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도서
김상호 역,정죵밍시집 '만약 삶이 축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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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슈핑(修平)과기대 김상호 교수(중국문학)가 대만의 국민 시인 졍죵밍(鄭烱明, 1948- )의 작품 한역판 『만약 삶이 축제라면(如果生命是一場慶典)』를 펴냈다. 〈대만, 나의 어머니〉 등 졍죵밍 시인 본인이 지난 2015년~2023년 사이 출판한 시집들 속에서 선정한 81편의 시 작품 중에 김 교수가 번역한 7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집 『응시』(2015)와 『죽음의 생각』(2018), 『시의 탄생』(2021), 『만약 삶이 축제라면』(2023) 등이다. 시인의 작품은 지난 2010년에도 김 교수의 번역으로 『삼중주』 시집 한역판이 소개된 바 있다.
시인은 17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창작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개」, 「거지」, 『번지의 노래』 등의 시를 전승하는 것 외에도 61년 전통의 ‘삿갓笠’과 25년 역사의 ‘대만현대시인협회’ 등 시 단체의 여러 업무에 참여하고 있으며, 1982년에 《문학계》와 1991년에 《문학 대만》을 창간했다. 특히 시인이 지금까지 발행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문학대만》은 이미 대만문단의 중요한 계간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되었다.
결국 대만문학 및 대만문학사 구축을 위해 적지 않은 결정적인 기초를 다져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독한 언어의 세계에서 나는 내 언어를 사용해 삶의 존재, 삶의 존엄성과 의미를 나타내려고 시도했다. 50여 년의 문학 추구 속에서 나는 적극적으로 문학 운동에 참여했다. 그 목적은 이 땅에서 탄생한 문학이 합당한 지위와 존중을 받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졍죵밍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내과 의사로서 의술을 펼침과 동시에 그동안 13권의 개인시집과 5권의 외국어 번역 시집 등을 남겨왔다. 그의 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저항과 현실 비판의 시학’ 그 자체이다. 대만은 1949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철퇴한 후 바로 계엄을 선포해 1987년에 계엄이 해제되었다. 과거 독재 정권의 체제하에서 수많은 반정부 인사들이 투옥되었다. 그 중의 일부는 감옥에서 졍죵밍의 시집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고, 석방 후 이 시인을 꼭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실현하기도 했다.
대만은 과거 한국과 유사한 역사적 비애와 정치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몇몇 집권층의 잘못된 생각으로 수많은 국민들의 인권이 유린되었다. 이에 문학인들이 반기를 들면서 비판적 시각의 작품들을 쏟아내었다. 친정부적인 아첨 글만 쓰면서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들은 비굴한 행복보다 당당한 불행을 자처했던 것이다.(2025년 5월 30일, 리토피아 발행. 1만 8000원, 양장본)
응시
―Michel Foucault에게
나는 언어를 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불확실한 공간에서
발굴된 언어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언어의 독립, 은유와 변화
창밖의 나뭇잎이 자기도 모르게 떨어지자
지나가던 낯선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땅에서 밟았다
난 계속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번득이는 녹색 빛 표범의 눈으로 응시했다
만약 언어가 낙엽처럼 썩는다면
—옌펀鹽分 지대문학》 31호,2010년 12월
凝視
―Michel Foucault
我不能不凝視語言
從不確定的空間裡
挖掘出來的語言
我不能不思考
從出生到死亡
語言的獨立、暗喩與蛻變
當窗外的一片樹葉不自主地掉落
而路過的陌生人
毫無知覺地將它踩在地上
我不能不持續凝視
以閃著綠光的豹眼凝視
倘若語言將如落葉般腐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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