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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 안성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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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30회 작성일 25-12-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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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은 정읍에서 출생하여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몸붓』, 『달달한 쓴맛』, 『깜깜』이 있고, 디카에세이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가 있다. 계간 《아라쇼츠》 주간직을 맡고 있다.



제15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 안 성 덕 시인

수상시집 『깜깜』(걷는사람들, 2023. 11. 07)




깜깜 외 4편



운다

숨바꼭질하던 손녀가

꼭꼭 숨어든 네 살배기가


눈물 범벅 콧물 범벅

하얗게 질려있다 깜깜

지워진 세상 헤어나지 못한다


고래 배 속 같은

어둠이 두려운 지니야

더 무서운 건 환한 세상이라는 걸

속속들이 발가벗겨지는 거라는 걸

알지 마라


네 눈동자 속 까만 머루알이 

내 눈엔 없구나


못찾겠다 꾀꼬리

제 알몸 애써 안 보고 싶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지나야 나는

눈을 감는다

깜깜





개밥바라기



어둑살보다 먼저 옵니다 검둥개 저녁 먹으라고 나옵니다 저기 다가오는 사람이 밥을 줄 주인인지 저를 묶어 갈 개장수인지 두려울 녀석, 어서 가 안심시키라고 떴습니다 이슬 차고 나온 사람들 허청허청 제집 찾아갈 때, 저기 저 기다리는 게 대문간에 꼬리 치던 녀석인지 사흘 굶은 늑대인지 분간 못 할 때, 안심하라고 떴습니다


개밥바라기 뜰 무렵 사람의 마을에도 등불이 켜집니다 식구들 어서 돌아오라고, 둘러앉아 밥숟가락 들자고 집집 밝힙니다 동구 밖에 검둥개 마중 나가듯 먼저 들어와 마중불 환하게 듭니다 아득한 고향집엔 어둑살보다 먼저 저녁연기 피어올랐지요 가마솥 밥물 내 넘쳤지요 날개 달린 것들도 개밥바라기 등대 삼아 제집에 날아들었고요




그믐



뭘 감추는 걸까

무슨 생각 그리 골똘한 걸까

깜깜한 그믐 말고

환한 보름에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까, 달


슬며시 그대 손목 잡으려던 생각

절굿공이 맞잡고 쿵덕

쿵덕 찧으려던 방아

멋쩍어 그랬을까, 그대 모른 척했다

그믐밤이었다


끝내 안 보인

눈감은 그 대답으로 나는 버텼다

달의 뒤편을 기웃거리며

한 쟁반 은근할 보름을 고대하며


곰곰 생각해 보니 그대

어두운 그믐 같은 속내 보여 준 거겠다

어느 가을밤 누님처럼, 달도

뒤돌아 소슬바람 소리로 옷 갈아입는 거겠다


안 보여 준 게 아니라 차마

못 본 거겠다





일 없다



유허리 아프다 한나절

빈둥대기는 누워 떡 먹기가 아니다


한여름 붐비던 다리 밑

노부부가 비둘기에게 무료를 던져 준다

일없다는 듯 비둘기

구구구 대꾸 없다

일 없어 나앉아 있는 냇가

냇물은 제 갈 길 간다


그 옛적 농사꾼 아버지

눈뜨시랴 코 뜨시랴

하루가 이틀이었으면, 하셨지만

한 달이 하루였으면 딱 좋겠다

아침 먹고 점심 먹고 또 저녁 먹어야 하고

먹는 일이 일이다


갈대숲 참새 떼 어제처럼 재잘, 재잘거린다

저 물소리는 어제 그 물소릴까?

