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도서
김보숙 시집 '절름발이 고양이 튀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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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99
절름발이 고양이 튀튀
인쇄 2019. 12. 1 발행 2019. 12. 5
지은이 김보숙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06-1 03810
값 9,000원
1. 저자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아라작품상 수상. 막비시 동인.
2. 자서
시인의 말
나는 거짓말로 시를 쓴다.
이 시집의 모든 시는 거짓말이다.
2019년 10월
김보숙
3. 목차
차례
제1부
절름발이 고양이 튀튀 13
뱀눈그늘나비 14
오아시스?1 15
오아시스?2 16
군자 18
마차, 낙타, 썰매, 당나귀 그리고 자동차 19
간단한 말 20
그해 가장 시시콜콜한 이야기 21
사랑은 신신홀에서 22
달이 삐끗 23
낭만적 엔딩에 관하여 24
첫눈 25
혀를 들키다 26
해 떨어지다 27
흉곽, 경계인 28
울음은 흉곽 주위를 맴돈다 29
홍복洪福 30
변신byeonsin 31
제2부
장미여관 203호 35
마리아상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다락방 36
시계 혹은 사계四季 37
복수 38
가족의 탄생 39
개와 새 40
오늘의 운세 41
글피 42
반지하 43
구름의 뼈 44
김보숙 찾기 45
나는 잘 지내고 있나요 46
돌떡 47
목화문방구 48
보라색 천 원 50
착한 핏줄 51
가족 같은 52
비밀봉지 53
제3부
제일병원 57
미식 58
상인에 대한 사과문 59
애곡꾼 대여점 60
찻집의 순화 62
이상한 날 63
해볼 만 64
사육사 65
마이 보라 66
빨래엔 피죤 67
멸치국수 68
매듭 69
어떤 시절 70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71
나무가 왔다 72
비닐봉지 73
한국관 옆 동물원 74
발을 묶다 75
제4부
만두 79
눈 80
천호 82
허파를 씹다가 83
만식 84
파래지다 85
대화체 제목 86
너에게 요구르트를 88
아들들 89
그도 그녀도 아닌 90
마당에 서서 91
메트로니다졸 92
나프탈렌 효과 94
유색 그림자 95
초코파이 사용설명서 96
호랑이 연고 97
해설/고명철 디스토피아의 묵시록적 현실을 마주하는
―김보숙 시의 의미 99
4. 평가
누군가에게 삶과 현실은 지독한 고통과 상처로 이뤄진 채 그 어떤 희망도 허락되지 않은 지옥 자체다. 아무리 그에게 악무한의 현실을 견디다보면 언젠가 그를 에워싸고 있던 어둠의 틈새로 빛이 비쳐오고 그동안 견뎌낸 삶을 충분히 보상해줄 수 있는 그 어떤 선물이 주어진다고 용기와 힘을 북돋는다 하더라도 지금, 이곳 그를 켜켜이 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는 고통스러움의 한계치를 이미 벗어난 지 오래다. 그래서 혹자는 이 세상을 서슴없이 디스토피아로 부르리라.
