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래노래방(기타공연)
허금주 시인/2회
페이지 정보

본문
'노래는 나의 빛'
수국의 밤
나는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혀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조금 전 손을 잡은 사람들의 얼굴과
펼쳐 든 책의 글자 위로
부우연 안개가 서려
분간할 수 없는 움직임 속에서
나는 그 많은 말을 버리고
정신을 잃지 않게 하소서
하나의 기도를 주문처럼 외우며
오래도록 가슴에 묻어둔 노래 하나가
너와 나 사이로 흘러가기를
흐르는 그 노래가
초점을 잃어가는 내 눈의 시력을
잠시 다른 세상을 투시하는 빛이 되기를
이것이 내 삶의 떨리는 최후여도
간절한 노래의 자리에 서있으니
지극한 축복임을
나는 정점에서 편안해졌다
노래가 끝난 후
내게 남은 것은 깊은 수면뿐
누구도 나를 깨우지 못했고
잠속에서도 가던 그 길의 아득한 흔들림
잃어가던 시력이 조금씩 사물을 알아보며
나를 세상의 길로 인도할 때
다시금 울려오던 떠나간 시간의 노래여
노래의 빛이여
나, 노래에 살리라
허금주
1993년 ≪심상≫ 시 등단
2001년 ≪한국문인≫ 평론 등단
시집 책으로 태어나는 여자 외
추천7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