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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계간지작품상

2019년 제6회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자 정무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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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8회 작성일 20-09-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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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2019년 계간지 작품상

정무현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풀은 제멋대로야. 

 

수상작

특이한 명작

 

 

꿈속에서 큰 뱀을 타고 물속을 휘달렸지

깨어보니 천장의 비가 이마로 떨어지고 있었지

꿈처럼 쓰는 것이 명작이라는 거지

우리들은 해독서가 필요하지

 

우락부락한 장비보다는 부드러운 창비라는 녀석이 있지

그들은 강력하고 독립적이지

그들의 자부심은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보다 강력하지

그들의 무기는

가스실에서 사람을 비누로 만드는 것쯤이지

아파하고 신음하고 처절히 고독해 하며

그들만의 기술로 반짝반짝 빛을 내지

반짝이지 못하여 해독이 불가하면

주술사가 주술을 풀어 멋진 보석으로 만들지

그들의 신음은 특별한 보석이 되는 거지

그 신음은 사실 다들 가지고 있지

인류라는 긴 길이에서

한바탕 풍악이지

 

 

 

 

, 잃어버리다

 

 

네온은 밝은 곳에서 더욱 밝아지려 하고

가로등은 주위를 지치도록 밝히고

헤드라이트는 드러누운 자를 용케도 밝히더니

저마다 밝아지려한 날로부터 별은 떠났다.

 

보석과 연인이라고 불러도

그립거나 외롭기는 마찬가지였고

밤이 있었기에 만날 수 있어

미루나무 끝의 달을 감싸고 돌며

툇마루에서, 평상에서, 장독대에서, 안길에서,

수북이 쌓여 머물다 밤을 마무리했던 별은 떠났다.

 

사람은 더욱 밝아지려 하고

전설과 성어는 낡고 얇은 놀이가 되고

뾰족한 전파는 신기루로 날고 오르더니

사람이 별이 되겠다 한다.

수줍고 여린 사연이 밤을 채우고

마주할 때에 맞아준 별들은 떠났다.




당선 소감

 

글을 쓴다는 게 그렇게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먹고 살아가는 일에 아니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통상적인 일에 통상적인 행동으로 통상적으로 사는데 젖어있었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시인이라는 통상적이지 않은 이름이 붙어지게 만든 리토피아가 있었다. 우연하게도 공직을 마무리할 즈음 리토피아라는 계간지를 알게 되고 나는 거기서 다시 예전의 문학소년으로 돌아가는 희열을 맛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서일까, 펜을 잡기만 하면 누구 말대로 수도꼭지처럼 물이 줄줄 나오는 그런 나는 아니었다. 평시에 유연하다고 생각하던 머리는 유연한 것이 아니라 진흙처럼 끈적였고 펜을 잡기만 하면 글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손은 미꾸라지처럼 흙탕물이 되는 것이었다. 어느새 생의 대부분을 차지한 통상적인 일에 자연스레 머물고 있는 내가 더 편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다시 한번 변화의 조짐을 만드는 소식이 들려왔다. 계간지 수상이라는 과분한 상이 모두의 결정에 의해 주어진다는 것이다.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나의 무딘 날이 얼마나 또 힘들게 썰어야 반찬이라는 이름으로 식탁에 오를 수 있을까. 다만 잠시 치열한 글쓰기를 떠나고 보니 언 듯 언 듯 떠오른 시상을 편안하게 메모로 남겨 놓고 있었다. 결국 나는 글쓰기를 떠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나의 글쓰기는 다시 한번 변화의 바람을 맞을 것 같다./정무현




심사평

 

 

새로운 산업혁명의 압력이 문화, 아니 인간 조건의 모든 부분을 짓누르는 지금, 상상력의 외연(外延)은 이미 조합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넘어서 버렸다. 이제는 알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며, 상상하지 않은 것을 간단한 확률과 반복의 힘으로 창조할 수 있다. 예술의 근간인 창조성의 해부적 특성이 거의 다 드러났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문화는 창백해지기 보다는 더 생생한 현실과 활기로 살아나고 있다. 시와 같은 담론(談論)’의 경우, 해석의 자유로움과 재배치, 즉 스토리텔링의 정교화가 이러한 활력을 견인(牽引)하고 있다고 보인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리토피아는 최첨단이나 선도적인 이슈, 또는 논쟁의 참여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자생적 담론으로 시정신의 유토피아를 지향했다. 이는 상상력의 확대만큼이나 해석의 다양함도 크게 주목해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 수상자로 결정된 정무현 시인은 당연한 듯이 보이는 질문을 다시 뒤집어 해석의 가치에 대해 되묻는 메타적 성격을 보여준다. 그는 네온은 밝은 곳에서 더욱 밝아지려 하고/가로등은 주위를 지치도록 밝히고/헤드라이트는 드러누운 자를 용케도 밝히더니/저마다 밝아지려한 날로부터 별은 떠났”(, 잃어버리다)음을 알고 있다. 즉 그가 표현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裏面)에서 던지고자 하는 해석적 질문은 자연과 세계, 나아가 우리 존재의 본질 문제인 것이다. ‘인류라는 긴 길에서어쩌면 신음일지도 모르지만, ‘한바탕 풍악이라 믿으며 사태의 이면을 향해 질문의 뜨거운 꼬챙이를 아프게 다시 박아 넣는 것이다. 그 자세가 이번 수상을 더욱 빛나게 한다./장종권, 백인덕, 남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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