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진 기 냉장고가 운다 어둠 속에서 낮게 흐느끼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울음을 뚝 그친다 한밤중에만 캄캄하게 우는 냉장고
어머니가 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식들 앞에선 언제나 강했던 어머니 어두운 골방에서 저리도 낮게 흐느끼셨다 슬픔을 동결시킨다 터지는 호곡을 가슴속에 우겨 넣는다 얼어붙은 울음들이 냉동실에 빽빽하다 - 계간 리토피아 겨울호에서 ■ 양진기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성남고 교사.
■ 감 상
한밤중 곤히 자다가 문득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날에는 건넌방일 수도 있고 어느 날에는 차가운 윗목일 수도 있고 어느 날에는 방문 건너 어두운 마루끝일 수도 있다. 가슴이 아려온다. 꼭 감은 눈을 뜰 수도 없다. 어쩌면 그것은 어머니만의 드러낼 수 없는 아픔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아픔을 혼자 곱씹으며 혹시라도 자식들에게 들킬세라 숨죽여 흐느끼곤 했다. 한밤중 흐느끼다가 간혹 멈추기도 하는 냉장고처럼 어머니는 그 아픔과 슬픔들을 가슴 속 깊이 냉동시켜 감추어두곤 했던 것이다. /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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