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래노래방(기타공연)
신원철 시인/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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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 탁자의 회상'
땀 흘리며 엘리어트를 토론하고
아름다운 영시를 낭송하고
노래방에서 남은 힘을 다 쓰고도
못다 푼 흥분이 있어,
편의점 앞 노천 탁자에 모여
깡맥주를 마시며 건포를 씹는데
검은 산 그림자는 우리를 에워싸고
산산한 바람 흘려보내고 있다
15년 전 지방분교의 스쿨버스는
저녁 7시쯤 도착했고
동대문 광장시장 계단 밑 구멍가게 앞에서
통조림 안주로 맥주를 마시던
내 술벗은 평생을 시간 강사로 늙은 노인,
슬슬 지쳐가던 나도
애환에 찬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분개했었다
내 평생 그처럼 맛있는 술은 다시 없으리
추억은 지나갔다
한 무리의 술 취한 동료들이 또 합류하고
밤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쪼개놓은 수박은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데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수안보의 밤은 그렇게 익어 가는데
노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술통처럼 통통하던 그는 지금도 은하 저 너머에서
술판을 벌여놓고
홍소를 터뜨리고 있을까
신원철
1957년 경북 상주 출생
2003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나무의 손끝
시사랑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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