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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아라포럼/이외현/시 속에 운율이, 운율 속에 노래가-우리 시의 노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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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158회 작성일 19-02-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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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에 운율이, 운율 속에 노래가

-우리 시의 노래성


일시 : 2018년 5월 12일(토) 오후 5시
장소 : 아라아트홀
협조 : 계간 리토피아, 계간 아라문학, 리토피아문학회, 막비시동인,
          시를 노래하는 사람들, 대한노래지도자협회

발제자 : 이외현



아라포럼에서 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시의 정형성」(제17회 아라포럼)과 「우리 시의 음보」(제17회 아라포럼)에 대해 2017년 12월26일 조사 발표가 있었다. 내가 담당한 「우리 시의 노래성」을 조사하면서 두 분 조사자(정령, 천선자)의 우리 시의 정형성과 음보에 대한 조사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의 노래성>에 대한 조사를 하다 보니 자료가 너무 방대하여 시조나 근대시, 자유시 중에서 일부를 살펴보았다. 여러 문헌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아래와 같이 시의 음악성에 대해 쉽게 풀이한 자료를 발견하였다.


(1) 시의 음악성
“시는 문자로 된 예술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단순히 문자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문자들의 규칙성을 이용한 ‘리듬’을 활용하여 음악성을 획득하는 예술의 한 종류라는 독특한 성질을 지니기도 한다. 흔히 음악성을 획득하지 못한 문자 예술은 ‘시’라고 부를 수 없다는 주장이 시에서의 음악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 보여준다. 시에서 음악성을 획득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운율’의 활용에 있다. 상당수의 시는 정형화된 운율을 활용함으로써 반복 효과에 근거한 음악성을 창출해내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조는 4음보 형태의 운율을 반복함으로써 안정적이고도 유장한 음악성을 만들어낸다. 한편 민요의 경우에는 3음보의 반복을 통하여 음악성을 획득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형시들은 정해진 운율을 통해 음악성을 얻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2) 자유시에서의 음악성
자유시에서는 정형시에서와 같은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운율을 찾기가 힘들다. 특히 산문시에서는 운율이라고 할 만한 규칙성을 찾는 것이 더욱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시에는 음악성이 부재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자유시에는 자유시 나름의 음악성을 획득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김소월의 「천리만리」라는 시의 첫 행은 “말리지/못할 만치/몸부림치며”로 되어있는데, 여기에서 각각의 단어를 보면 그 첫머리에 ‘ㅁ’이 시작되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국어에서 ㄴ, ㄹ, ㅁ, ㅇ은 소위 ‘울림소리’라 하여 음악적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주된 자음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 시의 첫 행에서는 첫머리에 ‘ㅁ’이 오는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음악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의 첫 행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이 시의 첫 행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로 되어있는데, 이 행의 마지막에 나타난 ‘우러러’라는 단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러르다’는 단어는 ‘올려다보다’, ‘쳐다보다’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시인은 이를 변형시켜 ‘우러러’라는 표현으로 나타내었다. ‘우러러’의 경우 두 번째 음절과 세 번째 음절에서 각각 ‘ㄹ’이 반복되면서 요운 현상(시의 음악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행의 가운데 부분에 특정한 자음이나 모음을 지닌 낱말을 넣어 시행의 끝 부분과 운을 이루도록 함)이 나타나 자연스럽게 음악적인 효과를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 확장 개념
자유시의 내재율
현대시로 올수록 시가 산문화되는 경향이 짙어지며 같은 음가를 지닌 단어의 반복을 통한 율격의 형성과 같은 방식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향의 자유시 이면에도 나름대로의 율격, 반복성이 존재한다.

