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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계간지작품상

2015년 제2회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자/리토피아 정치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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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645회 작성일 19-02-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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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2015년 제2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그의 말을 훔치다·5
-전설을 기록하는 시인
정치산

삼백육십오일 해가 깃들고 달이 깃드는 거기가 있다.
거기에 원고를 주면 죽는다는 전설이 있다.
그가 신문을 펼쳐놓고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한다.
거기에 원고를 주면 죽는다는데, 잠시 고민 한다.
죽기 전에 넘겨야 할 원고를 생각한다.
죽기 전에 남겨야할 원고를 꺼내드는 순간
원고를 향해 날아온 칼에 붉은 피를 묻힌다.
원고를 주면 죽는다는 전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몇 편의 CF를 내보내고 있지만 세상은 갸우뚱 한다.
하늘의 노여움을 받아 쫓겨난 새들이 원고를 가져온다.
전설을 기록하는 전설적인 시인을 알고 있나요?
매일 아침신문에는 전설적인 시인을 찾는 광고문구가 실린다.
몇몇이 거기에 원고를 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는 풍문이 있다.
죽기 전에 거기에 꼭 원고를 주어야 천국에 갈수 있다는 소문에
전설이 늘어나고 원고가 넘친다.
삼백육십오일 해와 달이 깃드는 거기,
쫓겨난 새들이 원고를 물고 온다는 거기,
죽음을 무시한 원고들이 출판을 기다리고 있다.


천안천화千眼千話

그의 손에서 천개의 눈이 자라나 천개의 꽃으로 핍니다. 천개의 눈에서 천개의 말이 피어납니다. 천개의 눈과 천개의 꽃, 천개의 말이 당신의 방을 빙글빙글 돕니다. 여전히 북극성은 제자리입니다. 시간을 멈춘 벽이 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어깨에서 뱀들이 자랍니다. 잘라도, 잘라도 다시 자라나는 뱀. 제 살을 깎아 먹고 다시 돋아나는 뱀들이 자랍니다.
그의 어깨에서 말이 돋아납니다. 잘라도 잘라내어도 다시 돋아나는 말들이 날개로 피어납니다. 날개로 피어난 말들은 천개의 문입니다. 그 문밖에 시간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기억을 먹고, 생각을 먹고, 꽃을 먹고, 말문이 열립니다. 말문이 트입니다. 그의 어깨는 말들이 드나드는 문, 닫아도, 닫아도 자꾸만 열리는 그의 어깨에서 그대가 돋아납니다. 그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리토피아 2015년 제2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선정평

주지의 사실이지만, 계간 <리토피아>의 모토는 “자생적 담론으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다양한 글쓰기의 분열과 융합의 장(場)을 마련하는 데 있다. 정치산 시인은 2011년 본지를 통해 등단한 이후, 제16회 원주문학상, 제2회 원주여성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고, 최근 첫 시집, 『바람난 치악산』을 상재하면서 더욱 활발하게 그 시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수상작품들은 첫 시집의 1부에서 예기(豫期)된 죽음욕동의 승화(昇華) 문제를 더욱 천착한 것으로 보인다. ‘전설/원고’(「그의 말을 훔치다」)의 관계와 ‘그/눈, 꽃, 말’(「천안천화千眼千話」)의 변양(變樣)과 뒤이은 ‘말→x(날개, 문, 시간 등)’으로의 분기(分岐)는, 즉 작품을 발생시키는 시인의 전략은 이채롭다. 이는 정치산 시인의 특질을 단순한 서정적 초월이나 무의식의 발화로 묶어둘 수 없는 문제와 시사점들을 함축한다. 긴 작업이 될 것이므로, 이번 수상이 시인에게 뜻 깊은 격려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장종권, 백인덕(글)


▪리토피아 2015년 제2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선정소감

검은등뻐꾸기 울음엔 ‘소쩍 소쩍’ ‘뻐꾹 뻐꾹’ 같은 의성어가 따로 없다고 한다. ‘첫차 타고 막차 타고’ ‘언짢다고 괜찮다고’ ‘혼자 살꼬 둘이 살꼬’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작작 먹어 그만 먹어’ ‘머리 깎고 빡빡 깎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잡념을 벗고 정진하라고 울었다던 전설은 아무 상관이 없다. 각자 들리는 대로 듣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바람이 분다. 바람에 부대끼며 흐르는 나의 노래도 누구나 들어도 각자 들리는 대로 듣고 느끼고자 하는 대로 느꼈으면 좋겠다. 이끌리는 대로 열심히 이 길을 걷고 있지만 늘 모자라고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가끔은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기도 하지만 나를 일으켜주고 격려해주는 손길에 다시 또 일어서 걷는다.


▪정치산 약력
시인은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제16회 원주문학상, 제2회 원주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이사. 원주여성문학인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강원도지회 회원. 강원여성문학인회 회원이며, 리토피아문학회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다. 막비 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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