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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원숭이/천선자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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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24
인쇄 2013. 8. 20 발행 2013. 8. 25
지은이 천선자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013 인천 남구 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35-4 03810
값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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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 프로필
천선자 시인은 2005년 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mail : stg3854@hanmail.net
2. 시인의 말
내 마음의 양식인 마초더미 속엔 생명이 숨을 쉰다.
이슬방울을 먹고 자란 연잎의 부드러운 속삭임 있다.
여름내 웃자란 나뭇가지마다 많은 이야기가 열려있다.
어깨를 토닥이던 실바람의 부드러운 손길이 있다.
느림의 미학을 가르치는 달팽이의 강의실이 있다.
너무 먼 식탁 위의 마초더미, 손이 닫지 않는다.
바삭한 치킨과 치즈가루를 듬뿍 뿌린 피자의 유혹,
영화를 보며 먹는 팝콘과 콜라와 연인의 유혹,
사방림을 넘어오는 싱그러운 물빛 파도의 유혹,
군마를 타고 경마장으로 가는 발소리들의 유혹,
온갖 유혹들이 오래된 바람벽의 흙처럼 흘러내리고,
사각뿔로 돋아나는 일상에 젖은 마음 한 자락,
이리저리 나부끼다가 빨래줄에서 팔랑팔랑거릴 때,
너의 긴 한숨은 공허한 내면의 황량한 거리를 배회하던,
나른한 오후를 끌고 피안의 저쪽으로 간다.
감각을 잃어버린 감성의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쯤,
솔내음 솔솔 나고 따끈한 공상이 아침저녁으로 피어난다.
쉼표와 도돌이표를 잘 지키며 하루를 되새김질한다.
헛바람이 드나들던 틈새를 꽉 채운 포만감,
너로 채운 나날은 가벼워지고 작아지고 겸손해진다.
마초더미 속에는 인생의 쓰고 단 맛이 들어 있다.
시는 나의 마초더미이고 친구이고 동반자이다.
늙고 병들어도 주름진 얼굴에 핀 검버섯 꽃이 아름다울 것이다.
먼 훗날 마초더미에 묻혀 살아가는 나를 생각을 해본다.
다음날도 먹고 그 다음날도 먹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먹고,
질리도록 먹고 배터지게 먹으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그리며,
오늘도 열심히 마초더미를 맛있게 먹는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과 리토피아에 감사를 드린다.
2013년 8월
천선자
2. 목차
제1부 악어의 가방
판콜A 씨 15
눈사람 16
둥글려보면 17
집착 18
먼 길이었어 19
탈박각시나방 도시의 원숭이 20
하루, 하루 21
허망한 영광의 알레고리 22
가을 24
악어의 가방 26
초코파이 28
근육통 30
성장통 31
양털잠바의 꿈 32
키위나무 34
노을 35
성형공화국 36
외톨이 38
태양의 신 ‘라’ 40
단풍 42
제2부 風쟁이
맹지 45
결혼기념일 46
영하의 온도, 뜨겁다 47
건망증 48
가오리 49
외투 끝에 묻은 햇살 50
나무, 우울증 52
고목 53
울화증 54
명인 방법―등기할 수 없는 수목 55
어둠을 풀어 방목하다 56
고래잡이―희망정형외과로 58
가슴 검은 도요 60
척, 하며 가는 길 61
복대리―그림자의 그림자 62
바이올린 63
風쟁이 64
콘솔 65
도넛 66
코트 속의 남자 68
도마뱀의 긴 꼬리는 붉다 70
제3부 목탄난로
그녀는 셰이프 73
스톤아일랜드 74
몸속의 길 75
비둘기 76
화가를 꿈꾸던 그녀 77
열대야 78
틀 79
원기소 한 알 80
