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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 백인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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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가 주최하고 계간 리토피아(주간 장종권)가 주관하는 제11회 김구용시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3월 27일(토) 오후 5시 재물포 아라아트홀에서 진행되었다. 수상자는 지난 1월 시행된 심사(본심-강우식, 허형만, 장종권)에서 백인덕 시인(시집 '북극권의 어두운 밤', 시인동네 발행)으로 결정되었다.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강우식 시인은 심사평에서 ‘김구용의 시세계나 백인덕의 스승이었던 이승훈의 시나 백인덕이 가진 시적 흐름이 크게는 같다고 보고 이 상을 심사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라고 했으며, 허형만 시인은 ‘이 시대 민중의 현실적 아픔이 꿈과 희망으로 작품 곳곳에 스며들고 녹아있는, 시인의 따뜻한 시정신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제11회 리토피아문학상(수상자 김영진 시인)과 제4회 아라작품상(수상자 이성필 시인), 리토피아 신인상(소설부문 채삼석, 시부문 김재윤, 박미경, 송창현 외)도 시상을 같이 한다.
김구용시문학상운영위원은 김동호(시인), 박찬선(시인), 강우식(시인), 허형만(시인), 문효치(시인), 김태일(시인), 장종권(시인), 구경옥(유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1회 수상자
백인덕 시인(수상시집 : '북극권의 어두운 밤', 시인동네 발행)
수상자 백인덕 시인은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끝을 찾아서, 한밤의 못질, 오래된 약,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단단斷斷함에 대하여, 짐작의 우주, 북극권의 어두운 밤을 냈고, 저서에 사이버 시대의 시적 상상력 등이 있다.
심사평
실적 아픔이 꿈과 희망으로 곳곳에 스며있어
인간의 생명이 하루아침에 풍전등화였다. 한국분단 전쟁의 초토화된 거리를 방황하며 동가숙서가식 그 지독한 시대고 앞에서도 시를 써야 했던 50년대의 김구용이 체험한 삶의 절망과 시인 백인덕이 코로나 바이러스 19속에서 어떡하던 견디며 돈이 안 되는 시를 쓰는 오늘, 이 시각의 절박함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코로나로 전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온통 난리북새통을 치고 있는 판에 문학은 죽지 않고 문학지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살아남겠다는 듯이 나오고 참 신기하게도 시인은 시 아니면 할 것이 없다는 듯이 시를 쓰고 시집은 출간된다. 그 속에 백인덕 시집 『북극권의 어두운 밤』이 있다. 먼저 올해의 수상자로 백인덕 시인이 김구용시문학상에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 한다.
나는 이 상을 심사하면서 시집 『흑방비곡』의 박종화와 만년에 월탄문학상을 수상한 유고 시집 『풍미』의 저자 김구용 생각이 났다. 월탄 박종화나 김구용 시인은 두 분 다 나의 스승이다. 이제까지 시를 쓰면서 분에 넘치게 상도 여러 번 받아 왔지만 내게 주어진 제34회 월탄문학상은 월탄 본인이 생전에 만드신 것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지도 긴 세월이 흘렀지만 나로서는 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스승이 주는 상이라 여겨(내 속내는 그토록 받고 싶은 상이었지만) 감히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월탄이 작고 후 한참 지난 뒤에 받은 상이었다. 그런데 이 상을 놀랍게도 김구용 스승이 내가 받은 몇 년 뒤에 수상하면서 그 밝힌 소회가 나와 너무나 비슷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 면에서 월탄문학상의 첫 회 수상자로는 시세계나 시적 성취로 보아 김구용 시인이 되어도 넘치지만 본인은 늘 그 상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있었다고 본다. 그만큼 월탄과의 측근의 거리에서 가깝던 분으로 상을 받는다는 것이 어려웠을 거란 구용의 마음이 나에게 십분 읽히었다.
김구용시문학상은 구용의 시세계를 기리어 문하생이자 제자였던 장종권 시인이 제정한 상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잘 운영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시인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서 그 중 권위 있는 상이라 일컬을 만큼 나름 한국시단에 자리매김도 한 상이다. 나로서는 시단의 신인급에 주어지는 상이라 백인덕 시인에게는 좀 부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되었으나 김구용의 시세계나 백인덕의 스승이었던 이승훈의 시나 백인덕이 가진 시적 흐름이 크게는 같다고 보고 이 상을 심사하였음을 여기에 밝히는 바이다.
