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부산일보 2008.9.5/고교생이 시인이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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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산고 3학년 황성일군 문예계간지 '리토피아'서 등단
혹시 대필한 건 아닐까? 너무 이른 나이에 등단해 제대로 크지 못하면 어떡하지? 문예계간지 '리토피아' 편집자들은 투고된 시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생이 산전수전 다겪은 늙은 티를 지나치게 시 속에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분의 시간과 과제를 줘서 작품을 다시 받아보고 수상을 결정키로 했다.
리토피아 편집자를 혼란에 빠트린 주인공은 바로 부산 지산고등학교 3학년 황성일(18·사진) 군. 문예계간지 '리토피아'의 2008년 하반기 신인상을 수상해 이제 '시인'이란 이름으로 정식 등단했다.
심사위원들은 신선한 소재의 발견, 발랄하고 역동적인 상상력, 개성적인 감수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이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직조하는 언어 능력의 탁월성에 주목했다.
'남극의 눈 속에서 냉동인간이 발견되었다. 실종 153년. 그의 나침반은 남쪽으로 얼어있었다. (중략) 얼마간 말을 잇지 못하던 사람들. 떡 벌어진 입 안으로 153년 전의 눈발이 날아든다. (중략) / 남극의 냉동인간이 구조대원을 발견했다. 해가 뜨고 진지 10개월.'('153년' 중에서)
영화 '남극일기'를 보고 쓴 '153년'은 냉동인간과 구조대원의 극적인 만남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일시에 소거시키고, 특히 마지막 구절은 사실의 왜곡을 통해 감동적 진실을 이끌어 내는 역발상의 신선함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았다.
늙은 어부의 삶을 흰 수염고래로 상징한 '잠수함', 암투병 할머니의 절망을 행복한 다이어트와 결합시켜 비극적 아이러니를 보여준 '분홍 다이어트' 등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많다.
그의 시를 본 조풍호 시인은 "시의 구조를 짜는 데는 탁월하지만, 어린 나이에 구조를 짜기 시작하면 감정이 메말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심사위원들도 "현란한 언어 놀이에 빠져 자신도 모르는 시를 낳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황성일은 "공부를 못할 정도로 시에만 빠졌다"면서 "지나친 관념성에 대한 지적은 고쳐나갈 것"이라 했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09.0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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