현대시의 율격은 대부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재율을 이루는데, 이 내재율을 형성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의미율을 통한 율격의 형성이다. 의미율이란 단어의 자음, 모음이 빚어내는 동일 음가의 반복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자체로 단어들이 지닌 의미구조의 흐름, 시인의 정서의 이동 경로 등을 통해 형성된다. 시인의 정서나 사상은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흐름, 시적 대상과의 관계 변화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현대시에서는 시 전반부에서 나타난 시인의 정서나 사상이 특정한 흐름을 따라 움직여가며 새로운 감성의 발견, 깨달음의 획득 등의 의미구조를 연속시켜 나가고 이를 통해 시 전체에 시 특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시에서의 율격은 단순한 언어 조합이나 동일 음가의 반복을 통한 수량적 리듬감이 아니라, 각 시인 특유의 호흡과 시각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시의 노래성에 대해 김영랑, 김소월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운율을 잘 활용한 시어들로 이루어진 이들의 시는 독자들에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래의 운율에 대하여 설명한 자료를 살펴보자.

“운韻은 같거나 비슷한 소리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말하며 율律은 음의 높낮이, 길고 짧음, 강함과 약함, 글자수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의 운율은 언어적인 특성에 따라 그 구조가 달라지는데, 음수율, 음성률, 음위율로 나눈다. 운율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운율韻律이란 시에서 악센트가 있는 음절들을 일정하게 반복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음악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시의 운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학생이나 초보자들을 위해 운율에 대해 잘 설명된 교재가 있어서 인용하여 본다.

“첫 번째로 동일한 모음이나 자음이 반복되면 운율이 생긴다. 예를 들어 ‘갈래갈래 갈린 길’에는 ‘ㄱ’이 반복된다. 또 똑같은 음절이나 낱말이 반복되어도 운율이 생긴다. '잔디 잔디 금잔디'에는 ‘잔디’가 반복되어 있다. 그 다음 일정한 수의 음절이 반복되어도 운율이 생긴다. 시조가 대표적인데, 한 구에 보통 세 글자, 네 글자가 반복이 된다. 이를 3·4조라고 한다. 네 번째로는 각 시행이나 연마다 끊어 읽는 소리덩이의 수가 반복되는 경우, 이 소리덩이를 음보라고 한다. 시조는 각 장이 4번 끊어 읽는 4음보다. 그리고 비슷한 문장 구조가 반복되는 경우에도 운율이 생긴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는 문장 구조가 같아 이를 대구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의성어와 의태어도 운율을 형성한다. 운율과 거의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율격’이라는 말도 있다. 이건 한 시행에 나타나는 운율을 말한다. 외형률은 시의 운율이 겉으로 드러나 그 규칙성이 눈으로 확인이 되는 운율이다.
외형률은 말 그대로 시의 운율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운율을 말한다. 그래서 딱 보았을 때 눈으로 확인이 된다. 모든 정형시는 외형률을 지니고 있다. 한편 자유시 중에도 외형률을 지닌 경우가 있다. 그러면 운율이 더욱 살아난다. 우리나라 정형시의 대표격인 시조의 경우는 4·4조(또는 3·4조) 4음보의 율격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4·4조란 한 구의 글자수가 네 글자, 네 글자로 일정하게 되풀이된다는 뜻이고, 4음보의 율격이란 한 시행이 네 번씩 끊어 읽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글자수를 지키는 경우를 음수율이라고 하고, 끊어 읽는 마디를 일정하게 되풀이하는 것을 음보율이라고 한다. 음수율은 일정한 수의 음절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운율이다.
음수율은 음절의 수數가 단위가 되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율격을 말한다. 우리나라 시들은 보통 3음절, 4음절이 기본 단위가 되어 되풀이된다. 3음절이란 세 글자를 말하고, 4음절이란 네 글자를 말한다.

시조는 보통 3·4조, 4·4조로 되어 있고, 자유시 중엔 7·5조로 되어 있는 시가 있다.


