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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엔 비, 안엔 달/최향란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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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23
밖엔 비, 안엔 달
인쇄 2013. 4. 22 발행 2013. 4. 27
지은이 최향란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013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34-7 03810
값 10,000
1. 저자
최향란 시인은 전남 여수에서 출생했으며,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8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여수 해양문학상 시 대상을 수상했다. 여수 KBS 라디오 작가로 활동한 적도 있으며, 현재는 히든베이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갈무리 동인이다
2. 자서
봄날, 햇살 좋은 날에 홍매화 한 그루를 샀습니다.
고백하자면 오래전에도 매화 꽃잎 가득한 그 마을에서 홍매화를 샀었습니다. 뜨거운 불길과 거친 바람이 한꺼번에 왔던 여름, 나는 그 때의 홍매를 잃었습니다. 그 홍매화 앞에서 나는 오래 즐거웠고, 또 오래 슬퍼하며 차마 다른 홍매를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아픈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만 놓친 것은 놓친 것이 아니고, 버린 것은 버린 것이 아님을 알게 되나봅니다. 일부러 찾지 않았던 그 마을, 올 봄에 다시 찾아가니 마을이 온통 매화향으로 술렁이고 있었지요. 그 마을은 그 때 이후로도 늘 봄꿈을 피웠겠지요. 내 마음에 다시 봄꽃 환했겠지요.
홍매화를 마당에 심으면서 익숙하지 않은 삶도 함께 뿌리 내리길, 내 시도 새롭게 뿌리 내리길, 문득 스스로 환해지는 시가 홍매로 주렁주렁 열리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어려운 길을 택한 아름다운 청년 C에게,―네 삶이 우주의 한 중심으로 거침없이 환해질 것을, 나는 그 단단한 발걸음에서 너의 내일을 본다
2013년 4월
최향란
3. 목차
제1부 분홍꽃
분홍꽃 15
별을 빚고 싶은 날 16
관문동 파꽃의 기억 17
겨울보리수와 뱀 18
수자 언니 19
천리향 20
그 날 22
달팽이 23
첫눈처럼 24
선인장과 민들레 25
배롱나무 26
가을 천관산 27
태기네 고추밭 28
바람의 비밀 29
용주리에 기대기 30
사랑, 멀고 아득하다 32
옛날 국밥집에서 33
오늘은 눈이 멀어 34
붉다 36
정원, 4월의 꿈―이존립 화가 작업실에서 37
제2부 뱀딸기 꽃숲에서
울울창창 열리는 문이 있다 41
뱀딸기 꽃숲에서 42
슬픈 재산 43
한 잎의 생애 44
무위사無爲寺 46
옥녀를 위한 노래 47
늙은 배롱나무 48
눈곱 49
상처 50
슬픔을 먹는 사내 51
경계 52
물풀나무에게 바침 53
모과 54
호박 한 덩이 55
목숨 56
쉬운 사랑 58
조개잡이 59
사막의 꽃 60
꽃 찾기 61
울음꽃 62
제3부 곰팡이꽃
물기 마른 건어는 꿈을 꾼다 65
꽃술 66
천 원짜리 두 장 67
가는 봄날 68
아버지와 흰 밥 70
겨울나무처럼 72
먹태, 장사 지내다 73
반성 74
문주란 75
슬픈 식사 76
또 다른 풍장 78
늙은 감나무와의 사랑 80
아침이야 82
개구리밥을 본다 84
오월 85
곰팡이꽃 86
어머니 87
신발 88
자운영 89
밖엔 비, 안엔 달 90
제4부 가막만의 봄
연잎의 나라 93
견디다 94
이별하는 섬 95
그믐 반달 96
밥타령 98
사랑에 서툴다 99
가막만의 봄100
가벼워지는 법101
공사중102
늦은 장미103
운주사 와불104
눈 내리는 아침106
도둑고양이107
라현에게108
무술목을 떠난 봄바람109
봄으로의 동경110
잊혀진 시간, 선소에서111
벚꽃112
해설/고명철113
허공에 뿌리 내리는 ‘떨림’의 시학
―최향란의 시세계
4. 해설
객관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뻔뻔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시인의 통렬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 객관에 대한 시인의 부정적 태도는 객관적이란 말의 안쪽에 자리 잡은 말 그대로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객관의 탈을 쓴 객관의 횡포, 즉 객관주의에 대한 준열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존재와 세계를 객관화한다는 미명 아래 물신화하고 마침내 그 비의성을 몰각하는 큰 잘못을 범할 수 있는 데 대한 시적 비판이다. 가령, 어느 귀농의 넋두리의 사이사이에서 공명共鳴되는 마음은 객관주의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전부가 아니라, 도리어 이러한 객관주의를 감싸안는, 그래서 뭔지 모르게 존재와 세계를 묵직하게 짓누르는 객관주의를 활달히 넘어서는 존재와 세계의 비의성을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시쓰기는 잠 깨어 운명을 피워 올리는 떨림으로 메타포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선인장과 민들레처럼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를 밀쳐내지 않고, 서로의 그 귀한 세계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개시開始하는 긴장과 내밀한 격정이 휩싸고 도는 떨림의 내습은, 그의 시쓰기의 중요한 원리다. 이러한 그의 시학을 제대로 이해할 때 그의 시에서 곧잘 보이는 풍경들이 지닌 미의식에 독자 역시 떨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고명철(문학평론가, 광운대 국문과 교수)의 해설에서
5. 작품
분홍꽃
어머니 무덤 뒤쪽으로 코스모스 꽃 피우느라 숨이 차다
언제 날아들었던 걸까
내 발길 뜸해진 걸 탓하지 않고 꽃 좋아하시던 어머니 스스로 분홍꽃으로 나섰다
하필 볕들지 않은 큰 나무 아래 뿌리 내리셨나
관심인 체 걱정인 체 자세히 바라보니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늘게 흔들흔들 그리운 길 분홍꽃신 신고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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