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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계간지작품상

2020년 제7회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자 정미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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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93회 작성일 20-09-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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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 수상작품 2

이사의 달인

 

 

하느님은 이사철도 아닌데 짐을 꾸리라 한다.

너구리 근성이

금싸라기 땅 지구에 붙박이로 눌러앉을까 봐.

 

어느 해 봄은 오동나무 관값을 올리고

어느 가을은 달동네에 화장터를 들였다.

 

윤달맞이 안동포 황금수의도

개똥밭 떠나면 그뿐,

등 떠밀려 사는 목숨 세간도 없어요.

 

층간소음 부르고 장맛비에 침수가 대박입니다.

하느님,

달인이 되었으니 복 한 채 지어주세요.

 

 

 

 

저울꽃

 

 

두타산 중턱의 오래된 암자에는

어머니의 무릎관절이 놓아버린 꽃이

인편에 실려

이름표를 달고 자라고 있다

 

하늘문 계단을 오르는 아찔한 등 떠밀며

꽃을 보고 오너라

신도증 속에서 꺼내주시는

꽃번호가 땀에 젖어 꾀죄죄하다

 

법당 안 만개한 꽃밭을 두리번거리며

무릎걸음으로

연잎을 헤치고 탱화의 골짜기를 넘느라

목덜미가 당긴다

 

가난한 어머니가 사시사철

손금 닳도록 빌어도 모자란 기도가

신중단 부처님 곁에서 일가를 이루어

소원성취 촛불에 피고 있다

 

용돈을 저울질한 손이 부끄럽다.

 

      

 

수상소감

    

독일의 시인 헤르만헷세는 신학교를 퇴학한 후, 17세에 튀빙겐의 대학촌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였다. 그의 꿈은 문학에 대한 열정이었으며,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했다. 한때 나의 꿈도 서점의 점원이었다. 동네 만화방에서 우주소년아톰황금박쥐’, ‘의사까불이’, ‘요괴인간시리즈를 섭렵한 후,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서였다. 역 앞에 있는 서점을 기웃거리며, 점원이 되면 책장에 빼곡한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시를 쓰면서 아직도 목마른 것은 부족한 독서량이다.

 

나에게서 시 쓰기는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며, 자기검열이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순한 눈이다. 부족한 작품을 선정하여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정미소

 

      

선정평

뚜벅뚜벅 산맥을 건너가듯

      

시가 작아지고 있다. 시의 영토가 한없이 옹색해 지고 있다. 목소리의 문제다. 철학적 통찰이나 인간 삶의 현실을 외면하는 시가 많다. 세상은 양면적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다. 괴로움도 즐거움도 있으며 행복도 불행도 있고 내가 있으며 너도 있다. 문학이, 시가 한쪽만 바라본다면 그건 반쪽짜리다. 의외로 추억의 환기나 얄팍한 감성 자극에 그치고 마는 작품이 많다. 세상의 모든 시가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7회 계간지우수작품상에 정미소 시인의 이사의 달인, 저울꽃을 선정했다. 그의 시는 활달하고 호쾌하다. 종종대지 않는다, 산맥을 건너가듯 뚜벅뚜벅 걸어간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세상은 부동산 광풍이다. 수도권을 넘어서 온 나라가 난리다. 정치, 경제, 심리,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사의 달인에서 그는 그 무엇도 탓하지 않는다. 원망하거나 징징대지 않는다. “윤달맞이 안동포 황금수의도/개똥밭 떠나면 그뿐”, 외면하지 않고 무심한 듯 자신만의 눈으로 현실을 읽어낸다.

김현의 말대로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이 보여줘야 한다. 산맥을 넘듯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그의 화법, 시적 공감을 획득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 쪼그라든 시의 영토를 확장 시켜 줄 것이다. 수상을 축하한다./장종권, 백인덕, 안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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