시  조 :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4(3).4조
글자수 :   3            4            4            4       남구만의 시조  

자유시 : 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송이송이  하도 반가워
글자수 :          7               5                  김억(「연분홍 송이송이」)


음보율은 끊어 읽는 말의 덩이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운율이다.
음보율에서 ‘보步’는 ‘걸음’을 뜻한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한번 살펴보면 보폭이 일정하다. 음보도 마찬가지다. 음보란, 시에서 일정한 폭(길이)을 갖는 말의 덩이를 말한다. 이 음보가 반복되면 규칙성이 느껴지는데, 이를 음보율이라고 한다.
시조는 4음보, 민요는 3음보나 4음보의 율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자장자장∨ 우리 아가//잘도 잔다∨우리 아가’(「자장노래」)처럼 2음보의 민요도 있다. 자유시 중에도 음보율이 느껴지는 시들이 있다.


시조 : 까마귀∨검다 하여∨백로야∨웃지 마라
→ 4음보 <이직의 시조>


민요 : 날 좀 보소∨날 좀 보소∨날 좀 보소
동지섣달∨꽃본 듯이∨날 좀 보소
→ 3음보 「밀양아리랑」


자유시·1 : 봄바람∨하늘하늘∨넘노는 길에
연분홍∨송이송이∨하도 반가워
→ 3음보 김억, 「연분홍 송이송이」


자유시·2 : 나 보기가∨역겨워∨가실 때에는
죽어도∨아니 눈물∨흘리오리다
→ 3음보 김소월, 「진달래꽃」


위에서 자유시 1과 자유시 2는 모두 3음보인데 시행의 배열이 조금 다르다. 자유시 1은 각 시행마다 3음보를 갖추고 있는데, 자유시 2는 첫째 시행과 둘째 시행을 합하여 3음보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각운은 시행의 끝자리에 같은 소리나 음절을 규칙적으로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랩 음악을 들어본 적 있나요? 있다면 각운에 대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랩 가사를 보면 종종 끝말이 ‘-요’나 ‘-어’, ‘-네’, ‘-데’ 등으로 반복되면서 리듬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시도 시행의 끝에 같은 소리나 음절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경우가 있다. 이것이 각운이다. 각운도 운율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요 : 아직 내 사랑 유효한데
돌아올 거라고 믿는데
난 너만 기다리는데
―빅뱅, 「붉은노을」


자유시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뜰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위에 예를 든 자유시를 보면 시행이 모두 ‘이’로 끝나. 이 음절이 각운이다. 그런데 시행 중간에 ‘는’이라는 말도 규칙적으로 반복이 된다. 시행의 허리 부분에 같은 음이 반복된다고 하여 허리 요腰 자를 써서 ‘요운’이라고 한다. 한편 시행의 앞말에 같은 음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면 ‘두운’이라고 한다. 여기서 두豆 자는 머리를 뜻한다.

수미상관은 시의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을 반복하여 배열하는 기법이다.
수미상관에서 ‘수首’란 ‘머리’를 뜻하고, ‘미尾’란 꼬리를 뜻한다. 그리고 ‘상관相關’이란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다. 즉, 시에서 처음과 마지막에 같거나 비슷한 구절이나 문장을 반복하는 표현 기법을 수미상관이라고 한다.
앞에서 예를 든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를 보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구절이 처음과 마지막에 반복이 된다. 이것이 바로 수미상관이다. 수미상관 역시 시의 운율을 형성한다. 다른 말로 수미쌍관, 수미상응이라고도 한다.

음성 상징어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어떤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낸 말을 음성 상징어라고 한다. 이 중 소리를 흉내 낸 음성 상징어를 의성어라고 하고, 모양이나 태도, 행동 등을 흉내 낸 말을 의태어라고 한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대체로 같은 모음이나 자음이 반복되어 운율과 느낌을 동시에 살린다. 보통 양성모음은 밝고 명랑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고, 음성모음은 크고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자음에 의해서도 느낌이 달라지는데, ‘ㄴ,ㄹ, ㅁ, ㅇ’ 등의 유성음은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ㅋ, ㅌ, ㅍ, ㅊ’ 등의 거센소리는 거칠고 강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의성어와 의태어가 아니더라도 같은 말을 중첩하면 음성 상징의 효과가 느껴진다. 다음에서 확인해 보자.


