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 초 숙소 옆에 개를 여러 마리 키우는 집 검둥이 목에 감긴 줄이 너무 꽉 조여진 것 같아서 그걸 풀어주려고 다가갔는데 검둥이는 이빨 드러내고 앞발로 버티다 대문 지주목 밑동을 야물게 씹어버렸다 위아래 이빨이라도 부러졌는지 피가 질질 흐르는 잇몸을 핥으며 바들바들 떤다 겁에 질린 검둥이를 껴입고 바들거리는 햇살, 쭈그러진 개밥그릇에 담긴 황당한 햇살이 피 흐르는 잇몸에 박혀 빛난다 -계간 리토피아 봄호에서 ■ 이병초 이병초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1998년《시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밤비』,『살구꽃 피고』가 있으며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이다. ■ 감상 개의 본성이 원래 착한지 사나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개 역시 본시 야생의 동물이라 생의 욕망이나 먹이 구하기에 있어서라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야성적일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간들에게 사로잡혀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먹이를 챙겨주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태도로 바뀌었을 것이다. 먹이를 챙겨주는 주인 외에는 대부분 공격자로 오인이 될 수도 있다. 그 때는 사나운 본성이 나타난다. 도와주고 싶어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개들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무릇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이와 비슷하다./장종권(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