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래노래방(기타공연)
채수옥 시인/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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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아버지'
당신께 가는 길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풀이 깊습니다
가시덤불, 칡넝쿨에 걸려 나는 여전히
자주 넘어집니다
무성한 잡초들
조선낫으로 탁탁 치며 가는 길
굉음 울리며 비행기 한 대 지나갑니다.
잠들었던 산이 화들짝 깨어납니다
당신,
은사시나무 이파리 뒤에서
하얗게 흔들리며 반깁니다
제멋대로 자란 풀들을 베고 나니,
비로소 당신의 자리가 보입니다
봉분 위까지 뻗어온 아카시아
질긴 뿌리를 보여주며 당신은
무어라 당부하십니다
달맞이꽃 얇은 꽃잎이
당신 곁에서 함께 야위었습니다
채수옥
2002년 ≪실천문학≫ 등단
물음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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