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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변선우/타이타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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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변선우/타이타늄 외 1편
변선우
타이타늄
신은 트럼프card로 빌딩을 지었다. 꼭대기에 옥탑을 만들었고, 2층에는 롯데리아가 입점했다.
롯데리아는 등산처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던 중, 한 소년이 트럼프 사이로 떨어진 사고가 있었다. 다만 유실해버린 중심이었고 낙하지점에서 물풀이 자라났다. 아무도 비를 내리지 않아서 물풀이 더 건강해졌다는 이야기. 모든 사이들은 금세 메워져서, 기억이 달아난 사람들이 세고 셌다.
당신과 내가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서로의 손에 서로의 손을 넣고, 다른 손에 조각 케이크를 들고. 연한 부위는 어디로 갔나, 묻지 않고. 이곳이 도마동 최대 쇼핑센터라는 선전과 더불어, 사람들이 정신처럼 들락날락한다. 2층엔 맥도날드도 생겼고, 유니클로도 생겼다. 다른 층에도 각양각색의 매장이 들어섰다. 양손 무거운 건 우리뿐 아니구나, 의심하지 않고.
우리는 내일 오후, 7층 하이마트에 구경 가기로 약속한다. 세탁기를 동작시켜보기로 한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여진처럼 종횡하고 있다.
우리는 옥탑 문턱에 앉아, 도마동에서 가장 먼저 비를 도영한다. 지하나 되자고 약속한다. 그러고는 다짐이자 말투를 긁어모아 성냥처럼 쌓기 시작한다. 빛을 내며 높아진다. 누군가 이 야트막한 건축물을 오르기 시작하면 우리는 말수를 줄인다. 얼굴이 하얘져서 들어가는 여중생 둘이 있다. 여전히 새파란 입술의 소년도 있다. 소년의 손에는 풍성한 작약 꽃다발이 들려있다.
우리는 닭고기를 졸여서 닭엿을 만들어 먹는다. 조각 케이크를 하나씩 차지해 먹는다. 숟가락으로 가능한 일들을 생각한다. 새싹보리는 갈아 먹는다. 발바닥이 뜨거워 시소를 생각한다
눈알로 뒤덮인 바위가 나오는 꿈. 아무리 달려도 내가 나를 납득할 수 없었다. 당신은 당신의 망토를 놓쳤다. 나는 깨어나서 냉동만두를 입김 불어 녹인다. 부수어지지도 잠들지도 못한다.
부정하다
두 달 뒤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할 대문
앞
일곱 종류의 자가용이 줄 서 있다
(이것은 상상력의 영역)
거기엔 일곱 명의 아버지가 각각 탑승해 있다
(이것은 감수성의 영역)
진행자가 넙치처럼 묻는다
저 중 당신의 아버지는 누구인가요…
나는 긴장감 없이 경차를 가리키는데
머리 벗겨진, 살 바가지 장착한 아버지가 걸어나온다
걸어오며 찰흙을 질겅질겅 밟는다
찰흙이 선캄브리아대의 세균 화석층에 가닿을 때 즈음
아버지가 인자한 표정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의 아버지가 맞습니다…
사람들이 탬버린과 캐스터내츠를 연주한다
아버지는 거리낌 없이 나의 손도 잡는다
남겨진 자가용과 아버지들은 공동의 연탄을 피운다
연기가 대문 앞을 우주의 한 부위처럼 연출한다
구경하던 이웃들이 사라진다
외국인도 사라진다
만나지 않을 작정이었냐…
나의 머리를 움켜쥐려던 아버지가 대문을 들어선다
어느샌가 하드 핥아먹으며 현관문도 들어선다
나는 깃대처럼 여기 있다
온 집은 투명이 되고 아버지는 적극적으로 눕고 있다
텔레비전과 수조도 따라 눕고 있다
빈속에 먹은 근육 이완제처럼 나의 어깨가 굳는다
공전하는 행성이 자전하는 행성을 반사하고 있다
*변선우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인‘0’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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