또 우스갯소리로 백인덕 시인, 젊은 시인과 같이 노니 더 젊어 좋지 않은가. 백인덕 시인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의 치열한 시정신이 잘 나타난 시구절로 심사평을 대신한다.
시린 뼈 하나 입에 물고
들짐승처럼 짖는 거다. 우는 거다.
차가운 말씀이 온 거리를 단단하게 결박할 때까지
몸속 뼈를 하나씩 추려내는 거다.
누가 끄다 말았을까,
잡목 몇 개가 마지막 숨을 토하는 둥근 모닥불 앞,
오래된 책가방을 내려놓고
글자가 끊어지는 볼펜심에 연신
마른침을 바른다.
내가 쓰는 이 시는 지독하게 어두운 밤의
송가頌歌
그래도 새벽은 밝아오겠지?
그래도 더 차가운 새벽은 밝아 오겠지./강우식(글)
백인덕 시인의 시집 '북극권의 어두운 밤'(문학의전당, 2020)을 제11회 김구용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백인덕 시인은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그동안 시의 위의를 지키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모든 생명에 대한 애정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적인 작품을 발표해왔음을 우리는 잘 안다. 백인덕 시인은 “골목 안에서 우는 고양이”(모르는 사이), “일주일째 꼼짝 않는 트럭 밑/어린 고양이”(가라앉는 배)와 “시리지도 않고/오히려 투명하게” 아픈 밤에 “눈 빨간 여우와 굶어 죽은 그의 새끼를 위한”, “다른 늑대에게 잡아먹힌 목덜미 흰/새끼의 어미 늑대를 위한”(북극권의 어두운 밤) 송가頌歌를 부름으로써 시적 대상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현실과 내면을 넘나들며 시적 긴장감을 보여준다. 또한 “지하에도 지상에도 즐비한 곡哭소리/자진폐업, 임대문의, 점포정리, 핵폭탄세일의/반투명 유리벽을 유람하는데/순간 눈길을 확 당기는/붉고 정갈한 서체/-폭망”(뼈아픈 근황)을 비롯하여 이 시대 민중의 현실적 아픔이 꿈과 희망으로 작품 곳곳에 스며들고 녹아있는, 시인의 따뜻한 시정신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백인덕 시인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허형만(글)
수상소감
시력詩歷 30년 만에 처음 받은 상
지난겨울, 계간 《리토피아》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호에서 ‘약사略史’를 쓰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제가 비교적 초기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해서 몇 년간 활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이름을 여기서 호명하고 싶은데, 잠시 뒤로 미루고 ‘김구용시문학상’을 심사해 주신 강우식 성균관대 명예교수님과 허형만 목포대 명예교수님, 그리고 사단법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 장종권 이사장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강우식 선생님과 허형만 선생님께서는 애정 어린 질책의 심사평을 주셨습니다. 더불어 이번 시집의 서평을 써준 엄경희 숭실대 국문과 교수님과 제 시집에 품격을 높인 해설을 흔쾌히 써준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님,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집을 발간해 준 시인동네 출판사 고영 대표에게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서두에 제가 《리토피아》와의 인연을 밝힌 까닭은 제가 ‘김구용시문학상’이 제정되고 지난 10회까지 시상되는 동안 그 전 과정을 다 봐왔음을 자연스레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 저는 1회 수상자인 권정일 시인과 2회 장이지 시인, 8회 허은실 시인 등의 작품론을 썼고, 3회와 7회 때는 김구용 시인의 작품론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김구용 선생님은 선비의 고결한 기품과 날카로운 지성으로 한국 현대시의 한 획을 그은 명실상부한 현대 시인이십니다. 우리 시단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昌新’의 사례를 찾자면 의당 세 손가락 안에 들어야 마땅한 스승님이십니다. 저는 생전에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애석함을 누를 길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선생님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상을 받음으로써 그 애석함을 조금이나마 희석할 수 있어 천만다행임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제가 시력詩歷 30년 만에 처음 상을 받게 되니 감사의 인사를 표해야 할 곳이 참 많습니다. 