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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80대 20외 1편/김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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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옥
80 대 20 외 1편
1930년대에는 사회가 사람에게 술을 마시게 했다던가
지금은 누가 나를 무너지게 하고 있는가
1960년대인 40년 전 나는 두 눈, 두 귀로 바로 보고 들으며 두 팔, 두 발을
활달하게 움직이며 살았다 사회는 위아래가 섞여 50대 50으로 어울려 돌아갔다
그 사이 때로 여기저기 종기가 터지고 이어 아물곤 했다
30년 전 왼쪽 눈에 결막염이 생겼다
20년 전 왼쪽 귀가 가늘게 먹기 시작했다
10년 전 오른 쪽 어깨가 결렸다
차츰 몸의 균형이 좌우로 기울기 시작하고 사회는 위아래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오른쪽 다리에 관절염이 와서 왼쪽 다리와 오른 쪽 다리의 기능이 80대 20이 되었다
어느 사이 우리 사회가 80대 20으로 갈려져 있다 한다
내 몸이 사회를 닮아 온 것인가
사회가 내 몸을 닮아 온 것인가
내가 가는 마지막 길은 어느 언덕으로 이어져 있을 까
이 몸이 언덕 위 무너진 성채의 작은 메움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겹질린 발을 추슬러가며
걷고 있다
대형 서점 구석 커피점에서
대형 서점 구석의 커피점
방금 산 책들이 막 건져진 생선들처럼
테이블 위에서 퍼덕인다
날랜 날치며 청정지역의 은대구, 등에 푸른 멍이든 고등어며
100년을 산다는 먼 바다의 긴수염고래……
노획물 하나하나를 뒤적여 본다
파란책 머리말을 읽으며 커피 한 모금
노란 책 화려한 그림 한 쪽에 파이 한 입
우주가, 인생이, 시간이 … 잘 어우러져 있다
지느러미가 좋네 눈알이 싱싱해
물 좋은 놈 건졌어 물질하나 잘했어
갈피 사이의 아가미가 들먹거린다
나의 입가로 지느러미가 돋는다
나는 잔잔한 커피향의 잔 파도를 타고
먼 바다로 유영해 나간다
짧은 항해가 끝나고 책을 덮자
짙푸른 바다가 와락 밀려 왔다
책이 담긴 가방을 메고 세상으로 나가려 하자
그물이 나를 서서히 얽매기 시작한다
너는 나의 세계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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