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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호모 파베르 외 1편/강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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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자
호모 파베르 외 1편
먼지가 닦이게 하고 빗속을 달리게 하고 내리는 눈에 파묻혀 있지 않게 하던
와이퍼가 남김없이 없어졌다
창이 깨졌다 문짝이 이미 오래전에 떨어졌다 내부가 잡동사니로 채워지고 화물칸이 쓰레기산을 만들 것이다
귀하께서 신고하신 방치차량은 현재 예고기간이 끝난 상태이며 강제견인 할 예정에 있습니다
란 소리가 수화기로 들린다, 들리고,
주택가에 무단 방치된 차량이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교통장애 및 안전사고위험이 다분하므로 현재 예고기간이 끝난 상태이며 강제견인 될 예정입니다
란 스티커가 붙어있던 용달차가 사라졌다
좁고 오르막진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당나귀, 치밀함과는 상관이 없는 골목길에서 고도의 치밀함으로 꾸물꾸물 가던 모습
볼 수 없을 것이다
유희를 모른다던 호모 파베르 사랑하는 안락함을 참으로 애틋하게 안락함이게 하던
등대
근시가 있다고 난시가 있다고 안경을 썼다고
퇴짜 놓는 법이 없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 생겼다
석양이 화엄사 각황전 앞 흑매화처럼 붉어 셔터를 눌렀다
따라가면서 찍고 찍었다
남녀노소 불문이란다
불문이란 말이
이러하게 달콤할 줄
몰랐어요
예전엔 미처
서울출신 지방출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단다
광고카피가
요러하게 꽉 들어맞을 줄
천재랍니다
바보상자라 불리는 것이
탤런트 인물이 아니어도
모델 신장이 아니어도
로열층에 입주하지 말라고
아니 한단다
노란색별이 강남구 삼성동
고층아파트 펜트하우스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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