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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라 시집 '떠도는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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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80
떠도는 잠
인쇄 2018. 12. 5 발행 2018. 12. 10
지은이 배아라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04-7 03810
값 10,000원
1. 저자
배아라 시인은 2018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 자서
시인의 말
구름을 주무르던 바람이
파릇한 새싹 위로
한 줌
따뜻한 햇살을 물어다 준다.
2018년 가을
배아라
3. 목차
차례
제1부
떠도는 잠 15
황소 16
건조장집 딸 미선이 17
붓꽃이 흔들리는 오후 18
겨울에도 뻐꾸기는 운다 19
그 여자 동백 20
술래잡기 21
솥단지에 빠진 그녀 22
검정고무신 23
꿈꾸는 토끼 24
삼자야 26
사춘기 꿈 28
운다 29
푸른 요강 30
앞 못 보는 그 노인 31
한 동네 세 동서 32
꽃잎과 꽃잎 사이 33
여물지 않은 낮달 34
이무기 같은 내 동생 35
노린재 36
꿈속의 그 37
제2부
폭염 텃밭의 풍경 41
여름의 끝자락 42
별의 건너편에서 43
멍 때리기 44
바람벽을 뚫고 스며드는 남자 45
맞선 46
방안으로 들어온 바다 47
어떤 봄 48
송이버섯 49
여백 50
그녀의 단풍 51
개오줌꽃 피다 52
개똥을 밟다 53
표주박 54
비틀대는 낯선 오후 55
송홧가루 56
달빛 고운 백운역 57
한식 58
시골 풍경 59
편지 60
작약꽃이 환하게 필 때쯤 61
제3부
연인산ㆍ1 65
연인산ㆍ2 66
연인산ㆍ3 67
그 치킨집에 가면ㆍ1 68
그 치킨집에 가면ㆍ2 69
연 날다 70
꽃비 71
아이들의 꿈 72
바람난 다람쥐 73
찢어진 단풍잎 74
선돌 아래 물빛 75
벽장 속의 비밀 76
칡꽃 77
닭서리 78
아이는 음악가 80
언니는 수술 중 82
오늘 83
창덕궁의 봄 84
가을, 하얀 도화지 85
선몽 86
무관심 88
제4부
시골집 91
옹달샘 92
봄비 93
너를 만난 날 94
고슴도치 96
바다가 된 당신 98
텃밭의 내력 100
알랑가 몰라ㆍ1 101
알랑가 몰라ㆍ2 102
물꽃 104
겨울강가 105
그와 그녀의 전설 106
앉은뱅이 탁자 위의 양초 107
거북이 한 쌍 108
가을 속 봄과 가을의 연애 109
악몽을 꾸는 여자 110
꽃이 피다 111
해바라기 전설 112
해설 백인덕/맹아기萌芽期의 ‘잠과 꿈’, 모순 극복하기
―배아라 시의 미래를 위하여 113
4. 평가
시인이 갖춰야할 여러 미덕 가운데 그래도 기본이 되는 것을 꼽으라 하면 감수성과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모든 창조적 행위가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시는 일상의 사물이나 추상의 언어로부터 출발하기에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민한 감수성이란 대상을 찾아내고 관계하는 첫 단계에서 그 중요성이 두드러질 뿐, 형상화하는 과정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 아무리 대단한 소재나 사건을 시화했다고 해서 꼭 감동적이거나 좋은 작품이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민한 감성이 포착한 것을 더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상상력은 일종의 질료를 통해 스스로 배양되는데, 그것은 기억, 체험, 지식이다. 배아라 시인의 이번 시집과 연결해서 이 글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상상력의 질료로서의 기억의 채광과 처리, 가치 등이다. 시인은 기억으로부터 하나의 무엇, 사건이기보다는 이야기를 끌어 올린다. 사건과 이야기의 차이는 전자가 사실fact의 인관 관계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레 과정의 중요성을 잃지만 후자는 생략, 압축, 비약 등의 수사적 소구를 동원하기는 하지만 언제나 진행 과정의 의미와 가치를 버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백인덕(시인)
5. 작품
떠도는 잠
천지발광을 해대던 잠이 거실장을 더듬어 먹물을 꺼낸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옹기그릇에 먹물을 따르고 붓을 든다.
덮고 자던 이불을 펼쳐놓고 먹물로 큼직한 글자를 쓴다.
어둠 속에 볼 수 없는 시꺼먼 글, 끙끙대며 진땀을 뺀다.
희뿌연 창문을 내다보며 잠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웠다.
잠은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은 마늘껍질처럼 부스러진다.
행여 떠돌이 혼이 이 광경을 볼까 미련의 끈을 잡는다.
잠은 일어나 글자와 글자 사이에 한 글자를 더 삽입한다.
어둠보다 짙은 색의 글씨가 가슴으로 들어와 옹이가 된다.
새벽이 다가오자 잠은 일어나 다시 글자를 고쳐 쓴다.
티끌 없는 하얀 빛으로 밤새 써놓은 글자를 어루만진다.
밤새 끙끙 써대던 이불호청을 뜯어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햇살이 창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에 다리 쭉 펴고 눕는다.
황소
조릿대는 빗방울을 불러 밤새 수다를 떤다.
외양간에서 황소 밤새도록 우웅우웅 숨죽여 울고,
소리 없는 상처가 가는 달을 밤새도록 묶어두었지.
대쪽처럼 살라는 소리가 또르륵또르륵 굴러왔지.
신작로 내겠다며 땅을 내놓으라는 동네사람들
처마 밑 장작더미들도 밤새도록 잠 못 이루었지.
밤새 황소가 우웅우웅 울 때마다 한 더미씩 쌓여만 갔지.
조릿대 숲 달팽이가 그 소리 야금야금 파먹었지.
건조장집 딸 미선이
살금살금 건조장 사잇길로 알밤 주우러 나갔지.
옹달샘에 빠진 알밤 주우려고 나뭇가지 휘젓다가
첨벙 빠지고 말았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데
윗집 진섭이가 달려와 손잡아 주며 네가 좋다고 했지.
그 머스마 원래는 미선이가 더 좋다고 고백했다지.
건조장집 딸 미선이 못 생겨도 마음이 예쁘긴 했지.
붓꽃이 흔들리는 오후
언덕길 양지바른 모퉁이에 붓꽃이 풍경화를 그린다.
말간 그리움이 꽃향기 물고 추억을 데리러 달려간다.
비틀대던 햇살은 청보라 물감 찍어 엉덩이를 흔들고,
나비가 살포시 내려앉아 날개를 접고 꽃에게 키스한다.
바람이 걷어 올린 꽃가루에서 달콤한 향기가 넘실거린다.
그녀의 눈언저리에 걸린 추억이 푸른 물 뚝뚝 흘리면,
붓꽃도 흔들리며 허공에 진한 청보라빛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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