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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떠있는 방 외 1편/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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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46회 작성일 11-12-28 19:47

본문

   김미정
  떠있는 방 외 1편

 


방들의 암호는

습관으로 갈아입은 사라진 손가락

끝내 타오르지 않는 불꽃,

그리고 너의……

1.

뻐꾸기 울음이 들려

벽 속에서

다리도 없이 공중에 떠 있는 방

방안은 온통 뻐꾸기 울음으로 물들지

방은 네 개의 벽에 갇히고

 


2.

울음 울던 뻐꾸기들이 날개를 접고

벽을 살며시 밀고 있지

투명으로 물든 손이 벽을 두드리지

*

우린 완벽하다고 손뼉을 쳤지

방구석 먼지처럼 몰려다니며

 


3.

어디선가 방을 갉아먹는 소리

방은 느끼지 못한 채 

 


좁아지고 있지 다리도 없는

방은 도망 갈 수 없지

 


4.

창을 열고 안과 밖의 냄새를

한꺼번에 호흡할 수 있을까

그래도 방은 다른 것이 될 수 없지

*

조금씩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하루하루 먹히는 삶에 익숙해져

오늘도 떠 있지

 


5.

테두리 없는 창을 향해

누군가 돌을 던지면

먼지는 더 단단히 뭉쳐지고

재미없다고, 시시하다고

표를 반환할 수 없지

 


6.

시작하는 점이 마침표가 되는

방이 방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을까

*

방은 오늘도 고요히 떠 있지

고요해서

아무도 모르게 완벽하게 갇히지

 

 

 

 

 

 

 

내 귀의 모래

 

 

거실의 화초가 사막을 건넌다

 


물고기는 깨진 어항을 흘려보내고

당신은, 당신은

벽으로 스며드는 옷걸이와, 옷장들을 따라

다리와 발목을 천천히 벗는다

 


이미 벽이 되어버린

빛나는 문고리들, 긴 손가락들

 


고름처럼 번지는 꽃무늬 벽지 아래

흘러내린다 캄캄한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순간

 

커튼은 부스러지고 그림자는 뒹굴 것이다

우리는 새하얗게 질렸던가 곧,

건기가 적당히 버물어진 오후

낡은 가장자리를 돌고 돌아

뼈가 되어 걸어오는

 


모든 것이 벗겨진 당신과

문과 문이 손을 잡고 절벽으로 뛰어

내린다 사방이 쩡쩡 울린다

 


열쇠를 잃어버린 아이가

문 앞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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