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언론보도

[북 리뷰] '베로니카의 수건'을 가슴에 품고(문화저널21 2010.2.20)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926회 작성일 10-03-30 17:56

본문

[북 리뷰] '베로니카의 수건'을 가슴에 품고 

허금주 시집 <오늘만 아름다워라> 
문학편집팀   

아버지는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사라져 버렸다
나를 처음으로 뚫고 지나갔던 어둠의 끝,
손수건의 이편과 저편, 건너가면
바람과 구름과 눈꽃은
그날의 통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온밤을 고열에 들떠 헐떡이던 아버지의 얼굴
내면 깊숙이 할 말은 가득해도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를 닮은 알록달록 손수건으로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부르며 땀을 닦은 나는
흔적을 목숨처럼 감싸 안았다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노래들로 나를 완성해다오
- 베로니카*의 손수건
                                                     
* 그리스도교의 성인 

1993년 심상으로 등단한 허금주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오늘만 아름다워라>를 상재 하였다. 그의 시 ‘베로니카*의 손수건’ 에 등장하는 베로니카는 그리스도교의 성인으로, 옷장의 일꾼, 청소부, 포목상인, 사진가, 자수를 놓는 사람들의 수호성녀로 추앙받는 존재이다. 베로니카란 라틴어로 “베라 이콘(vera-icon)"으로 ”참모습“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베로니카라는 여인은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땀을 자신의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고 전해지는 예루살렘의 한 여인이다. 예수님의 참혹한 수난의 여정을 지켜보다가 피땀을 흘리는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주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아주 잠간 예수님의 피땀을 닦았을 뿐인데, 그 수건에 예수님의 눈, 코, 입뿐만 아니라 머리카락과 수염,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상을 응시하는 얼굴 모습이 그대로 손수건에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베로니카의 땀수건(sudarium)’에 그려진 예수님의 얼굴은 인위적이지 않는, 또는 인간의 손으로 그려지지 않은 그림 “아케이로포이에토스(acheiropoietos)'"의 개념을 촉발시키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그림이 갖는 신성성과 신화의 원형이 되었다. 그 후 ”베로니카의 수건“을 보게 된 병자들은 질병에서 치유되었다고 한다. 천사와 야곱이 환도 뼈를 다친 뒤에 ”베로니카의 수건“ 속에 예수님의 모습(volto santo)을 보고 ”내가 여기서 주님을 대면하고 목숨을 건졌구나 (vidi deum facie ad faciem et salva est animamea)"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를 닮은 알록달록 손수건으로/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부르며 땀을 닦은 나는/흔적을 목숨처럼 감싸 안았다 (베로니카*의 손수건 일부)’에서 보듯 허시인은 육신의 아버지 임종을 지키면서 ‘온밤을 고열에 들떠 헐떡이던 아버지의 얼굴’을 참담고도 슬픔 가득한 마음을 추스르며 자신의 손수건으로 아버지의 얼굴에 흘러내리던 땀을 닦아 드렸던 것이다. 이제 이승의 모든 것들과 결별하고 적멸의 시간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허시인의 아버지 얼굴의 땀을 닦아드리며, 마지막으로 허시인의 손안에 남아 있는 생전의 아버지의 땀은 아버지의 생생한 흔적이 되어 ‘목숨처럼’두 손으로 감싸 안았던 것이다. 마치 성녀 베로니카가 예수님의 수난의 마지막 길에 피땀을 닦은 수건을 목숨처럼 끌어안았던 것처럼.

사람은 어떤 때 스트레스(stress)를 느낄까? 스트레스란 외부나 내부의 변화에 의한 우리 몸의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뜻 한다. 우리 인간은 살아가면서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처하여 우리의 신체나 정신의 기능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 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조화를 이루게 되고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안녕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14년 생리학자 Walter B. Cannon은 스트레스를 ‘유기체에 해를 가하는 감정 상태’라고 정의 한 이후, 스트레스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정립한 Selye(1956)는 스트레스를 ‘어떤 욕구에 대한 일반적이고도 비 특징적인 자연스런 반응이며 한 유기체 즉, 조직이 한 개인에게 작용하는 외부적 압력’으로 보았다. 그 후 스트레스를 수치화하는 연구도 생겨났으며, 인간이 느끼는 스트레스 중 가장 수치가 높은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고 보고하였다. 죽음이 인간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가 죽음이후의 세계를 알지 못함이기 때문이다. 또한 죽음은 지상의 모든 대상들로부터 완벽한 결별을 의미하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우리의 슬픔과 절망으로 파생되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고, 그러한 스트레스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변화를 초래 하게 된다. 

스트레스 유발인자로는 ‘신체적인 스트레스, 정신적 스트레스, 감정적 스트레스, 환경적 스트레스, 상황적 스트레스’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스트레스 유발의 모든 요인이 작용하여 우리의 항상성(homemostasis)에 치명적인 변화를 초래 하게 된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 오랜 시간을 방치하게 되면 신체적 정신적 질병에 걸릴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곤란 해 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항상성의 회복을 위해서 스트레스 대처 전략(stress coping method)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긍정적인 대처 전략으로 ‘신체적 건강, 에너지 자원, 사회적 지지자원, 심리적 자원’등이 있으며 이러한 대처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우리의 항상성을 회복 할 수 있는 것이다.

S. Freud는 인간의 정신적 항상성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 그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다양한 방어기제의 사용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게 되면 한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행동이 창출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승화(Sublimation)라는 방어기제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욕망이나 충동, 또는 결핍 등을 예술, 스포츠, 문학을 통해 차원 높게 해결하는 전략이다. 허시인은 육신의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냥 슬퍼만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시를 통해서 슬픔을 승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수난을 오버랩 시키며 한 차원 더 높은 정신의 세계 속에서 자신을 치유하고 있다. 허시인의 세례명이 ‘베로니카’이다. 
앞으로 허시인은 그녀의 세례명이 암시하듯 “문학이란 땀수건”을 가슴에 품고 더 깊고 너른 세상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허금주 시인은 부산에서 출생 하였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성신여대를 거쳐 한양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 하였다. 1993년 <심상>으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저문 길은 나에게로 뻗어 있다>, <책으로 태어나는 여자>가 있다. 제 9회 우리문학상을 수상 하였으며, 2004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시부문 수혜자이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이며, 카톨릭문인협회, 목월문학포럼회원이다. [리토피아] 값 7,000원.

문화저널21 문학편집팀 서대선 편집위원 (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
추천10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