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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사과를 베어 물며 외 1편/안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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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62회 작성일 11-12-28 19:54

본문

   안재동 

  사과를 베어 물며 외 1편


 

탐스러운 빠알간 사과 한 알 껍질째

서걱, 베어 문다

입 안 가득 고이는 짙은 향기


다시 한 입 서걱,

사과 한 귀퉁이 베어 떨어지는 소리

한 조각 과육의 파열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모름지기 서로 좋다면

소리가 안 나는 법


때론 봉창문을 서걱,

스치는 바람 소리

산행길, 나무 흔들어대는

날다람쥐 소리

내 속에 잠든 나를 깨우듯


서걱, 다시 한 입 베어 문 사과

오늘따라 

왠지 서글픈 칸타타 한 소절 되어

우주로 튄다



 


 

어복漁腹


오랜만에 고향마을 앞 저수지에 앉아

물고기들의 허기에 덫을 걸어본다


내 작은 유혹의 낚싯바늘에도

치명적이지 않을 놈 누구 있으랴

난 한없이 기다릴 것이다


가슴에 끓는 파랑 어쩌지 못해


각시붕어 한 마리나 되어


지느러미 쉴 새 없이 흔들어대며


물밑에서 연명하고 싶었던


어느 이역異壢의 시절에 잠긴다


갑자기 수면으로 스르르 나타나는

팔뚝크기만 한 붕어 한 마리

내 찌를 문 것도 아닌 저 놈,

축 늘어져 보이는 거동이 어찌 수상하다


물고기는 숨 끊어지면

허연 속살의 아랫배부터 수면으로 올린다

자신의 부고다

낚시꾼 포식욕 일순 사그라지고

호기 찼던 시선조차 문상 지경


수면에 드러누워 바람과 물살에

저수지 어귀로 맥없이 떠밀려가는

저 처연한 붕어 한 마리


붕어의 허연 아랫배가

잠시 잠겨든 이역의 꿈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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