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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 백우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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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403회 작성일 22-06-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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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백우선 시인 

수상시집 '훈'                                                                                  



훈暈 외 4편  



알든 모르든 받아주든 물리든 천 리 밖이든…


해에겐 듯 달에겐 듯


내 혼은 그의


훈暈*


*훈暈: 햇무리·달무리 [일훈·월훈]의 무리, 곧 어떤 것에 둘린 빛의 테.






훈暈·2



그의 화살로 내가


몰래 쏘고 쏜 과녁인 나는


고슴도치


전신 심장의 화살투성이


그 끝끝의 깃털로


그의 하늘을


빙빙 돌며 납니다.






서산 마애불



석공이 웃고 웃어
바위가 따라 웃자
둘은 서로 웃음을 다듬었다.
해, 달, 별, 바람, 눈비,
새, 곰, 꽃도 같이
모두의 웃음,
웃음 중의 웃음을 웃으려고
다듬고 다듬었다.
누구든 무엇이든
언제 어디서든 어떻든
꽃의 꽃으로 웃자며
지금도 웃음을 다듬는다.






그들의 것들



내 끼니에는 그들의 먹지 못한 끼니가 들어 있다.


내 잠에는 그들의 자지 못한 잠이 들어 있다.


내 쉼에는 그들의 쉬지 못한 쉼이 들어 있다.


내 웃음에는 그들의 웃지 못한 웃음이 들어 있다.


내 안전에는 그들의 접하지 못한 안전이 들어 있다.


내 돈에는 그들의 받지 못한 돈이 들어 있다.


내 숨에는 그들의 쉬지 못한 숨이 들어 있다.






우공



숨은 코보다 코뚜레로


더 많이 쉬리


숨결 돋울 코걸이로


닦고 닦아가는 일생이리





심사평


올해로 김구용 시인의 탄생 백주년이 되었다. 구용 시인의 고향인 상주에서는 구용시비가 세워지고 있으며 대산문화재단의 유가족 면담, 그리고 리토피아의 구용 시세계를 조명하는 특집 등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구용시문학상도 그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뤄져 올해로 12회째가 되었다. 한국시단의 미래가 촉망되는 시인들에게 주로 주어졌던 이 상의 수상자들도 어느덧 중진 시인들의 계열에 들게 됨을 볼 때 수상의 기쁨을 받는 시인들의 연륜이나 무게도 신인보다는 좀 더 시세계가 깊은 중진시인들에게로 기울어져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한 그루 나무가 자라서 고목이 되듯이 김구용시문학상도 10년 단위로 수상자와 같이 자라는 한국문단에서 특색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제12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로 백우선 시인의 시집 ‘훈暈’이 선정됐다. 축하한다. 이제까지 이 시인을 어떻게 김구용시문학상이 놓치고 지났느냐는 의심이 갈 정도다. 살아생전에 술자리에서 구용 시인이 자주 꺼냈던 유명한 화두 “내 원수를 갚아다오”를 금년에는 백우선 시인이 좋은 작품으로 화답했다고 믿는다. 자기와 닮거나 비슷한 시세계를 극도로 싫어했던 김구용 시인이셨다. 백우선 시인의 시도 구용의 숨 막히는 장시와 난해성에 비추어 동시적인 면과 짧은 단시여서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 면에서 내 원수를 갚아 달라는 말씀을 시집 ‘훈’으로 갚았다. 그 다음에는 백우선 시인의 동시적인 면이다. 나는 우리 시가 너무 동시적인 세계를 잃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예에서 어린아이가 장난삼아 쓴 졸拙한 글씨체를 높게 사듯이 가식이 없는 순수한 서정의 복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가령 백우선의 시 ‘양파’에서 “그래, 양파도 마트로시카 인형이다./여인이 자기 몸속에 아이들을 품고 있다./큰아이 안에 작은아이, 작은아이 안에 작은아이……/이렇게 여러 아이들을 기르려니 매워질 수밖에 없겠다./까는 이의 눈물까지 얻어 흘릴 만하겠다.”라고 쓰고 있다 읊듯이 쉬우면서도 매운 맛이 나는 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시는 모더니즘 물결을 타고 지나치게 현학적인 데로 흐른 면이 있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동시 같으면서도 동시가 아닌 시를 읽는 맛은 느낄 수 있는 시도 좀 더 많이 발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강우식(글), 허형만 고명철.






