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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문법/이명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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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27
벌레문법
인쇄 2014. 6. 10 발행 2014. 6. 15
지은이 이 명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41-5 03810
값 8,000원
1. 저자
이명 시인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2010년 ≪문학과 창작≫ 신인상을 수상했고,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2013년 숲속의 시인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제5회 목포문학상(시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분천동 본가입납(2011년, 문학아카데미), 앵무새 학당(2013년, 문학아카데미)이 있다
2. 자서
시인의 말
나는 벌레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눕는 나충裸蟲이었다
그러고 보니 완전변태를 꿈꾸던 날이 있었다
알이었다가 애벌레였다가 번데기가 되었다가 성충이 되기를 반복했던 삶이었다
그러나 성충으로 탈바꿈했으되 완전한 성충으로 날아오른 기억은 없다
어중간하게 머물다만 성충, 아니 애벌레나 번데기로 끝나기도 했던 生.
이제 다시 변신하여 한 과정을 살아간다
번데기쯤 되어 있을까
제대로 탈바꿈하여 온전한 모습의 성충이 되어야할 텐데
잃어버리고서야 채워지는 것이 있다
세 번째 시집이다
무턱대고 시의 길을 가고 있다 더 할 말이 없다
벽암碧巖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2014년 봄
이명李溟
3. 차례
제1부 카오스 병동 18
근황 15
구두병원에서 16
바늘귀 18
4B 연필 20
카오스 병동 21
자물통 나무 22
성에꽃 모니터 23
환희기幻戱記 24
베토벤이 올라온 포구 25
부활 26
초승달 28
분화구를 보았다 29
콘트라베이스 30
템포를 늦추다 32
페이스메이커 33
오늘은 34
공범 35
묵주꽃 36
제2부 벌레문법 18
개복치가 사는 법, 묵비권 39
벌레 문법 40
능엄경의 보이지 않는 것 42
바다 사용법 44
벌레 문법 22장, 공벌레 45
봉정사 석불 46
디오게네스 해변 47
벌레 문법, 닭 48
사려니 나충裸蟲 50
소리나무 52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53
유혹, 신화 또는 전설 속으로 54
참매미 55
토룡의 외출 56
타클라마칸 철새 58
눈에 불을 켜고 살아야 한다 60
중년의 사랑 61
유마거울 62
제3부 단풍나라 18
개화 65
고로쇠나무 산부인과 66
까마귀나무 교정 68
나무 병동 70
그래서 봄은 가벼운가보다 71
낙엽 편지 72
단풍나라 73
쑥 캐러 가자는 말 74
앞도 삼삼 뒤도 삼삼 75
무궁화 앞에서 76
루치아 77
중독 78
번지다 80
정선 수묵화 81
서까래 등뼈 82
우듬지 꽃나라 84
검정알나무 울타리를 생각한다 85
막춤 86
제4부 세한도 바다 18
매물도 가는 길 89
동해 환승역 90
무의도 92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외물도 아니어서 94
세한도 바다 95
무인도로 가는 이유 96
카페 아모르 97
승천호 대합실 98
운명 교향악 100
막사발 101
분강 섬여蟾? 102
마조의 바다 103
단원檀園이 올라온 냇가 104
대평리 그 여자 106
동해부인 107
양수리에서 108
서어나무 대웅전 109
수우도에서 110
해설/고명철 111
우주의 율동에 공명하며 유장히 흐르는
작품론/진순애 126
천년의 전설을 좇는 초월적 그리움
4. 해설요약
이명 시인의 이러한 시의 매혹은 그의 심상이 어떻게 포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미적 체험의 비의성을 해명해준다. 우주의 율동에 공명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뭇존재들이 제 각기 이뤄내는 불협화음을 시인의 섬세한 미적 체험을 통해 그 불협화음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모종의 리듬을 귀신같이 잡아채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천지귀신을 감동하는 우주의 운율에 절로 공명하는 시인의 비의적 능력이다./고명철(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천년의 전설을 좇는 그리움으로 노래하는 이 명의 신작시는 천년 전 인류의 자취를 만나게 하면서도 지금 여기 우리들의 초상 또한 반추하게 한다. 반추 속에 환기되는 이 명의 반성은 끝없이 반복하며 지속해야 하는 그의 시쓰기의 이유이기도 하겠고, 현대에도 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년의 전설을 좇는 이 명의 초월적 그리움은 개인적인 반성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반성을 끌어내면서 시대를 질타하는 역사적 미학으로 확장된다. 이를 위해 ‘막사발, 서까래, 장독대, 장지문’처럼 사라져버린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이 소생하면서 그 속에 잠들었던 천년의 영혼들도 소생한다./진순애(문학평론가)의 작품론에서
5. 본문 요약
근황
장마철 오락가락하던 먹구름 둘둘 말아 빨랫줄에 널었다
빨랫줄을 받치고 있던 서어나무 기둥이 기울고 빨랫줄이 축 처졌다
당신의 잠자리가 축축할까 봐 고르게 펴서 널었다
오전 나절 무더위에 먹구름이 뽀얗게 말라갔다
뽀송뽀송해진 구름
후 불어온 바람 한 줄기에 가볍게 날아올랐다
푸른 하늘 아득히 깔린 솜털구름
이제 당신에게 나의 하루를 보낸다
구두병원에서
만리재 뒷골목 구두병원 나무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늦가을 바람이 불었고 낙엽이 날아들었다
내 앞에는 젊은 여인의 샌들이 끈이 떨어진 채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또 그 앞에는 내 신발보다 늙은 신발이 순서를 기다리며 쪼그리고 있었다
길 건너편 재개발추진사무소의 간판이 아슬아슬하게 바람에 흔들거렸다
낡은 골목도 뭉개진 지번도 한 구석에 웅크려 있는 개도 모두가 다 신음하는 것들이었다
석양이 삐거덕거리며 철문을 나설 때까지 무릎을 내려다보며 주인은 계속 누군가의 헤진 날을 깁고 있었고 나는 오그라든 실밥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희미한 날들을 생각했다
어둠이 내리고 신발들이 하나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떠나가는 신발 위로 별들이 따라가며 빛나고 있었다
바늘귀
지하철 종각역을 지나며 생각한다
가슴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귀에 줄을 꽂고 다녀야 한다
바늘이 귀에 실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듯
양쪽 귀에서부터 가슴까지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어야 한다
헤진 것들은 실밥을 풀어놓고
실밥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은빛 바늘 하나
귀에 줄을 달고 어둠의 터널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떨어진 것들이 이어지고 헤진 것들이 살아난다
찢어진 것들이 숨을 쉰다
연결된 것들은 모두 가슴이 뛴다
피맛골을 서성이던 왕조의 사람들도
갓끈을 길게 늘어뜨리고 가슴의 소리를 들었다
가슴 속에 실밥투성이인 우리는 서로의 가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지하철에도
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긴 줄이 터널 속으로 단숨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곧 어딘가 밝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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