게으른 놈 핑계 대기 좋게

일없이 부슬비 내리고





허망



콧소리로나 따라가는

목청껏 부르지는 못하고 그저

갈잎 부딪는 소리로나 흥얼거리는


산등성이엔 희미한 낮달

강변 버드나무 가지 위

속울음 삼키는 까치

밭아 가는 강물 속

제자리에서나 뒤채는 피라미


물수제비뜨는 건너편 반백의 사내가

텀벙텀벙 건넜을 청춘처럼

하늘엔 구름 몇 조각,

불러 본다고 다시 노래가 되랴

시절이 다시 오랴


어깨에 내린 노을같이

상강 지난 새벽 식어 가는 방구들같이

서럽지는 않게

노래가 되지 못하고 흐음 흠 따라가는

가을 강





트랙 위의 사내



그자정 넘은 운동장

한 사내 트랙을 감고 있네

천천히 돌면 안으로 빨려들고 너무

빨리 돌면 밖으로 퉁겨 버리는

물리쯤 알 나이네


저 달이 지구 한 바퀴면 한 달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이 땅덩이가

해를 한 바퀴 돌면 일 년

달처럼 돌자,

지구처럼 돌자,

감고 감는 것일 터이네


뉘라서

없는 허들에 걸려 고꾸라진 적 없으리

세상 가로지르고 싶은 적 없으리

넥타이 풀어 갑갑한 숨통 트고

태엽을 감네


경주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트랙에서

내려오지 않네


달이 가도 해가 가도

감은 트랙 째깍째깍 풀어 가며 저 사내

세상에 빨려들지 않을 것이네 끝끝내

세월에 튕기지 않을 것이네





선정평

다양한 시적 경험을 선사


안성덕 시인의 시는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주제 의식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섬세한 언어와 감각적인 표현으로 독자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며, 강렬한 이미지와 비유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질문하면서 답을 찾아가게 합니다. 세 번째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공감과 위로를 전달합니다. 네 번째는 상상력과 상징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적 감각을 선사합니다.


안성덕의 이번 시집 속에는 다양한 주제의식은 물론 시편마다 각각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으로, 문학적인 가치와 창의성을 충분하게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며, 문학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제15회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하는 안성덕의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시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시의 변용이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함께 기뻐합니다. 제15회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하는 안성덕 시인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손현숙(글), 장종권, 남태식



수상소감

왜 사냐 건, 웃고 싶다


시루봉을 넘은 해가 은석동 뒷산을 물들일 무렵 뚜- 뚜우거렸다. 날이 궂어질라치면 사십 리 밖 신태인역 기적 소리가 나를 불렀다. 농사일에 치여 사는 어머니가 언제 한 번 당신 무릎에 누이고 귓밥 파 준 적 없건만, 또렷했다. 열여섯 살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삐까뻔쩍하다는 서울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래, 중학교 이 학년말 봄방학 무렵이 분명하다. 음악 선생님과 연애한다는 소문이 돌던 그 선생님이셨다. 창밖을 내다보며 나직이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요/강냉이가 익걸랑/함께 와 자셔도 좋소//왜 사냐건/웃지요” 읊었고 나는 끌렸다. 뜻도 모르면서 좋았다. 생각해 보니 언제 왔다 언제 갔는지, 오기는 온 건지도 모르는 사춘기 말고 내 ‘시춘기’였다.      


말 한마디 붙이지 못했다. 어쩌다 주변이나 얼쩡거렸을 뿐 세월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나는 나이를 먹었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아침이면 출근하고 저녁이면 퇴근했다. 밥 먹고 똥만 싸다가 쉰 살, 아차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내 것이 될 것만 같았다. 큰맘 먹고 시를 찾아갔다.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던가, “산 너머 남촌에 누가 사”는 줄도 모르면서 “해마다 봄바람”을 기다렸다. 절절하게 헤어진 그 누구도 없으면서 우기엔 “퉁퉁 눈이 붓도록 울”고 싶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학교에서 문화센터에서 시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어울려 논다. 가끔 시가 뭐에요, 물어오면 녹음기를 튼다. 사전적 의미나 외운다. 형용사, 부사가 아니라 명사나 동사로 쓰는 것이 시입니다, 낯설게 하기가 어쩌고 주워들은 풍월을 읊는다. 이제 발자국 똑바로 찍어야 할 나이다. 소설 『불멸』에서 밀란 쿤데라가 말했다. “시의 천분은 어떤 놀라운 관념으로 우리를 현혹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존재의 한 순간을 잊을 수 없는 것이 되게 하고 견딜 수 없는 향수에 젖게 하는 데 있다.” 그렇다, 내 첫 시집 발문에 강연호 시인이 적어준 말씀이기도 하다. 