양다리를 좋아하는 그 81
그의 제국 82
배다릿집 아이들 83
시월 막살이 84
대추나무 85
이마트형 86
잠자리 87
씨 없는 수박 88
북어 90
봄 91
상린관계 92
곰인형 전시장 94
목탄난로 96
제4부 굼벵이
수평투영면적 99
야동파티100
아름다운 사람들101
그 여자와 그 남자102
夕景103
그녀의 은행나무, 구름과자104
피리 부는 여자105
갈잎106
굼벵이107
하모니카108
옥수수를 파는 그녀109
돌멩이110
바다에 지는 별111
백합꽃112
시계113
꿈속의 아버지114
눈 사진115
고독116
스트레스를 받은 타조118
사랑은 솜사탕, 때론 무사탕119
어머니의 짐이 이사하는 날120
폭설121
해설/권경아123
어둠을 사랑한 아름다운 뱀
4. 평가
천선자는 어둡고 무심한 세상 속에서도 섬을 만들고 등대를 만든다. 밝은 불빛으로 인간들을 끌어안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는 스스로 징그러운 뱀이 되어 모두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차가운 너의 몸에 똬리를 틀고 뜨거운 입김을 토해 내고 있는 뱀. 둥글게 몸을 말아 가슴이 따스(「둥글려보면」)한 시인이 토해내는 뜨거운 입김에 차가운 세상이 따스해지고 있다. 어둠의 강을 끌어안고 있는 아름다운 뱀. 시인은 어두운 삶을 살아갈 힘은 우리의 삶 내부에 있음을 믿고 있다. 비록 삶이 어둠의 강이라 해도 그 어둠을 끌어안고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는 것. 시인이 여정의 끝에서 찾아내고 있는 둥근 몸이 바로 삶의 시작이라는 것. 어둠의 강을 끌어안고 있는 뱀이 아름다운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권경아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5. 작품
판콜A 씨
주유소 마당에다 묵직한 복사뼈를 묻고 헐렁한 잔등에 슬픔이 차오르면 바람 장단에 흐느적거리는 스카이댄서를 지나 명인제약 앞을 지나간다. 타원형 캡슐 감기약의 조형물이 제약회사임을 말하고 그 속의 영점 오 촉짜리 알전구는 희미한 열꽃을 쫓고 독감으로 찾아와 밤마다 타오르는 불꽃으로 온 몸을 휘감고 헤어지자는 말 풀려있던 기억들이 종합감기약에 취해 몽롱한 거리를 떠돌고 피지 못할 열꽃,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봉인된 채 캡슐 속에서 알알이 흔들리고 있다.
눈사람
너의 꿈속에 나를 가두어버렸다.
내 마음은 밤나무가지 위에 걸어두고,
시간의 귀퉁이를 잡아당겨서 단번에 키를 키운다.
자유롭게 흩날리는데 밤 가시로 만든 모자를 씌우고,
달랑, 조그맣고 동그란 밤톨 하나로 입을 만든다.
단내가 나는 입 속에서 말을 할 때마다 밤꽃이 피고,
흐드러진 흰 밤꽃은 눈가루가 되어 무겁게 가라앉는다.
넌 또 다시 눈가루를 말아 흐늘대는 시간을 단단히 묶고,
난 조금씩 녹아내리는 발끝을 보며 또 밤꽃을 피운다.
너의 손길이 닿는 순간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둥글려보면
미움도 둥글려보면 모나지 않는다. 저기 좀 봐. 미움을 먹고 잘 자란 내 키가 담장을 넘고 있잖아. 둥근 세상 밖. 둥근 비행접시를 타고, 둥근 꿈속에서 본 둥근 별을 찾아서 둥글게 떠나. 둥근 달을 좀 봐, 둥근 토끼가 둥근 쪽문을 열어 둥근 머리를 내밀고 둥글게 반기네. 둥근 웃음이야. 수많은 둥근 별을 지나 둥근 우주정거장에 둥글게 착륙해. 둥근 세발자전거를 타던 둥근 귀를 가진 아이들이 둥근 무지개나무를 심어. 벌써 둥근 열매가 익어. 어른들의 둥근 마음을 찾아주려고 둥근 어린왕자를 데리고 둥근 지구로 돌아와. 둥근 놀이동산에서 둥근 회전목마를 타고, 둥근 컵을 타고 둥근 축구를 하다 둥근 농구를 해. 종일 둥글게 노는 아이들의 둥근 눈동자가 둥근 나무에 열리는 둥근 지구의 한 가운데, 둥근 자동차들이 둥근 얼굴의 사람들을 태우고, 둥근 광장을 돌아오잖아. 둥근 빌딩의 둥근 창문을 열고, 둥근 웃음을 지으며 둥글게 몸을 말아 가슴이 따스한 사람들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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