
침몰한다
오늘 행복하다면
시계 초침보다 빠르게 달려
도착한 초로初老의 그늘
빗소리로 씻긴 봄밤 지새운 초록
초록조차 투명하게 삼킨 아침 태양
아래 작은 소리로 웃고 있는 들꽃
속살 파고드는 바람 보다가
지나간 젊음보다 푸른 하늘 보니 나를
괴롭혔던 세상까지 모두 용서된다 그래도,
가슴에 남은 찌꺼기는 미련과 짝지어져
손 흔들어 보내다
기억 속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 그리워지고
산그늘 하도 쓸쓸해 걸음 멈추니
내 인생도 멈춰 서서 땀을 닦는다
오늘은 세상이 내 청춘보다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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