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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치악산/정치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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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31
바람난 치악산
인쇄 2014. 10. 25 발행 2014. 10. 31
지은이 정치산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46-0 03810
값 8,000원
1. 약력
정치산 시인은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제16회 원주문학상, 제2회 원주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이사. 원주여성문학인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강원도지회 회원. 강원여성문학인회 회원이며, 리토피아문학회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다. 막비 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2. 자서
시인의 말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골마다 불어대는 바람이었다.
굳은살 박인 심장이 왈랑 왈랑 두근거리고,
옷자락이 다리를 휘휘 휘감는 감촉이 좋았다.
폭풍을 몰고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휘몰아치는,
소나기 쏟아지기 직전의 미친바람이 좋았다.
블랙홀에 빠지고, 토끼 굴에 빠지면서도,
그렇게 불어대는 바람이 좋았다.
그래서 그렇게 바람이 났다.
2014년 가을
정치산
3. 차례
제1부 소리를 먹다
말랑말랑 휘청휘청 15
소통을 모르는 그녀는 불통이네 16
해의 장례식 18
남자를 훔치다 19
새한서점 20
위험한 호기심 22
사이에서 듣는다 23
환절기 24
기억을 기다리는 동안 25
갑자기 26
포로롱 27
소리를 먹다 28
읽히지 않아 30
내시수박 31
달빛이 흔들려 32
칼이 필요해 33
신호대기 중 34
울렁증 시작되다 35
그들의 만남은 일회용 36
제2부 들꽃요양원·1
마술―들꽃요양원·1 39
돌싱―들꽃요양원·2 40
그의 길 찾기―들꽃요양원·3 41
휠체어 남자―들꽃요양원·4 42
그의 주소는 병동―들꽃요양원·5 43
그녀의 노래―들꽃요양원·6 44
그의 일탈―들꽃요양원·7 45
프로크루테스의 후예―들꽃요양원·8 46
벽지를 뜯는 그녀―들꽃요양원·9 48
분홍꽃신―들꽃요양원·10 49
매일 같이 구르는―들꽃요양원·11 50
그의 아우라―들꽃요양원·12 52
춤추는 남자―들꽃요양원·13 53
다 자란 아이―들꽃요양원·14 54
꿈의 꿈속에 빠진―들꽃요양원·15 55
그녀들의 대화―들꽃요양원·16 56
아내를 찾는 남자―들꽃요양원·17 57
한 가지 기억에만 빠진―들꽃요양원·18 58
율무차에 빠진―들꽃요양원·19 59
지하철 할미넴―들꽃요양원·20 60
죽었다가 다시 사는―들꽃요양원·21 61
옥수수잎, 그 여자―들꽃요양원·22 62
제3부 들꽃요양원·2
요지경 지구촌―들꽃요양원·23 65
가방을 모으기에 빠진―들꽃요양원·24 66
대박을 꿈꾸는 남자―들꽃요양원·25 67
행성 사람들―들꽃요양원·26 68
행성에서 온 여자―들꽃요양원·27 69
고소 대마왕―들꽃요양원·28 70
튕겨져 나간 남자―들꽃요양원·29 71
실어증에 걸린 남자―들꽃요양원·30 72
꽃을 꽂는 여자, 꽃을 훔치는 남자―들꽃요양원·31 73
바느질 하는 여자―들꽃요양원·32 74
詩, 블랙홀을 더듬다―들꽃요양원·33 75
속삭이는 돌―들꽃요양원·34 76
혀를 자르는 남, 여―들꽃요양원·35 78
추억을 길어 올리는 여자―들꽃요양원·36 79
전직 복싱선수―들꽃요양원·37 80
꿍짝 맞는 그들―들꽃요양원·38 81
십자가, 그의 밥줄, 밧줄―들꽃요양원·39 82
슈퍼문이 뜨던 밤―들꽃요양원·40 83
책 속으로 간 남자―들꽃요양원·41 84
푸른 마을―들꽃요양원·42 86
다시 채워지는 병동―들꽃요양원·43 87
하루 종일 그가―들꽃요양원·44 88
제4부 천도화
화단이 93
청소 로봇의 정신 가출 증후군 94
네비게이션이 필요해 95
스토킹 96
트라이앵글 97
바비인형 오타쿠 98
뻐꾸기 할머니 100
달, 해를 삼키다―이스터섬의 개기일식 101
퍼즐―수잔나와 장로들에 관한 그림 102
농담 104
담쟁이 105
천도화天桃華―바람난 치악산·1 106
꽃밭머리, 치마바위―바람난 치악산·2 107
상원사 가는 길―바람난 치악산·3 108
사월의 치악산에서―바람난 치악산·4 109
오월의 치악산에서―바람난 치악산·5 110