수상소감

저는 님들의 훈입니다



김구용시문학상 선정 전화를 받고 선생님께로 이어지게 된 인연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저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조재훈 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시 공부와 습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읽을 책을 가끔 추천해주시기도 했지만, 삶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말없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졸업하고 포천 영북종고에 발령받아 1년여를 근무하다가 군대에 가기 전 그때까지의 습작 원고를 보내드렸는데, 교수님은 그 원고를 평소 친분이 있는 박용래 선생님께 보여드려 《현대시학》 1980년 8월호에 첫 추천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박용래 선생님이 그해 11월 심장마비로 별세하시자 당시는 2회 추천제여서 등단이 곤란해지고 말았습니다. 교수님은 또 서로 친분이 깊은 김구용 선생님께 저의 사정을 설명드려 이듬해 12월호에 두 번째 추천을 받아 등단할 수 있었습니다.(대전 보문공원 박용래 시비의 시 ‘저녁눈’은 김구용 선생님 글씨임) 그 뒤 김구용 선생님께 세배를 드리러 함께 다닌 이들 중 한 명이 장종권 주간입니다.

김구용 선생님의 시세계는 다 아시다시피 단연 독보적입니다. 선생님의 시적 성취가 워낙 아득히 높고 넓지만, 그 열쇳말인 불교, 초현실주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제 글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첫 시집이 나와서 드렸을 때 “박용래 제자가 맞군!”이라고 하셨지만, 시에 임하는 자세, 삶의 염결성, 따뜻한 인간미, 붓글씨의 단아함과 변형의 멋을 조금이라도 본받으려고 늘 염두에 두며 살아왔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오래 끝까지 쓰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적어도 그 하나만큼은 꼭 지켜내려고 합니다.

지난해는 저의 등단 40돌이 되는 해였습니다. 혼자서라도 조용히 기념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시집을 내기로 했습니다. 비교적 제 삶이 잘 반영되고 좀 더 서정적인 작품들이 모아진 듯합니다. 제목인 ‘훈暈’은 제 삶을 한 글자로 나타내기에 참 안성맞춤인 말입니다. 일훈(햇무리), 월훈(달무리)의 ‘훈’으로서 어떤 것에 둘린 빛의 테입니다. 해나 달에 둘린 훈처럼 제가 따르고 위하는 분들의 삶이나 이르고자 하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지향의 아주 적절한 상징물입니다. 요즘은 무생물을 포함한 만물의 훈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상을 주어야 할 나이인데 받게 되어 좀 겸연쩍기도 하지만, 필생의 완주를 위한 응원으로 알고 더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정진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부족한 작품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김구용 선생님을 비롯하여 조재훈, 박용래, 전봉건 선생님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심의에 참여하신 강우식, 허형만 선생님과 고명철 문학평론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수상자 백우선.



백우선

1953년 전남 광양 출생.1977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1977-2012년 고교 국어 교사 근무.1980-1981년 《현대시학》 8월호에 박용래 시인 첫 추천 후, 이듬해 12월호에 김구용 시인 2차 추천을 받아 등단.1984년 고려대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수료.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우리는 하루를 해처럼은 넘을 수가 없나』, 『춤추는 시』,  『길에 핀 꽃』,  『봄비는 옆으로 내린다』, 『미술관에서 사랑하기』, 『봄의 프로펠러』, 『탄금』, 『훈暈』. 동시집 『느낌표 내 몸』, 『지하철의 나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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