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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사과를 베어 물며 외 1편/안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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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동
사과를 베어 물며 외 1편
탐스러운 빠알간 사과 한 알 껍질째
서걱, 베어 문다
입 안 가득 고이는 짙은 향기
다시 한 입 서걱,
사과 한 귀퉁이 베어 떨어지는 소리
한 조각 과육의 파열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모름지기 서로 좋다면
소리가 안 나는 법
때론 봉창문을 서걱,
스치는 바람 소리
산행길, 나무 흔들어대는
날다람쥐 소리
내 속에 잠든 나를 깨우듯
서걱, 다시 한 입 베어 문 사과
오늘따라
왠지 서글픈 칸타타 한 소절 되어
우주로 튄다
어복漁腹
오랜만에 고향마을 앞 저수지에 앉아
물고기들의 허기에 덫을 걸어본다
내 작은 유혹의 낚싯바늘에도
치명적이지 않을 놈 누구 있으랴
난 한없이 기다릴 것이다
가슴에 끓는 파랑 어쩌지 못해
각시붕어 한 마리나 되어
지느러미 쉴 새 없이 흔들어대며
물밑에서 연명하고 싶었던
어느 이역異壢의 시절에 잠긴다
갑자기 수면으로 스르르 나타나는
팔뚝크기만 한 붕어 한 마리
내 찌를 문 것도 아닌 저 놈,
축 늘어져 보이는 거동이 어찌 수상하다
물고기는 숨 끊어지면
허연 속살의 아랫배부터 수면으로 올린다
자신의 부고다
낚시꾼 포식욕 일순 사그라지고
호기 찼던 시선조차 문상 지경
수면에 드러누워 바람과 물살에
저수지 어귀로 맥없이 떠밀려가는
저 처연한 붕어 한 마리
붕어의 허연 아랫배가
잠시 잠겨든 이역의 꿈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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