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할미넴
                                                  /정치산
 
 
   에미넴을 닮은 할미넴의 공연이 시작된다. 
  욕랩이 쏟아진다. 쏟아진 욕들이 빙글빙글 춤을 춘다.
  니미 씨부럴, 배라 처먹을 것들, 요런 벼락 맞다 죽을 것들,
  왼갖 지랄 다 하네. 
  벌집을 콱 쑤셔가지고 눈탱이고, 대갈박이고 죄다 쪼사 버릴 것들, 
  뭐하는 것들인지 똑바러 사러,
  아주 안하무인이야, 남의 얼굴 치다보고 치떴다 내리떴다
   용천지랄하고 개지랄 하고 자빠졌네. 
  이 잡것들아, 니가 빨갱이여, 판사여, 검사여, 
  예엠병, 빨갱이들만 저 지랄이여, 어디서 나대, 
  꼴값한답시고 찢어진 아가리 함부로 놀리고 씨부리고 자빠졌네. 
  환장했어, 엇다 대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고 지랄발광이야. 
  꼬락서니 하고는 멀 잘혔다고 고렇게 꼴아봐? 
  참말로 깨고랑창에 대가리를 꽉 파 묻어버릴 놈들.
  욕쟁이 할미넴의 욕랩 공연이 2호선 지하철을 따라 돌고, 돌고 돌아가고 있다.
  - ‘시집-바람난 치악산’ / 2014·리토피아 
 
  카타르시스에 이르는 최고방법이 욕이라고 했던가. 욕은 만병통치약과 같이 욕을 할 때 삭신이 시원할 때가 있다. 욕먹을 일을 했을 때 욕을 먹으면 차라리 속이 편해질 때가 있다. 욕을 할 때는 그래도 욕을 먹는 대상에게 일종의 미련이랄까 연민의 정이 있다는 무의식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욕먹을 일을 하지 않고 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랴. 문제는 욕먹을 짓을 했다는 자각이 있어야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걸쭉한 욕이 있는 세상은 욕먹고도 감지덕지 하는 사람이 있는 세상은 아름답다. 욕으로만 좋은 시를 쓴 시인의 역량이 돋보이고 시로 세상을 감동 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된다. 욕은 어쩌면 사람의 마음이 피우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의 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인 김왕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