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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저녁의 간섭 외 1편/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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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저녁의 간섭干涉 외 1편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놓아 준
마른 개미의 숨소리
저녁의 다른 이름이다
저녁은 고아가 되어버린 새들이
구름에 살을 섞는다
그건 양말을 두 손에 끼고 잠들면
더 이상 울음이 문으로 찾아오지 않는 밤처럼
어느 날 이를 갈며 자다가
입 속 혀에서 새가 돋아나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는 설국의 기차를 타고 가며
어느 유령의 배낭을 뒤지다가
얼음으로 된 발목을 본 것처럼
어떤 문장의 혹한으로 새 떼를 초대하는 일이다
네 살을 만지러 갈 때
내가 가장 뜨거운 성기를 감추었듯이
내 살을 빌려 살고 있는 새는
자손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시인은 그 문장에 살을 섞는다
문장에 오른 새는
문건이 될 수 있을까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의 공룡은 사건보다 문건에 가득하다
새가 떠난 문장처럼
시인의 피·9
이 문장까지 떠밀려온 익사체가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을
그걸 우리의 모국어라고 배운 적이 없다
대화여
꽃이 눈 먼 벌레를 빨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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