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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자작나무 숲/ 안명옥 - 내일신문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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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마당] 뜨거운 자작나무 숲

'여자만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양파 몸을 벗길 때마다/ 양파는 나 대신 운다// 미끌미끌한 것은 양파의 유머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양파의 자유다// 양파는 칼날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수많은 실핏줄을 감추고// 몸 속 깊이 자궁을 숨기며/ 파란 싹을 피워내고 있다// 양파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해맑은 표정 속/ 매운 향기가 쟁여있다// 연애 한번 하자고 옷을 벗기다가/ 내 속을 들여다보고/ 당신은 자꾸 울었다' ('양파' 전문)
안명옥 시인의 신간 '뜨거운 자작나무 숲'이 출간됐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시집이다. 그의 시 '자작나무 숲'에서 "어둠은 포근해서 좋"고 "추운 곳에서 자라는 습성을 가진 자작나무"는 "젖어서 더 활활 타 오른다". 시 '양파'에서 "연애 한번 하자"라고 했던 그는 "내 속을 들여다보고" 울고 만다.
특히 안 시인은 '착해지지 않아도 돼, 이젠 뭐든'이라는 시에서 열심히 살아온 대다수의 선량한 우리들을 위로한다. 시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겨우내 씨앗 하나 허락하지 않던 내 자궁/ 아직 죽지 않았다고 민들레꽃을 피워/ 콘크리트 심장을 가진 후로 뜨거운 여자가/ 됐나 몰라// 뭐하냐고? 그냥 햇빛을 오래 바라보고 있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도 덜 일하고 내 시간을 가져/ 일만하러 지구별에 온 건 아니거든/ 모처럼 뇌에 따듯한 에너지가 차올라// 나 좀 안아줄래? 나 꽃샘추위/ 바람을 꼭 안아주지/ 내 젖무덤에 얼굴을 묻은 바람이 순해져,/ 사납던 마음도 착해지지// 착해지지 않아도 돼, 이젠 뭐든 다 이해 해/ 생각 따라 구름 색깔이 변하고 누군가의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 하나 자유로워지고/ 배회하는 비닐봉지야, 내 품 안으로 오렴'.
한명희 시인은 발문 '발칸의 장미, 명옥에게'에서 안 시인이 생활인으로 살고 있음을 언급한다. 안 시인은 평범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생활인으로 녹록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시들은 우리를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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