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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말, 가죽 장화 속에 가두다 외 1편/이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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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55회 작성일 11-12-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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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원

  말, 가죽 장화 속에 가두다 외 1편


나무에서 내려오기 전에는

다만 짐승의 울음이었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부터

꼬리는 줄을 타지 않았다

꼬리는 이제 엉치를 내리치던

칼날의 고통을 잊으리라


대숲을 지나

사막을 가로질러

천리를 달리면서

발은 더욱 단련되었다


죽여야 하기에 무에타이를 익히고

살아야 하기에 발로 공을 굴렸다


발소리를 쿵쿵 과장하는 법을 배우고

산사를 지날 때는 정숙 보행하는 것도 익혔다


발, 열리면 고린내 나는

누군가는 발싸개로 꽁꽁 감싸거나

누군가는 가죽 장화로 가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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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제멋대로 날뛰는 발에 대해

이스라엘 경전은 말한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


   *잠언 4장 27절에서 커닝.



  말은 편자의 기억을 갖고 있다


힐끈 바라보다 갈피를 덮는다

납골당 속 함도 없이 수직으로 꽂힌다

가끔은 잠이 오지 않는 이들이 왔다간

뒷장만 보고 간다


말은 편자의 기억을 갖고 있다

적진을 향해 돌진하던 뽀얀 먼지와

발굽 밑을 짓밟던 승자의 희열과

푸른 갈귀털을 휘날리던 광자의 훈풍을


말에 재갈 물리던 자들이 떠나자

말을 탄자들은 칼도 없이 중원을 制覇했다

함성과 종주먹이 푸른 잉크와 함께

나무껍질에서도 묻어나기 시작했다

말을 탄자 언젠가 말에서 떨어지리라


말은 빵과 함께 숙성되었다

빵을 잃은 말들은 여위고 초췌해져 갔다

빛나던 갈귀털과 금빛 안장을 이젠 볼 수 없었다


말들 여기 잠들다

햇볕 희미한 납골당에 수직으로 서서

화려했던 시간을 물고 있다

말은 편자의 기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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