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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거울 화석 외1편/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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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거울 화석 외 1편
몸이 기억하는 건 음악인가 시간인가 공간인가 잘려나간 도마뱀 꼬리인가 몸은 자동으로 움직인다 생각은 피가 나지 않아 제멋대로다
머리는 기르는 게 좋아 손톱도 길러주면 좋겠지 단정한 눈동자는 호흡을 잡아먹어 춤을 안 이후로 머리가 짧았던 기억이 없는 건 시선 때문이야 객관적인 너무도 객관적인 나는 쓸쓸하게 춤을 춰
냉정한 표면일수록 뜨거움 비어져 나온다 조명이 꺼지면 난 맥을 놓을 때가 있다 어둠을 건져내는 건 거울의 의무
머리와 손목 무릎과 골반 가슴이 제각각 놀아야 한다 목과 허리가 길어지는 건 좀 더 차가워지기 위해서다 척추가 늘어나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 아쉬움은 없다
멍을 만들기 위해 난 구르지 꽃물들이듯 붉게 푸르게 또는 검게 새겨 넣지 웨이브는 크거나 작거나의 차이 평평은 권태로워 턴할 때 양팔은 허공에 걸치고 한쪽 발로 돌아야 하지 바닥에 닿는 부분이 적어야 하지
몸보다 빨리 눈이 돌아와야 하는 이유는 꼬리를 잘라내기 위해서지
염천교塩川橋
다리엔
발들이 모여들었다, 달리고 싶은
철길이 모여 있는 이유 같은 거다
구두들이 저마다 반짝이는 건 기다림이 고여 있기 때문
서울역 광장과 우체국은 다리와 나란했고
비둘기 빠알간 발은 소식처럼 두근거렸다
지난봄
철둑에 개나리 대신 플랫카드 걸렸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
고쳐야 하나
상가엔 두서 없는 시간이 앉아 있다
다리엔 다리 절고 있는 손님이 유난히 많았다
걷는 일이 서러운 이들에게 반듯한 걸음걸이는 때로 치명적이라는 걸
난 알지 못했었다
동화 춘양 점촌 아우라지 판대 고모 같은
이름 모를 역 이름처럼 물큰한
사투리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발을 전달하는 사람들에게선 풀냄새가 났다
철길로 난 작은 창에는
거식증에 걸린 기차가 종일 레일을 먹고 또 토해내고 있다
닳아진 발들이 소금물처럼 흘러내린다, 염천
환승역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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