가을 치악산―바람난 치악산·6 111
스쳐가지 못한 그곳에―바람난 치악산·7 112
영화제목처럼―바람난 치악산·8 113
편지―바람난 치악산·9 114
해설/백인덕 115
‘사이’의 감옥에 처방된 ‘플라시보placebo’로서의 시
― 정치산의 시세계
4. 평문
정치산 시인의 이번 시집, 바람난 치악산은 치악산과 들꽃요양원이라는 두 개의 시사적인 세계의 이미지가 주는 충격으로 휩싸여 있다. 하지만 이 시사점 말고도 여러 측면에서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 가령, 시집을 일관한 단련 산문적 형태의 의미라든가, 근래 보기 드문 활달한 의성, 의태어의 사용이라든가, 중의적인 시어의 활용, 강력한 중심 상징들의 의미 등. 어느 것을 중심으로 삼아 시집을 읽어도 나름 기대만큼의 소득이 보장되는 유익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치악산/들꽃요양원으로 비유된 두 개의 행성에 대한 탐색을 이번 시집 읽기의 중심 테마로 삼기로 했다. 구성상 1부 소리를 먹다와 4부 천도화天桃華가 2, 3부의 들꽃요양원 연작을 감싸 안고 있는 형태지만, 이 두 세계는 각기 다른 행성이라고 명명해도 무방하리만큼 간극이 넓다./백인덕(시인)의 해설에서
5. 시
말랑말랑 휘청휘청
잘못 발화된 혀들이 걸린다. 길게 휘돌아 딱딱해진 말들이 담긴다. 말랑말랑 풀어진 말들이 그에게 간다. 휘청휘청 그가 휘어진다. 휘돌아진 말들이 입술에 닿는다. 말랑말랑 감긴 혀들이 휘청휘청 휘어져 그의 머리를 감싼다. 굳은살이 벗겨진다. 그의 머리에서 퍼져가는 동심원이 흔들린다. 흔들리던 물결이 울렁울렁 사라진다. 말랑말랑 늘어난다. 그의 시간이 길어진다. 길어진 시간이 휘어져 다시 입술에 닿는다. 그는 말린 혀를 풀무질한다. 말랑말랑한 혀들이 길게 휘어진다. 휘어진 혀들이 그의 심장을 흔들고 간다. 그의 심장이 왈랑 왈랑 쫄깃해진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울렁울렁 밤이 흔들리고 그의 시간은 환해진다.
소통을 모르는 그녀는 불통이네
지나간 인연들이 톡톡대네. 하트가 전송되고 날개가 전송되고, 황금화살이 전송되네. 말랑말랑한 초대, 가슴이 왈랑 거리네. 새들을 날려버리고 다함께 차차차, 지나간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바퀴를 굴리지. 추억은 추억, 과거는 과거, 다함께 차차차 타이어를 굴리네. 그녀의 첫사랑은 날개달린 화살로 날아와 하트를 관통하고, 타이어로 굴러오지. 헤어진 그의 초대가 시작되네. 그녀의 발렌타인, 심장이 왈랑 왈랑, 가슴이 울렁대네. 하루에도 몇 번씩 전송되는 하트와 타이어로 그녀의 매일은 감미롭지. 착각의 늪에 빠지고 울렁증에 시달리지. 무작위로 보내는 그들의 파티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모른다네. 그녀는,
소통을 모른다네. 전송을 기다리는 그들의 초초한 손가락을, 일곱 개의 시간에 맞춰 놓은 타이머를, 추가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끈질기게 초대하고 하트를 기다리는 그들을, 주고받는 룰을 모르는 그녀의 손가락만 바쁘네. 풍성해진 하트와 날개, 타이어로 커피점을 키우고, 목장을 넓히고, 새를 날리고, 신차를 뽑지. 그녀의 커피점은 매일 성황 중, 그녀의 차차차도 성황 중, 매일매일 풍만해지는 그녀의 답장
을 기다리는 손들은 초초하지. 하트를 구걸하고 날개를 구걸하기 위한 그들의 룰을 그녀는 모르지. 다른 이의 초대로 풍만해진 그녀는 새를 날리고, 신차를 갈아타며 밤을 하얗게 달리지. 그녀의 밤은 하얗고, 그들의 낮은 파리해지네.
해의 장례식
매기매운탕에 수제비 빚어 마시고 불콰하게 돌아오는 길. 창백하게 질린 해는 삶과 죽음의 되돌이표를 빨간 신호등에 걸어 놓고 아주 원시적으로 붉은 구름을 고인돌로 세웠다.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그는 그의 장례로 분주한 주변을 구경하고 있다. 상록수 화원에서는 그의 장례에 보내지는 조화를 주문 받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모두가 다 아는 유명인사다. 그의 유명세만큼이나 보내주는 조화도 다양하다. 다양하게 써 붙인 문구가 그들의 얼굴을 대신한다. 조화로 눈도장 찍고 부의금으로 이름을 대신하며 바쁜 일상이 쳇바퀴에 걸려 굴러가고 있다. 그는 내일 태어나기 위해 구경하던 동백꽃에 투신한다. 툭, 투두둑. 핏빛 잔상이 낭자한 저녁이다. 제 목을 꺾어 지상에서 만개한 핏빛 꽃숭어리, 동박새 날개를 타고 아침으로 승천하는 중이다. 포르르, 포르르, 승천하는 소리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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