고백한다. 나는 ‘김구용 시인’을 잘은 모른다. 그분의 작품 세계도 일천한 주제에, 주신다니 덥석 받는다. 목이나 축이라는 한 잔 술상도 아닌데 간이 부은 게 분명하다. 김구용 선생님은 물론 앞선 수상자들께도 누가 되는 일이겠다. 그만 사람 많은 도시가 물린다. 이제는 간간이 무궁화호나 서는 간이역만 같은 신태인역에서 내려 사십 리, 열여섯 볼 붉은 소년이 발 동동 굴렀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스러진 그 집에 가고 싶다. 왕겨 속에 내 태를 묻고 오래 태우셨을 서른 살 푸른 아버지를 뵙고 싶다. 가지런히 고무신 벗어 두고 들어간 산방에서 첫국밥 뜨셨을 아직 스물일곱 내 어머니를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왜 사냐 건, 웃고 싶다./안성덕



작품론

경험적 구체성과 강렬한 미학적 자의식

―안성덕 시 세계



안성덕 시집 『깜깜』은 삶의 구체적 경험을 근간으로하는 기척의 언어로써 강렬한 미학적 자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안성덕 시인의 시에 나타나는 공간 비유는 고향 상실과 정지된 시간 체험을 표상한다. 향수를 나타내는 “Nostalgia(鄕愁)는 ‘귀환’을 뜻하는 그리스어 ‘노스토스nostos’와 고통을 뜻하는 ‘알고스algos’의 합성어로 뮐르즈의 의사 호페르스가 스위스 용병들이 타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앓던 심적 질환을 정의하기 위해 만든 의학용어이다.”(파스칼키냐스). 노스탤지어에 대한 다른 해석을 살 펴보면 “막연한 동경이나 멜랑콜리라는 수동적 정서로 정의될 개념이 아니라 실존의 근원적 감정, ‘희귀’와 ‘고통’에 내재 된 상실의 정념을 극복하려는 능동적 의지로 해석되어야한다”.(엄경희) 안성덕 시인의 고향 공간은 불연속적 시간 의식과 함께 병행되는 ‘부재’, ‘상실’, ‘회고’ 등의 시·공간 속에서 과거의 시간으로 현재를 채우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어둑살보다 먼저 옵니다 검둥개 저녁 먹으라고 나옵니다. 저기 다가오는 사람이 밥을 줄 주인인지 저를 묶어갈 개장수 인지 두려울 녀석, 어서 가 안심시키라고 떴습니다 이슬차고 나온 사람들 허청허청 제집 찾아갈 때, 저기 저 기다리는 게 대문간에 꼬리 치던 녀석인지 사흘 굶은 늑대인지 분간 못 할 때, 안심하라고 떴습니다


개밥바라기 뜰 무렵 사람의 마을에도 등불이 켜집니다. 식구들 어서 돌아오라고, 둘러앉아 밥숟가락 들자고 집집 밝힙니다 동구 밖에 검둥개 마중 나가듯 먼저 들어와 마중불 환하게 듭니다 아득한 고향 집엔 어둑살보다 먼저 저녁연기 피어올랐지요 가마솥 밥물 내 넘쳤지요 날개달린 것들도 개밥바라기 등대 삼아 제집에 날아들었고요

―「개밥바라기」전문


시간이 불연속적으로 인식되는 경우 시인은 정체성을 위하여 지속적 유대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어둑살 보다 먼저 오고”,/“검둥개 저녁 먹으라고 나오는” 내 유년의 고향집 하늘에서 바라본 ‘개밥바라기’는 시인이 살던 과거의 공간으로 현재도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 시에서 갖는 중요한 의미는 고향을 떠올릴 때 갖게 되는 시적 자아의 태도이다. 이 시의 제목인 「개밥바라기」는 금성이다. ‘바라기’가 그릇의 옛말이라면 ‘개밥바라기’는 개밥을 담은 그릇이다. 개밥바라기는 개밥을 주는 저녁시간이면 나온다. ‘개밥바라기’를 바라보는 시인의 사유와 화법은 존재의 필연적인 세계와 긍정에 이르는 깨끗한 시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맑은 시심은 시인으로 하여금 “오뉴월 대추꽃처럼 자잘한 생각이 점도록 꼬리를 무는”(「외딴집」)에 머무르지 않고 “어딜 가셨나, 어머니 집 텅 비었네”(「겨울 2악장」)라는 상실적 자아로 그 의미가 심화되었다가 “바람벽 수건으로 말갛게 얼굴 닦던 집”(「양철대문집」)의 경험공간으로 구체화한다. 고향으로의 회귀 또한 자기 정화의 의미를 내포한다. 현재의 마음을 정화함으로써 시적 자아는 과거의 시간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며, 이때 현재의 부조리함은 과거의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전혀 다르게 재편성된다. 