의성어 :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김소월, 「길」


의태어 : 연분홍 송이송이 하도 반가워
나비는 너훌너훌 춤을 춥니다.
―김억, 「연분홍 송이송이」


음성 상징의 효과 : 나비는 울며 울며 돌아섭니다.
―김억, 「연분홍 송이송이」


내재율은 시의 운율이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시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운율이다.
‘내재內在’라는 말은 말 그대로 무엇이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내재율이란 운율이 시 안에 들어 있다는 뜻이다. 운율이 겉으로 드러나 있으면 외형률, 안에 숨어 있으면 내재율이다. 대부분의 자유시는 내재율이다. 운율이 안에 숨어 있다면 시의 운율을 만드는 요소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된다. 그러면 규칙성을 느낄 수 있고, 그 규칙성을 만들어내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다음 시는 김영랑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라는 자유시다. 운율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보자.


내 마음의∨어딘 듯∨한 편에∨끝없는
강물이∨흐르네.
돋쳐 오르는∨아침 날∨빛이∨빤질한
은경을∨도도네.
가슴엔 듯∨눈엔 듯∨또 핏줄엔 듯
마음이∨도른도른∨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어딘 듯∨한 편에∨끝없는
강물이∨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이 시는 내재율이다. 운율이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런데 소리 내어 읽어 보면 3음보의 율격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배열에 변화를 주어 1행, 3행, 7행을 4음보처럼, 2행, 4행, 8행을 2음보처럼 배열했다. 1·2행만 예를 들어 보면, 내용상 ‘내 마음의∨어딘 듯∨한 편에’와 ‘끝없는∨강물이∨흐르네’로 구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1·2행과 7·8행이 반복 구조다. 바로 수미상관이다. 음성 상징의 효과도 있다. ‘도른도른’과 ‘도도네’다. ‘도른도른’은 의태어로서 음성 상징어이고, ‘도도네’는 음성 상징어는 아니지만 같은 소리를 반복하여 그 효과를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운도 보인다. 1·3·7행은 ‘-ㄴ’으로 끝나고, 2·4·8행은 ‘-네’로 끝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가 정형성과 음보의 형식을 갖추거나 다양한 내재율 속에 자연스럽게 <시의 노래성>이 생겨남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자유시도 정형성과 음보를 꼭 지키지 않더라도 내재율이나 수미상관, 두운, 요운, 각운을 사용하거나 음성상징의 효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리듬감을 살려 시를 읽는 독자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고 흥겹게 읊조릴 수 있도록 시를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 시를 쓰고 계시는 임보 시인의 조언을 따라가 보자.


혼이 담긴 흥겨운 노래 
 “나는 시를 흥겹게 만들기 위해 두 가지의 장치를 선호한다. 첫째는 작품 속에 가락을 담는 일이다. 가락은 흥을 돋우는 원초적인 장치다. 음악의 리듬이 종족과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현대 시인들이 정형시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시를 지향하게 된 자유 의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이 운율까지를 거부한다면 이는 문제가 없지 않다. 운율은 시가 산문이 아니라 시일 수 있는 근원적인 변별 장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시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서 운율이 없는 시도 존재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같은 내용이면 가락에 실리지 않는 것보다는 가락에 실려 표현된 작품이 보다 감동적이다. 노래가 시를 능가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가락이 지닌 마력 때문에 그런 것이다. 소월의 작품이 두루 오래 읽힌 것은 운율의 기여가 적지 않은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시에서 운율을 버리는 것은 중요한 무기를 버리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시에서 운율 포기가 시를 만드는 시인의 안일한 생각 때문이라면 이는 곧 시에 대한 나태요 불성실의 소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유시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가락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율격이나 압운 등의 외형률적 방법뿐만 아니라 의미의 가락인 내재율의 새로운 방법도 얼마든지 모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를 흥겹게 하는 방법의 하나로 이야기를 끌어들인다. 내 작품 가운데 산문 형식의 장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짧은 단형시도 대개는 사건을 담고 있다. 소설의 재미는 그 서사성이 주도하고 있는데 그런 소설적 요소를 시에다 끌어다 써도 무방하리라. 어떤 인물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극적 구조의 작품은 독자에게 쉽게 이해되고 흥미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오래 기억되게도 한다.
 
