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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겨울 산장에서 외 1편/조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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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
겨울 산장에서 외 1편
산마을에 해질 무렵
사람들은 하얀 털옷을 훌훌 벗는다
후루루 비늘 터는 뒤뜰 대추나무
시린 목을 얼마나 추슬러야 하나
쩔쩔 끓는 아랫목에 발 뻗고 잠든
우리 아이들 청아한 꿈속으로
하얀 산들이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거친 들녘의 휘파람처럼
돌아보면 아득한
나는 자꾸 옛길로 미끄러지는데
닥터 지바고 씨 안녕하세요?
아스라한 설원雪原 넘어
꽃사슴 한 마리
날개가 얼어 허공에 떠있다
낱말들이 하나 둘 결빙結氷하는 밤
나는 비장의 카드를 뽑아보지만
저마저 온통 흰 종이에 얼어붙는다
지척의 거리
그래도 아득한 우리의 거리
닿을 수 없는 사람 하얗게 얼어붙는다.
세월
계단을 디디면
풍금소리가 난다
오르는 계단은 숨 가쁘다
도레미 파 솔 라 시 도
내려갈 땐 언제나 가속도가 붙는다
도 레 미 파솔라시도
이젠, 올라갈 순 없어
천천히 천천히 내려갈 거야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그런데 웬 걸,
도레미- 도
너무 빠르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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