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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구름들 외 1편/배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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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옥
구름들 외 1편
구름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검은 발만 가지런하게 누워있네
허드레 사람과 일심동체인 구름들
피붙이도 알아보지 못할 구름들
어떻게 하면 일가를 이룰 수 있을까
사람을 깔고 사람을 덮고 사람을 안고
고심하는 구름들의 연대 구름들의 아수라장
36.5℃의 이 층적운은 혹한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사람에서 빠져나온 희미한 구름의 흔적을 보고
곁눈질로 흘겨보고 총총히 걸음을 재촉하지만
그러든 말든 구름이여 영원하라
구름의 종교를 받드는 사람들
구름 없이
검은 구름의 부름 없이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첩첩 구름 속에서 보낼 하루는 얼마나 편안하고 안온한가
구름을 소중히!
밤새 열에 들떠 중얼거리는 저 구름들
치질
저수지 왕버드나무가 얼음물 속에 밑동을 담그고 있다
얼음이 차츰차츰 포위망을 좁혀온다
여기저기 헛발 디딘
물비늘 떼 재빨리 가두어들인다
왕버드나무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물결이
괄약근 조이듯 저수지 전체를
끌어당긴다
꽉 깨물고 있던 미련덩어리들이
물 위를 둥둥 떠돌고 있다
저수지의 괄약근이 한나절 내내 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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