육척거구六尺巨軀
산발散髮
바랑
호리 술병 둘러메고
무명 장삼 너울대며
경허鏡虛가 흘러가네
목화밭 김매다가
오줌 누는 여인네야
장삼 끝 이는 바람에
네 속곳 다 젖는다.
 
「목화밭」이라고 표제를 붙인 단시인데, 무장무애無障無碍의 호탕한 기풍을 경허 선사를 빌어 노래한 것이다. 작품의 성패는 차치하고 극적 사건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얘기가 흥겨운 가락에 실리기만 하면 좋은 시가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재미있는 소설이 다 명작일 수는 없듯이 가락과 재미만으로 좋은 시가 될 수는 없다. 시가 시이려면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혼은 시인의 시정신이다. 그러면 시정신이란 무엇인가? 나는 시인을 논하는 어느 글에서 시인을 선비로 보고 선비 정신을 들춘 바가 있다. 선비 정신은 염치廉恥와 분수分數와 절조節操를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다. 신독愼獨을 신조로 살아가는 무자기無自欺의 무서운 자존심과 명리에 마음을 두지 않는 불탐무욕不探無慾, 그리고 신의와 신념을 부당하게 굽히는 일이 없는 강직성이 곧 선비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바로 이러한 정신 속에서 살아가는 선비의 노래다. 그러니 그의 노래 속에는 이런 정신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정신 속에서 사는 일이 어찌 말처럼 그렇게 쉬울 것인가. 시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시정신― 혼, 사실은 이것을 담기 위해 ‘가락’과 ‘즐거움’도 뒤따른 것이다.
   
오늘날, 많은 시인들이 규칙이나 운율이 없는 산문시나 자유시를 쓰다 보니 읽는 독자들은 재미가 없고 이해하기 어려워 시에서 점점 멀어진 것이 현실이다. 요즘 시는 시인들만 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인들의 전유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아라포럼이나 아라문학을 통하여 다양한 시적 실험들을 시도하고 있다. 막비시동인들은 6음보나 8음보의 변형된 3행시나 4행시 쓰기 실험을 통하여 새로운 자유시의 장르를 개척하고 새로운 음보나 운율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시를 노래로 만들어 운율이나 리듬에 시의 혼을 실어 대중성을 높이고 매년 <시노래 콘서트>를 열면서 시노래 보급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시를 가까이 하지 않는 독자들을 시 속으로 이끄는데 일조를 하였으면 하고 바란다. 우리시의 노래성을 찾아가는 노력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낭송, 시낭창, 북콘서트, 시노래, 타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의 다양한 형태로 폭넓게 진화하고 있다.


시, 노래를 만나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이다. 특히 김소월의 시가 노래로 가장 많이 만들어졌고 현대의 시인 중에는 정호승의 시가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다. 김소월의 시로 만든 노래 중에는 여전히 애창되는 노래가 많다. 태초에 노래가 있었으니, 노래가 시이고 시가 노래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근대라고 칭하던 무렵부터 시가 노래를 떠나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되었다. 이 글은 대중가요가 된 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연 어떤 시인의 시가 대중가요로 사용되었을까? 사실 광복 이전까지의 대중가요 가사는 ‘가요시’라 부를 정도로 애초부터 어느 면에서는 시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대중가요를 담당했던 작사자들 중에는 문인 출신이 많았다. 조명암, 박영호, 유도순, 김억, 이하윤 등이 모두 시인이나 극작가이면서 대중가요 가사도 썼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대중가요 가사를 시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했던 당대의 시각도 그 시절 자료 여기저기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어쨌거나 광복 이전에는 노래가 된 시라고 해서 딱히 구별해서 볼 만한 작품이 없기도 하다. 그때가 시와 노래가 결별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태동기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광복 이전에 나왔던 시들은 1960, 70년대에 노래로 만들어져 애창되었다.


