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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제멋대로야/정무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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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34
풀은 제멋대로야
인쇄 2015. 7. 20 발행 2015. 7. 25
지은이 정무현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52-1 03810
값 9,000원
정무현 시인은 본명이 기재이며 경북 경주에서 출생하여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하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으로 시노래 보급 운동을 이끌면서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부천시청 시설사무관이다.
시인의 말
눈이 있어,
귀가 있어,
코가 있어,
나를 만들어 간다.
입이 있어
달리고,
울고 웃는다.
그 시간이
바람이었다가, 계곡이었다가, 한 마리 새였다가
만신의 도움으로
손을 얻었다.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손을 얻었다.
2015년 여름
정무현
차례
제1부 풍금소리
풍금소리 15
다정다경多情多景 16
연무 비상 17
나비와 꽃 18
시린 오후 20
사랑 21
겨울을 여는 마을 22
돌아가는 길 23
곶자왈 24
그리움 26
동행 27
비가 옵니다 28
한지공예 29
사연들의 기지개 30
원미 진달래 32
연인이고 싶어 34
간이역 봄바람 35
고목 36
목련이 피려는데 37
때죽나무 38
제2부 세월 바라기
세월 바라기 41
애기똥풀 42
사스레나무 43
강아지풀 44
삼백육십오 45
칠보산의 보물 46
공주 48
꿈의 진행 49
통증 50
비어버린 도시 52
곶-수박 53
욤 키푸르 작전 54
독감 56
새벽 57
버즘나무 58
바르셀로나의 융합 60
먹이주기 61
정물화 62
책들이 놀고 앉아있다 63
레코드 64
제3부 꼭지점
봉이 김선달 67
꼭지점 68
이상한 문제 70
행복하다 71
익은 아이 72
정리해고 74
개니까 76
무병시대 77
놈들의 보드놀이 78
경계측량 80
카메라 81
하루 82
어거지 84
마을 고속도로 86
기러기 87
밤의 얼굴 88
승천 89
열꽃 90
딱지치기 91
변기 92
제4부 시계불알
시계불알 95
금기 96
깡시장 97
베개 98
백년손님 99
존재의 법칙 100
기우 다음은 기대 101
활화산 102
그의 능력 103
밤송이와 성게 104
커피 106
인생살이 107
데니스 홍 108
소록도의 해당화 110
다랑이밭 112
4월의 낮달 113
마드리드 유람 114
알람브라궁전의 환생 115
재래시장 116
벽 117
해설/최광임 119
부조리한 세상과의 불화, 그리고 동행―정무현의 시세계
해설 중에서
정무현의 시들 중 가장 거친 시다. 우두머리개, 폼 나게, 똥을 싼다, 열 받는다, 따까리 등 비속어의 조합들은 정기재의 세상에 대한 시선이 그야말로 얼마나 열 받아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겠다. 우두머리개로 상징되는 대표는 리더다운 철학도 없으며 당리당략을 위한 음모와 술수만 능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아군으로 만들어 음모를 꾸미고 작당한다. 그러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기도 서슴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다음 기회를 노리기 위한 술책일 뿐이다. 정의롭지 않은 방식으로 구축된 것들은 제대로 시행될 리 만무하며,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인정받을 수도 없다. 정기재의 시선은 그 점을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그 사이 개똥밭은 기름지고, 단내 나는 참외가 주렁주렁 열린다며 반어적으로 조롱하는 것이다. 개똥밭에서 단내 나는 참외가 열린다 한들 그 참외를 어느 누가 먹겠는가. 그 참외는 그들만이 즐겨 먹는 것이 될 것이며 단내는 그들의 무리에게만 해당되는 맛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조리한 세상의 행태들은 정무현의 시 수십 편에 이를 정도로 이 시집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정무현의 삶의 의식이 건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일찍이 알았다는 것이기도 하다./최광임(시인)
풍금소리
멀리서 바람을 타고 오는
풍금소리는 교정의 웃음이었다.
태양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머물기도 했고
구름은 검은 보자기를 펴고서 바쁘게 지나갔다.
온통 교정이 적막으로 잠길 때에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세찬 물세례를 퍼부었다.
풍금소리는 시인을 만들고,
음악가를 만들고, 건축가를 만들고,
마침내 도시의 꿈을 만들었다.
풍금 타는 선생님은 천사였다.
악동들은 천사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도시의 꿈이 이뤄진 날
천사는 날아가고,
풍금도 사라지고,
악동들은 모두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다정다경多情多景
산 아래로 길은 휘어지고,
달빛이 떡갈잎에 기대어 부스럭거린다.
바람은 가뭇가뭇 발걸음은 조박조박,
이따금 풀벌레 울음 하얀 길을 만드는데
산허리를 돌아 난데없는 떼 소리,
개구리 세상이다.
달빛이 떼 소리에 밀려 들판에 눕는다.
밀밭 서리 기어가는 소리,
몰려오는 창꽃들 흔들리는 소리,
소 꼴 베는 풋내 낫질 소리,
감꽃 아래 낙감 줍는 발자욱 소리,
사방치기 돌 뿌리는 소리,
말뚝박기와 가댁질,
흘러가버린 것들이 걷잡을 수 없이 시려온다.
햇살 등짐지고 돌아가는 길,
들판을 차지한 여린 논에는
어젯밤이 볏모로 숨어 배실거린다.
연무 비상
어둑새벽은 돌아 설익은 모양을 드러내고
뿌연 고요는 일순 매혹으로 번진다.
발목에 닿는 밭둑길 이슬 두른 풀잎에서
온몸으로 새벽을 빨아올린다.
치걱대는 밭둑길 연무 속에서
물비늘 꽂히는 길을 지나야 꿈의 자락을 잡는다지.
드러나는 밭이 번지면서 희망산이 둘려있는데,
이 터전에서 싹을 틔운 아이가
햇살 바르며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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