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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자 시집 '파놉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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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62
파놉티콘
인쇄 2017. 6. 25 발행 2017. 6. 30
지은이 천선자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83-5 03810
값 10,000원
1. 약력
천선자 시인은 2005년 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전국계간지우수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2. 시인의 말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
소복소복 내리는 눈, 솜털 같은 눈,
세상을 맑고 따스하게 바라보고 싶다.
2017년 여름
천선자
3. 차례
제1부 바코드
파놉티콘·1―cctv 15
파놉티콘·2―무인 정산기 16
파놉티콘·3―엑스레이 17
파놉티콘·4―스마트폰 18
파놉티콘·5―바코드 19
파놉티콘·6―양성애자, 그녀 20
파놉티콘·7―메일, 맹꽁이 21
시놉티콘·1―페이스북 22
시놉티콘·2―반부패국민연대 23
시놉티콘·3―GPS 24
파놉티콘·8―보증지급기 26
파놉티콘·9―태풍 27
파놉티콘·10―하이패스 28
파놉티콘·11―계산대 30
파놉티콘·12―최신형 하이패스 31
파놉티콘·13―카메라 32
파놉티콘·14―동영상 33
파놉티콘·15―멀티비젼 34
파놉티콘·16―나비의 탈바꿈 35
파놉티콘·17―나와 골리앗과 다윗 36
제2부 무인텔
파놉티콘·18―자동문 39
파놉티콘·19―수목장 40
파놉티콘·20―뱃가죽 속에 수감된 남자 41
파놉티콘·21―새콤 42
파놉티콘·22―장모님의 지위 44
파놉티콘·23―성형중독·1 45
파놉티콘·24―성형중독·2 46
파놉티콘·25―고객카드 47
파놉티콘·26―탱자탱자 48
파놉티콘·27―카메라맨 49
파놉티콘·28―초콜릿, 과다섭취 50
파놉티콘·29―감시카메라 51
파놉티콘·30―외로운 존재 52
파놉티콘·31―광기의 역사* 53
파놉티콘·32―위성 54
파놉티콘·33―우울증 56
파놉티콘·34―인터넷의 가상공간 57
파놉티콘·35―무인텔 58
파놉티콘·36―컴퓨터 모니터로 본 몸 속 59
제3부 스마트폰
파놉티콘·37―팜므파탈 63
파놉티콘·38―스토커 64
파놉티콘·39―주름치마산호 66
파놉티콘·40―중년부부 67
파놉티콘·41―빠삐용 68
파놉티콘·42 69
파놉티콘·43―노가리 70
파놉티콘·44―상추 72
파놉티콘·45―사계장미 74
파놉티콘·46―스마트폰 75
파놉티콘·47―청개구리난개발 76
파놉티콘·48―학원가방 77
파놉티콘·49―전자팔찌 78
파놉티콘·50 79
파놉티콘·51―욕쟁이할매 80
파놉티콘·52―급한 성질 81
파놉티콘·53―위성으로 본 지구 82
파놉티콘·54―티비 84
파놉티콘·55―별바라기 86
제4부 곱사춤
파놉티콘·56―자반고등어 89
파놉티콘·57―모기ㆍ1 90
파놉티콘·58―모기ㆍ2 91
파놉티콘·59―눈꽃비 92
파놉티콘·60―안개비, 꽃 93
파놉티콘·61―고양이 나비를 잃어버린 아이 94
파놉티콘·62―곱사춤 96
파놉티콘·63―지구온난화 97
파놉티콘·64―사기꾼, 속고 속이다 98
파놉티콘·65―외사랑, 카메라 100
파놉티콘·66―서릿발 101
파놉티콘·67―개인정보 유출 102
파놉티콘·68―파산 103
파놉티콘·69―그녀의 아파트 104
파놉티콘·70―러브체인, 둥근달 105
파놉티콘·71―사랑, 별을 바라보는 자 106
파놉티콘·72―올가미 107
파놉티콘·73―사랑의 방식 108
파놉티콘·74―포인트 점수 109
파놉티콘·75―밤도깨비에게 붙들려 복잡한 해골이 되어 110
파놉티콘·76―베이비 박스 112
파놉티콘·77―벼랑 끝 113
해설/백인덕 115
전시展示와 억압抑壓 ; ‘징후徵候’로서의 시
―천선자의 시적 모험
4. 평가
천선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파놉티콘은 한 가지 분명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하버마스의 유명한 말을 좀 비틀어 표현하자면, 파놉티콘 이후에도 존재론은 가능한가?라 할 수 있다. 좀 표피적이지만, 아우슈비츠 이후의 서정시의 가능성이 과연 현대가 그토록 주장하던 휴머니즘의 본질, 즉 인간성이란 것이 있기는 한가라는 자괴감 서린 의문이었다면, 파놉티콘 이후의 시 정신이란 일망감시 체계 아래서도 세계 내 존재로서의 자기 정립이 가능한가라는 치열한 자성自省의 외침이다. 즉 이번 시집은 문명비판이 아니라 존재론적 자기 탐구에 방점이 놓여있다는 것이다./백인덕 시인의 해설에서
5. 작품
파놉티콘·1
―cctv
뚝배기 소머리국밥을 후후 분다.