「세월이 가면」(박인환 시, 이현섭 작곡, 박인희 노래, 1976년)

보통 박인희의 노래로 익숙한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의 시에 이진섭이 곡을 붙여서 1956년에 세상에 나왔다.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 그 순간을 함께 했던 이진섭과 이봉구의 회고에 따르면, 명동에 있는 ‘동방살롱’ 맞은편 빈대떡 집에서 박인환이 시를 쓰고, 이진섭이 즉석으로 곡을 붙여, 그 자리에 있던 임만섭이 처음 부른 것이 「세월이 가면」이라 한다. 음반으로는 1956년에 나애심의 목소리로 신신레코드에서 처음 나왔다. 이후, 1959년에 현인, 1968년에 현미, 1972년 조용필의 노래로 발매되었고, 1976년에 박인희가 히트시키면서 그녀의 대표곡이 되었다. 가을날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노래이다. 이 시를 쓴 해에 시인 박인환은 운명을 달리했다.


「부모」(김소월 시, 서영은 작곡, 유주용 노래, 1969년)

김소월의 시는 대중가요로 가장 많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유주용의 「부모」는 김소월의 시로 만들어진 대표 인기곡 중 하나이다. 매년 어버이날이면 종종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주용이 부른 「부모」는 대표적인 노래이다. 이 음반에는 유주용의 「부모」를 비롯해서 총 12곡 중 4곡이 모두 김소월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유주용의 「님과 벗」, 최정자의 「님에게」, 최정자의 「진달래꽃」이 그것이다. 네 노래 모두 코미디언 서영춘의 형인 서영은이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2003년에 마야의 노래로 큰 인기를 얻었던 「진달래꽃」은 1968년 「가요로 듣는 소월시집」 민요 가수 최정자가 가장 먼저 불렀다. 「부모」는 유주용이 부른 이래로 양희은, 홍민, 김세환, 이미자, 은방울자매, 나훈아, 문주란, 조미미, 이수미, 남궁옥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개여울」(김소월 시, 이희목 작곡, 정미조 노래, 1972년)
정미조의 「개여울」은 1972년 그녀의 데뷔 앨범에 실려 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출신의 정미조는 대학 재학 시절에는 ‘노래 잘하는 학교 스타’로 통했다. 대학 2학년 때 패티김으로부터 가수 데뷔를 제안받기도 했던 정미조는 대학 졸업 후 TBC TV 「쇼쇼쇼」를 통해 데뷔했다. 약 7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면서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동경 국제가요제에서 수상하며 음악 인생의 정점에 선 그녀는 1979년 돌연 은퇴를 하고 파리에서 약 13년의 유학 생활을 했다. 귀국 후 수원여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 이후 2016년 2월에 정규앨범 「37년」을 발매하며 「개여울」을 다시 실었다.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김소월 시, 지덕엽 작곡, 활주로 노래, 1978년)
배철수가 이끌던 한국 항공대학교 캠퍼스 록 밴드인 활주로는 1978년 8월 연포해변에서 열린 제1회 동양방송 주최 제1회 <해변 가요제>에서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로 인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10월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으로 은상을 받아 인기를 얻었다. 이후 1979년에 김종태와 박홍일이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활주로를 탈퇴했고, 배철수는 다시 구창모 등과 송골매를 결성해서 198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했다.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김소월의 시,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차용해서 만든 노래이다.
 
