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도서
김영진 시집 '항아리 속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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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10
항아리 속의 불씨
인쇄 2021 2 20 발행 2021 2. 25
지은이 김영진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미추홀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39 03810
값 10,000원
1.약력
김영진 시인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7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달 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이 있다. 아라작품상을 수상했으며 막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 자서
고독한 독백을 호젓한 방에서 갉아먹는
이 소리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눈도 귀도 없는 독백이 향기가 없다면
고독의 통로는 찾지 못할 것이다.
고요한 울음 흘리며 길 떠나기 전에
이 고독한 작업에 감사한다.
2021년 봄
김영진
3. 목차
차례
제1부
흙덩어리는 불도 견딘다 15
새들의 몸에 악보가 있다 16
뱀 먹은 닭 17
봄바람은 희대의 도둑이다 18
꽃잎에 눈동자가 베인 날 19
닭백숙을 먹고 20
진달래전 21
수박향 22
어느 멋진 날 꿈의 무게 24
회화나무 위로 나는 새들 25
입춘은 십팔 세 처녀다 26
떡국 27
초파리 28
겨울천사 29
인연은 바람이라네 30
낙타처럼 무릎을 꿇다 31
발소리가 그림자를 잘라 먹다 32
뚝배기 33
열무김치 34
천국의 여권사진 35
제2부
생각만 홀쭉해져 지나가네 39
백합조개 40
소나무에서 총소리 난다 41
쥐구명은 영원하다 42
백목련 43
봄이불 44
호남고속도로 45
배꼽산에서 46
바다에서 그녀에게 48
밤도깨비 49
왜가리 50
냄비 51
진달래꽃 52
달의 몰락도 리듬이다 53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54
봄산 55
죽림원의 달 56
오이도 57
부활 58
순결한 꽃 59
공짜 60
제3부
하얀 목련 브레지어 63
뜬금없이 한 잔 64
벚꽃 아래서 65
달맞이꽃으로 어머니 들어가신다 66
꿈꾸는 매화이고 싶다 68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다 69
봄 밥상은 피아노다 70
칡넝쿨 71
물활론物活論 72
역마살 73
빗소리 74
찔레꽃 75
땅콩 76
어느 봄날 78
검은 호주머니 79
바나나의 감정 80
재잘거리며 살고 싶다 82
고양이의 담즙질 83
자라 84
번데기 85
나무는 하늘의 계단 86
제4부
삼일 끊었다 먹는 술 91
십 센티의 행복 92
각설탕을 꺼내다 93
천년바위에 시인이 산다 94
떨이 꽃게탕 95
당근 96
그녀가 빨아들이는 봄비 97
청개구리 98
청혼 99
수국 100
을왕리 물고기가 말했다 101
어머니의 척 102
기울기 23.5도 103
송아지 104
삼사월 105
틀니 106
산딸나무 아래서 107
봄꽃에서 비 냄새가 난다 108
오월이 더위 먹다 109
봄산은 멍게다 110
토끼풀꽃 그림자 111
해설/문신 심연의 기억술―김영진의 시세계 113
4. 평가
김영진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육체성을 떠올린 것은 기본적으로 그의 시가 몸 또는 몸의 은유를 시적 제재로 삼고 있어서이지만, 그보다는 그의 시가 모종의 감각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포착하고 있는 삶의 의미에 눈길이 맺혀서이다. 가령 그가 “어릴 적 어머니가 지짐이 부치면 뱃속에서 먼저 쫄쫄 소리가 났다.”(「진달래전」)라고 할 때, 이 시는 필연적으로 ‘쫄쫄 소리’를 해명해야 하는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몸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시인은 해명해야 하며, 시인이 자기의 삶을 서술하는 일이 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인은 자기 몸이 감추고 있는 증상을 진단하고, 그 깊은 심연의 최초를 해명하는 존재이다. “맥을 짚어보더니 한의사가 가슴에 불이 났다고 한다.”(「흙덩어리는 불도 견딘다」)처럼, 시인은 몸을 매개로 자신의 심연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을 확인하는 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에게 몸은 활짝 열린 세계의 지평이자 자기 존재를 해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된다. 김영진 시인의 시에서 ‘가슴에 불’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시집 곳곳에서 그 변이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5. 작품
흙덩어리는 불도 견딘다
맥을 짚어보더니 한의사가 가슴에 불이 났다고 한다. 손목에서 심장까지가 구만리인데 어찌 아느냐 물었다. 진맥할 때 손가락이 뜨거워서 혼이 났단다. 좌심실에 불이 났는데 숯불에 고기 타는 냄새가 난단다. 어떻게 불씨가 들어갔느냐 따졌더니 우리 몸속에는 태어날 때부터 불씨 하나씩이 담겨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 불씨가 정에 목마르거나 마음과 마음이 부딪혀 번개가 치면 심장에 불이 붙는다고 한다. 어찌하면 좋겠냐 물었더니 산에 올라 새벽공기를 마시라 한다. 공기 좋은 가평으로 가 며칠 새벽공기를 채운다. 그래도 불은 꺼지지 않는다, 취하도록 술을 마시면 불이 꺼질까도 싶었는데 다음날 새벽 입속에서 화기가 또 밀려 나온다. 아, 내 몸이 흙덩어리라서 이 불도 견디는구나. 걱정이 사라진다.
새들의 몸에 악보가 있다
악보는 음악의 레시피다. 음표는 출생이고 박자표는 삶이고 쉼표는 휴식이다. 쉼표가 없으면 마침표가 된다. 이때야말로 죽음이다. 새들은 몸속 악보에 따라 경쾌하게 때로는 느릿하게 때로는 우울하게 날아오르기도 하고 내려앉기도 한다. 버드나무가지 멧새들이 봄에 끌려 암컷 등에 올라탄다. 보름 동안 알을 품는다. 날개 속에서 굴리고 굴린다. 드디어 타탁소리 들리고 새로운 악보가 탄생한다.
뱀 먹은 닭
아버지는 바닥을 미끄러지며 기는 뱀의 건강을 선택하셨다. 수십 마리 뱀을 항아리 속에 넣어두었다가 뚜껑을 여셨는데, 며칠 지나자 하얀 밥알 같은 구더기가 득시글 득시글거렸다. 닭장 안에 뿌리면 닭들이 그 구더기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다음날 닭장에는 지독한 뱀독으로 깃털이 모조리 뽑혀있다. 아버지는 털 다 빠진 닭을 잡아 보양식을 만들어 주셨는데, 맛있게 먹고 난 우리들은 온몸에 열이 치받혀 춥지 않았다. 겨우내 훌렁 벗고 살아도 그 흔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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