먼저 아내 이희숙 수필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나의 오랜 문우인 오민석 단국대 영문과 교수님과 박완호, 우대식, 신종호 등에게도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리토피아》의 초기 편집위원이었던 고명철 평론가, 맹문재 시인, 김남석 평론가, 이성혁 평론가, 엄경희 평론가 등에게도 큰 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1대 황희순 편집장과 2대 박하리 편집장, 그리고 남태식, 박정규, 천선자, 정미소, 이외현, 정치산, 허문태, 정무현, 우중화, 김영진, 박달하, 배아라, 이성필, 권순, 김설희, 박철웅, 윤은한, 송창현 등 우리 막비시동인들과 계간 《아라문학》 식구들과 이 기쁨을 함께합니다. 제 모교인 한양대 국문과의 영원한 은사인 고 이승훈 선생님과 이건청 선생님, 윤석산 선생님, 이상호 선생님, 박상천 선생님, 현재 후배들을 잘 이끌고 계신 정민 교수님, 이도흠 교수님, 고운기 교수님, 이승수 교수님, 이재복 교수님, 박기수 교수님 등에 실로 감사의 정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동인은 아닌데도 그보다 더 끈끈한 정으로 연결된 시인축구단 ‘글발’의 숱한 발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왕노 단장님, 채풍묵 감독, 맏형 최영규 시인, 김상미 누나, 김지헌 시인, 신수현 시인, 최세라 시인, 최광임 시인, 전윤호 시인, 김정수 시인, 조현석 시인, 김승기 시인, 이위발 시인, 정병근 시인, 박지웅 시인, 이시백 시인, 서수찬 시인, 최창균 시인, 고영민 시인, 김요안 평론가, 석민재 시인, 이창수 시인, 이진욱 시인, 이철경 시인, 신준봉 기자 등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 외 늘 염려와 격려를 보내주는 송찬호 형과 유홍준 형과 손현숙 시인과 송영희 시인께도 감사와 함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사실 제가 시집해설을 쓴 시인들의 면면도 다 떠오르지만 지면 관계상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이렇게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새삼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더욱 시업에 정진하고, 우리 시의 현대화에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심사위원님과 유족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수상자 백인덕
수상 시집 '북극권의 어두운 밤' 중에서
북극권의 어두운 밤
누가 끄다 말았을까,
연기 그림자를 밀어 올리는 모닥불,
누가 애써 처박았나,
반쯤 익은 돌멩이 몇 개
기도처럼 혹은 낯선 인사처럼
주머니를 뒤져 메모 한 장을 꺼낸다
북극권의 밤은 시리지도 않고
오히려 투명하게 아프다
내가 읽는 이 시는 눈 빨간 여우와
굶어 죽은 그의 새끼들을 위한 것이다
다른 늑대에게 잡아먹힌 목덜미 흰
새끼의 어미 늑대를 위한 노래다
시린 뼈 하나 입에 물고
들짐승처럼 짖는 거다, 우는 거다
차가운 말씀이 온 거리를 단단하게 결박할 때까지
몸속 뼈를 하나씩 추려내는 거다
빈손의 피는 슬쩍 바지춤에 문대고 웃는 거다
웃음으로 울음의 아흔아홉 굽이를 넘는 거다
누가 끄다 말았을까,
잡목 몇 개가 마지막 숨을 토하는 둥근 모닥불 앞,
오래된 책가방을 내려놓고
글자가 끊어지는 볼펜심에 연신
마른침을 바른다
내가 쓰는 이 시는 지독하게 어두운 밤의
송가頌歌.
그래도 새벽은 밝아오겠지?
그래도 더 차가운 새벽은 밝아오겠지?
행려
문 번호를 잊어 흐린 하늘이나 살피니 오, 멀다. 눈이 오시려나 영혼은 언제 몸에 스미나 아내가 오기까지 한 시간여, 이왕 떨 바에야 근린공원 폐지 더미, 던져진 빈병처럼 웅크리리라. 식당 제육볶음과 소주 한 병을 사 밤의 빈 공원을 독차지했다. 개도 얼씬 않는데, 대저 사람 말이란 자기 밖을 찌르기 마련 밤은 절로 깊고 꿈은 천리를 다녀왔나. 어깨는 멀쩡하고 머리만 잔뜩 젖었다. 내리는 눈에 대가리를 디밀고 다리는 안쪽으로 당겨 천벌天罰 받는 자세로 졸았다. 오, 멀다. 언제쯤 맑아질 수 있을까. 핸드폰은 희미하게 울었고 소주는 반병 넘어 비었다. 공원 밖 길에서만 훤히 보이는 정자 아예 드러누워 몸을 숨기는데 덜 젖은 옷이 머리보다 가벼워 거뜬히 가라앉는다. 집 밖의 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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