「순아!」(사랑)(정만영 시, 최주호 작곡, 최헌 노래, 1978년)
「순아」 옆에 ‘사랑’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노래는 최헌의 4집에 「가을비 우산 속」과 함께 실려 있는 노래이다. 장만영은 전원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제재를 현대적 감성으로 노래한 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이 노래는 그의 시 「사랑」을 차용한 노래이다. 장만영의 시에는 ‘순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시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이란 시는 「장만영 시선집」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에는 비록 보잘것없지만 둘이라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는 청춘남녀의 사랑이 표현되어 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최헌이 이 시를 노래로 불러 히트시켰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김소월 시, 원용석 작곡, 라스트포인트 노래, 1979년)
라스트포인트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는 제2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 제 2집 음반에 수록되어 있다. 김소월 특유의 그리움과 서러움의 정조가 반영된 시로 평가받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는 1925년 12월에 간행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된 김소월의 대표 시이다.
‘종점終點’이란 뜻의 ‘라스트포인트’는 이 노래를 작곡한 원용석을 중심으로, 임대순, 오보영, 김성준, 나동석, 이평찬의 6명으로 이루어진 대학생 그룹이었다. 아마추어적인 요소가 있긴 했으나, 젊음의 패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로 라스트포인트는 당시 장려상을 수상했다.


「실버들」(김소월 시, 안치행 작곡, 희자매 노래, 1978년)
비교적 최근에 김소월의 시로 만든 노래로는 2010년에 나온 앨범 「박지만 ‘그 사람에게’」를 들 수 있다. 이 앨범의 부제는 ‘김소월 프로젝트’로, 아예 김소월의 시로만 10여 곡을 채웠다. 1980년에 서라벌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이은하의 음반에도 김소월의 시 「초혼」과 「못잊」가 이봉조의 작곡으로 수록되었다. 그리고 1978년에 희자매의 1집 음반에 실린 「실버들」도 김소월의 시로 만든 희자매의 대표곡이다. 인순이가 소속되어 있던 희자매는 1년 동안 군 위문 공연을 만 280일이나 다녔을 정도로 많은 위문 공연으로 ‘군통령’으로 통하기도 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광섭 시, 이세문 작곡, 유심초 노래, 1980년)
이 노래는 유시형, 유의형 형제로 이루어진 포크 듀오 유심초가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음반에 실려 있다. 1980년 한국음반에서 발매되었는데, 「사랑이여」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로 인해 유심초는 1981년 MBC 10대 가수상 남자 부분 신인 가수상을 수상했다. 제목은 다르지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가사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에서 차용한 것이다. 김광섭의 「저녁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그린 시로 평가된다.


「푸르른 날」(서정주 시, 송창식 작곡, 송창식 노래, 1983년)
송창식이 1983년에 노래한 「푸르른 날」은 서정주 시인이 1948년 시집 「귀촉도」에 발표한 시이다. 특별한 기교나 수사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와 같은 표현에서 뛰어난 창의성이 돋보이는 시다.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인 송창식은 윤형주와 트윈폴리오로 활동하다가 1970년에 솔로로 전향해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한국적 정서를 살린 음악과 개성 있는 가창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가수로 「피리 부는 사나이」, 「왜 불러」, 「가나다라」, 「담배가게 아가씨」, 「고래사냥」 등이 대표곡이다. 「푸르른 날」은 1983년 제1회 KBS 가사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향수」(정지용 시, 김희갑 작곡, 이동원과 박인수 노래, 1989년)
테너 박인수와 대중 가수 이동원이 함께 불러 화제를 불러온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동명 시에 곡을 붙여 만들었다. 당시 국립 오페라단 소속이었던 박인수가 이 노래를 부르고 클래식을 모독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클래식과 대중가요가 아름답게 만난 대표적인 예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노래가 인기를 얻은 데에는 정지용 시인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시가 크게 일조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 시, 안치환 작곡, 안치환 노래, 1993년)
1930년대 시인 중에서는 김소월의 시가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다면, 현대의 시인 중에서는 정호승의 시가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다. 민중 가수로도 알려진 안치환은 2008년에 자신의 9.5집 음반인 「정호승을 노래하다」에서 정호승의 시 15편을 노래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음반에도 수록된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1993년에 발매된 안치환의 3집 음반인 「Confession」에 이미 실렸었다. 안치환은 시를 노래로 부르는 대표적인 가수라 할 수 있는데, 그의 대표곡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도 시인 정지원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안치환이 반지조차 주고받을 수 없었던 가난한 대학생 부부의 결혼식에서 축가로 불러주기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한다. 시와 노래의 만남은 계속 되리니 시와 노래, 노래와 시는 원래 한 몸이었기에 그 둘의 만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모국어의 감수성을 살리는 데에 있어서 시로 만든 노래만큼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 팍팍해서 지치고 힘들 때, 어느 날 위로처럼 다가오는 그런 시이자 노래가 대중가요계에 다시 등장할지 지켜보자.
 
