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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정미영/상사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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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69회 작성일 20-01-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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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정미영/상사화 외 1편


정미영


상사화



한 번 스친 눈빛,
돌아서서 비켜가는
그의 등 뒤에서
아주 달콤한 독을 마셨네
그의 등만 좇다가
갈 길을 잃어버렸네
독을 마셨으므로,


한 번도 맞추지 못한 눈빛은
바람에만 흔들렸네
그가 잎새만 보고
내가 꽃잎만 보는 며칠 동안,
낯선 그림자로 쪼그려 앉아
푸른 눈물을 떨어뜨렸네
언제쯤이면 그가 나일까
언제쯤이면 내가 그의 꽃이 될까





어떤 장례식장



여기는 버려지는 것들의 장례식장이다
플라스틱 비닐 캔 스티로폼 박스
풍상을 격어 찌그러지고 구겨진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몰골들,
햇빛이 침묵 속에서 의식을 치룬다
문상을 왔다가 발이 묶였는지
파리와 벌이 소리 없이 부산하다
바람이 성호를 그으며 지나가는 밤이면
허기진 고양이가 찾아와 울기도 한다
여기는 햇빛의 구역,
한때는 나무의 뿌리가 뻗어 온 곳이기도 하다
은빛 자작나무가 손님을 맞이하며 서 있었지만
한 번도 애도를 표한 적이 없다
손에 든 것을 마대자루에 던져놓고
문상을 마친 듯 돌아선다
버려진 것들의 일부는 땅에 묻히고
일부는 또 버려지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수거함 같은 장레식장
분리수거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초초해지는 오후,
또 한 사람이 버릴 것이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들어선다,





*정미영 2019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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