김보숙의 시를 읽으면서 디스토피아를 마주한다. 무엇보다 그의 이번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산문시 계열은, 시인이 삶과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시적 대응이다. 김보숙 시인의 시적 대응은 기존 우리에게 낯익은 서정시의 내용형식을 통한 게 아니라 산문시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시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두루 알듯이 현실에 대한 산문적 대응은 서정성이 파괴된 세계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대응이다. 더 이상 자아와 세계의 관계에서 어떤 교감과 교응의 그 무엇을 찾아볼 수 없을 때 그래서 자아와 세계의 관계가 무참히 파괴?붕괴?소멸의 양상을 보일 때 이러한 악무한의 현실에 대한 대응은 보다 직접적이면서 전투적 태도를 요구한다. 물론 이 전면적 투쟁의 과정에서 자아와 세계의 불협화음은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좀처럼 회복될 수 없는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이 전면적 투쟁을 수행하는 산문적 대응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꿈꿀 수 있는 또 다른 희망을 품게 된다.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지옥과 같은 현실 속에서도 그러면 그럴수록 또 다른 희망을 결코 저버릴 수 없는 게 인간 존재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5. 작품
절름발이 고양이 튀튀
튀튀, 손잡이에 달려있는 손들의 지문을 핥아먹고 있는 너는 육교 위에서 뽕짝을 부르던 맹인부부의 동전을 훔치다 걸려 절름발이가 되었네. 꼬리를 발라먹고 있는 비둘기 무리에서 원죄를 속죄하는 너를 안아 옥탑방으로 숨어들었네. 자위를 끝낸 한낮이 혼절해 있었네. 너의 발톱에는 할퀴어진 세상이 쿨럭이는 기침소리가 낙숫물처럼 흘러내렸네. 꾸르륵 소리에 아끼던 겔포스를 먹여주었네. 개미들은 죽은 개미를 어깨에 메고 지맥을 찾고 있었네. 고상한 얼굴로 밀린 월세를 받으러 다니는 페르세포네니 다이달로스, 그는 그의 발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발등을 핥고 있는 튀튀를 개미쯤으로 알고 있다네. 개명된 너의 이름을 ‘재투성이 신발 한 짝도 아궁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자’, 라고 적어 놓고 괄호 열고 신데렐라 하고 괄호 닫네. 튀튀가 따온 토마토가 익으니 페르세포네니 다이달로스의 얼굴이 파래지네. 절름발이 튀튀의 발목에 정중히 나비타이를 묶고 사라진 맹인부부의 정체를 밝히러 가네.
뱀눈그늘나비
액자 속 박제 뱀눈그늘나비가 사라졌다. 잠결에 잠별했다. 날개에 아프게 꽂아둔 옷핀이 못이 되어 하늘에 박혔다. 하늘을 뒤집으면 대신 호두가 떨어졌다. 호두나무에 목을 매단 두더지는 죽어서도 땅을 팠다. 오그라든 손으로 흙을 주워 먹던 박가네 셋째 고모처럼 죽어서도 땅을 팠다. 뒤집어진 하늘에서는 포도주 같은 노을이 흐른다. 입을 벌리고 노을을 받아먹는 사람들의 목청에도 하얀 옷핀이 차례로 박혀갔고 입속에는 노을이 번져갔다. 양 날개에 뱀눈을 문신한 나비를 찾습니다. 나에게는 호두가 많아요. 내가 가진 호두를 전부 드릴게요. 뱀눈그늘나비는 나의 오래된 애인이죠. 박제 액자 속에서 검은 알이 슨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문양으로 검은 알이 슨다. 고양이 왈츠에 발을 맞추던 나의 구두 속에서 잠이 들던 뱀눈그늘나비. 날개 속에 어둠을 훔쳐와 내려놓고 조용히 날개를 접는다.
오아시스?1
그는 오아시스 배달원이죠. 동네 슈퍼마다 오아시스를 배달해요. 사라진 골목에서 용역원들은 오아시스를 몸에 뿌리곤 했어요. 그들의 입속에는 털이 가득했죠. 입을 열면 혀가 바삭바삭 부서졌어요. 오아시스를 뿌려 적셔주어야 했죠. 발가락 양말은 기형의 포도알갱이 같아요. 껍데기를 찢고 나오지 못한 포경은 발가락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오아시스 배달원은 사라진 골목에서 검은 낮을 경험해야 했죠. 배롱나무를 긁으면 잎은 간지럼을 타고 깔깔대고 웃었어요. 침 같은 진딧물이 질질 흘러나와요. 오아시스를 뿌려 적셔주어야 했죠. 233번지 용태는 아버지가 먹고 버린 소주 뚜껑으로 초록색 배를 만들어 상을 받아 왔대요. 초록색 배에 동생들을 태우고 어머니를 찾으러 나가려다 초록색 트럭 바퀴에 부딪혔대요. 팝콘처럼 튀어 올랐대요. 오아시스를 뿌려 적셔주어야 했죠. 오아시스 배달원은 목이 말라요. 주억주억 졸고 있는 저녁이 지겨워요. 발가락 양말을 벗어요. 포경을 기다리는 귀두가 발가락 양말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오아시스를 뿌려 적셔주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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