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작품(시,시조)
폐업 안내문 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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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안내문 /박 철 웅
식료품가게 벽에 북어가 십자가의 예수처럼
자신의 몰골을 걸어 놓고 죽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어 곁에 굴비도 대롱대롱 매달려서
자신의 모습을 굳건하게 보여주고 있다
- 죽기 살기로 살아가라는 예언 같다
가게를 지날 때마다 생을 접으면 저런 몰골이구나
생을 폈다가 접었다가 또 펴 보는 일이 일상이다
가게 벽에 굴비도 북어도 사라지던 날
유리창에 문장 하나 유언처럼 걸려있었다
- 사업을 접습니다 내 목숨 같은,
시인
미안하다
뭐라 말할 순 없어도
글 쓰는 집안이라 가난하다는
목월의 아내 얘기 아니더라도
삶은 충분히 가난하구나
가난하여 삼경이 넘도록 초승달은
배가 고프고
구름 사이로 유영하는구나
미안하다
오늘,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왼 어깨론 허공을 밀고
오른 어깨론 공허를 밀고
노트를 적시구나
훗날, 혹 시간이 나거든
말 없는 말을 짚어 보아라
가끔은, 문장 속으로 놀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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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주희님의 댓글
박주희 작성일안녕하세요

박주희님의 댓글
박주희 작성일처음뵙습니다

박주희님의 댓글
박주희 작성일가을입니다<br />2016년 9월 29일 목요일 오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