매운 깍두기 숟가락에 올리며 카메라를 본다.
카메라도 내 얼굴에 초점을 맞추고 눈알을 굴린다.
숟가락은 입으로 가고 눈은 카메라와 싸운다.
눈덩어리 커다랗게 만들어 무작정 던진다.
거지발싸개 같은 놈, 앞뒤 가리지 않는다.
집채만 한 덩어리가 머리통을 맞힌다. 웃는다.
째려보는 것 좀 봐, 금방이라도 펀치를 날릴 기세네.
달래고 어르고 치고 빠지는 솜씨가 보통 아니다.
전략을 바꾸어 주먹으로 턱을 한 방 날린다.
앞차기, 옆차기, 엎어치기, 돌려차기로 마구 팬다.
다리가 풀리자 쌍코피가 터져 코허리로 흐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중얼거리며 노려본다.
괘씸한 카메라 국밥에 말아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카드로 국밥 값을 지불하고 돌아 나오는데,
등 뒤에서 웃는 눈동자, 나의 몽타주를 그리고 있다.
파놉티콘·2
―무인 정산기
주차카드를 넣고 기다린다.
요금은 만 삼천 원입니다, 빤히 쳐다본다.
지갑을 찾고 있는데 소리를 버럭 지른다.
어처구니없는 기계를 씩씩거리며 노려본다.
빨리빨리 넣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벌건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며 꼼짝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여섯 시간 삼십 분을 따라다닌 놈,
지하 삼층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갓집에서 너비아니, 동그래죽, 민어구이를 먹고,
바람에 흔들리던 강물이 커핏잔 속으로 뛰어들고,
강물에 투신한 햇살을 건져 올리며 나누는 잡담,
통지기 같은 앞집여자가 불풍나게 드나들며 외간남자,
아우르다 들켜 머리채 잡히고 신발 들고 도망갔다는 애기,
뒤로 넘어지고 코가 비뚤어지고 배꼽이 빠진 광경,
마트에서 얌통머리 없이 시식코너만 바닥내던 광경,
공중화장실까지 몰래 훔쳐보는 엉큼대장, 이 나쁜 놈,
그림자도 없는 귀신 같은 놈, 숨도 쉬지 않은 놈,
온몸에 눈을 달고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파놉티콘·3
―엑스레이
얼굴이 열이 나고 화끈거린다.
낮술에 취하자 경고등이 켜진다.
병원은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하루 미룬다.
해가 바뀐 뒤 아예 경고등마저 고장이 난다.
체열검사 후 마음을 졸이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알몸 사진이다. 뼛속까지 훤히 보인다.
붉은 부분이 얼굴에 몰린다. 오래 되었다.
속으로만 참으며 불덩어리를 몸속에 키운 것이다.
무쇠라도 녹일 불덩어리가 활활 탄다.
숨구멍이 없는 마그마가 출구를 찾고 있다.
파놉티콘·4
―스마트폰
집을 검색한다.
대문 앞에는 백구가 지키고 있다.
그 남자 담을 넘어 마당을 가로질러 간다.
백구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던져준 고깃덩어리 덥석 물고 조용해진다.
되레 따라다니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남자가 현관문 손잡이를 살며시 돌린다.
문득 바람이 불고 남자의 대머리가 반짝인다.
놀란 카메라의 눈이 남자의 눈과 마주친다.
남자가 벗겨진 모자를 버려두고 줄행랑친다.
백구는 턱을 괴고 졸고, 뼈다귀는 종소리를 낸다.
한낮의 햇살이 백구의 빈 밥그릇을 핥는다.
스마트폰이 검색한 시각을 기록한다.
파놉티콘·5
―바코드
신명나게, 그녀의 무덤을 만든다.
햇빛 잘 들고, 솔바람도 잘 나드는 곳이다.
오목한 숲으로 둘러싸인 남향의 명당이다.
마른 황토 높게 쌓아 봉분을 만든다.
잔디 골고루 입히고 마저 밟아준다.
따끈따끈하고 폭신폭신하고 부드럽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같은 크기, 같은 모양, 시선을 아우른다.
백두대간 젖줄 아래 만드는 쌍둥이 무덤,
햇살 아래 빛나는 실리콘에 찍히는 바코드,
그녀의 봉긋한 젖무덤 위에서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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