운다

숨바꼭질하던 손녀가

꼭꼭 숨어든 네 살배기가


눈물 범벅 콧물 범벅

하앟게 질려있다 깜깜

지워진 세상 헤어나지 못한다


고래 배 속 같은

어둠이 두려운 지니야

더 무서운 건 환한 세상이라는 걸

속속들이 발가벗겨지는 거라는 걸

알지 마라


네 눈동자 속 까만 머루알이 내 눈엔 없구나


못찾겠다 꾀꼬리


제 알몸 애써 안 보고 싶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지나야 나는

눈을 감는다

깜깜

―「깜깜」전문


이 시에서 4살 손녀의 숨바꼭질을 바라보는 방법 역시 자연스럽게 유년을 관찰해가는 시인특유의 사물과 상상력을 결속하는 원리로써 서정의 개념을 확장하고 감각과 기억을 유추한다. “꼭꼭 숨어든 네 살배기”에서 주목할 것은 ‘손녀(아이)’다. 손녀라는 순수한 생명체를 통하여 부재와 상실의 공간에서 내면의 자아(아이)를 연상하여 자신의 존재론에 대해 통찰하고 표현함으로써 궁극의 순간을 탐구해가는 적절한 사유형식을 띠게 된다. 

시의 제목인 ‘깜깜’은 시간을 나타내는 표시어로써 자아의 특수한 내적 경험을 함축하고 있는 이미지이다. ‘깜깜’은 “더 무서운 건 환한 세상”이라는 표현에 의해 사물화됨으로써 부정적 시간의 공간을 획득한다. “네 눈동자 속에 까만 머루알”에서 눈동자를 상징하는 ‘까만 머루알’은 존립가능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자 순수한 생명성이 고여있는 맑은 이미지를 표상한다. ‘내’가 존재하는 현재의 기반은 거짓과 기만이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눈을 감지”만 시인은 이러한 단절의 심연을 극복함으로써 미래의 새로은 시간을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어둠이 두려운 지니”, “속속들이 발가 벗겨지는” 불안과 고통은 존재의 삶을 역동화하는 시간의 긴장된 힘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인의 “내 눈에는 없구나”라는 탄식은 불투명한 현존재를 자각함으로써 미래의 삶을 불안으로 가득 채움과 동시에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과 희망을 갖기 위한 자문으로 보인다. 시인은 “저 깊은 주름이 부풀린 울음통”(「청춘고백」)을 어루만지며, “낙숫물이 그리는 동그라미 속에 동그랗게 갇혀 옴싹 달싹 못하”(「소년은 어디갔나」)는 풍경 위로 ‘소년’을 불러내 자기로의 충실한 회귀를 동시에 꿈꾸면서 근원적인 슬픔을 노래한다. 

이렇듯 시인은 “제 알몸 애써 안 보고 싶은” 암울한 현실을 암시하면서 심리적으로 막막한 시간의 질을 획득하며 “깜깜”에 홀로 갇혔다는 감정 속에 놓이게 되나 ‘고여’있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인은 “바위를 뚫고 샘물이 솟듯 겨울을 깨친 저 싹수”(「기척」)를 보고 식물적 상상력을 확장하며 생명의 환희와 봄의 기척을 노래한다. 시적 자아가 보다 성숙된 자아로서 존립이 가능한 미래를 기대하는 의식의 이면에는, 현재에 대한 심각한 자각이 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안성덕 시인은 사물의 원형과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언어예술에 귀착한다. 인간은 존재하는 한 자아의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존재의 근거를 스스로에게 제시해야 한다. 안성학 시인은 모순된 현실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시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시적 방법은 오히려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반추하며 현재화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퇴행하지 않으며 길을 잃지 않는다. 고향을 반추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소멸하는 것들을 소환시켜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서 지속적 유대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고향의 시공간을 통해 생명체와 소통하며 불가능한 시간을 건너뛰며, 존재 전환의 순간이 우주적 변화의 순간과 동일하다는 인식을 내보이고 있다. “개밥바라기 뜰 무렵 마중불 환하게 들고 저녁연기 피어오르는”(「개밥바라기」)신비하고 아름다운 시인의 미학에 동참하면서 이러한 사유와 감각이 더욱 깊어지고 별처럼 빛나시기를 기원한다./이화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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