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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겨울 산장에서 외 1편/조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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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98회 작성일 11-12-2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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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현

  겨울 산장에서 외 1편


산마을에 해질 무렵

사람들은 하얀 털옷을 훌훌 벗는다

후루루 비늘 터는 뒤뜰 대추나무

시린 목을 얼마나 추슬러야 하나


쩔쩔 끓는 아랫목에 발 뻗고 잠든

우리 아이들 청아한 꿈속으로

하얀 산들이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거친 들녘의 휘파람처럼

돌아보면 아득한

나는 자꾸 옛길로 미끄러지는데


닥터 지바고 씨 안녕하세요?

아스라한 설원雪原 넘어

꽃사슴 한 마리 

날개가 얼어 허공에 떠있다


낱말들이 하나 둘 결빙結氷하는 밤

나는 비장의 카드를 뽑아보지만

저마저 온통 흰 종이에 얼어붙는다


지척의 거리

 

그래도 아득한 우리의 거리

닿을 수 없는 사람 하얗게 얼어붙는다.

 

 

 

 


세월

계단을 디디면

풍금소리가 난다


오르는 계단은 숨 가쁘다

도레미 파 솔 라 시 도


내려갈 땐 언제나 가속도가 붙는다

도 레 미 파솔라시도


이젠, 올라갈 순 없어

천천히 천천히 내려갈 거야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그런데 웬 걸,

도레미- 도

너무 빠르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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