우리가 아는 대중가요들 중에 김소월의 시가 이렇게 많다는데 새삼 놀랐다. 그밖에도 음유시인으로 잘 알려진 故김광석은 담백하게 표현한 시적 가사를 통기타 선율에 실어 애절하게 노래하였다. 주로 사랑과 인생을 읊조린 그의 노래는 아름답고 슬픈 가사와 멜로디로 인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공감을 불러일으켜 사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민 가수가 되었다. 류근 시인의 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도 김광석이 노래로 불러 히트시킨 곡이다.
그리고, 소리꾼 장사익의 한이 서린 듯한 탁배기 같은 목소리는 우리민족의 정서를 자극하고 가슴을 저미는 어떤 마력이 있다. 장사익은 마종기 시인의 시‘ 상처’와 리토피아 출신 김승기 시인의 시 ‘역’ 등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의 시를 노래로 불렀다. 그는 노래에 시심이 담겨야 가슴에 꽂힌다고 하며 “내 노래 재주는 비루함을 가까스로 벗어났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아껴주는 까닭은 오로지 아름다운 노랫말 덕분”이라며 “나는 시인들한테 빚지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내 노래는 그저 시의 운율에 따라 마음 가는 대로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기침‘이라는 노래는 ‘돌아누워도 돌아누워도 찾아오는, 환장한 기침’이라는 신배승의 시를 흥얼거리다 태어난 노래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시의 운율을 따라가다가, 흥얼거리다가 콩나물 대가리 없이 자신만의 곡을 만든다고 한다. “저는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어휘력도 딸려서 그런 가사를 쓰지 못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걸 어느 시인이 한 거죠. 저는 시의 운율에 고조, 장단, 감정까지 집어넣으니 사람들한테 더 와 닿는 거예요.”

계간 리토피아와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또한 15년 동안 <창작시노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강우식 시 「어머님의 물감상자」를 비롯하여 김영식 시 「북한산」과 이가림 시 「석류」 등 80여 편의 주옥같은 시노래를 선보였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자유시도 여러 가수들이 흥겹게 노래로 불러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리꾼 장사익의 말대로 운율이나 음보를 가미한 시의 자정작업이 필요하다. 이번에 <시의 노래성>을 조사하면서 조사자의 전문성이 부족하여 전문가의 발표된 내용이나 문헌을 많이 참고하였다. 분위기를 바꾸는 의미로, 본인 노래 대부분을 시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장사익의 노래를 들어보자.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가 노래한 「봄날은 간다」는 여러 명의 가수가 리메이크한 곡이다. 서정성이 뛰어난 이 노래는 어느 해인가 한 계간지에서 조사한 설문에서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뽑혔었다고 한다.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 와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장종권 시 「콩밭에서」 등 세 곡의 노래를 감상하며 <시의 노래성>에 대한 조사발표를 마친다.



이외현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아라문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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