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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아침을 건너는 그녀 외 1편/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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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아침을 건너는 그녀 외 1편
동네 아파트 나루터
아침마다 쪽배 한 척 출항한다
선장은 지체 장애우 아가씨
쪽배가 지나갈 때면 엄마는
주차장 방파제를 향해 두 손 펄럭인다
길섶 연안에 도열한 목련 나무
꽃가지 손 모아 물보라 친다
출렁출렁 아침을 건너는 그녀
두 팔로 바람 물결 헤치며 노를 젓는다
베란다 등대, 엄마의 화살기도
뱃머리 꽃댕기에 명중한다
폴랑폴랑 한 걸음 뱃길 따라
새털구름 갈매기 되어 앞서고
물이랑 헤치며 유치원 찾아가는
은어 떼 물결이 뒤를 따른다
된바람 일렁이는 거친 항해
파랑波浪 인파에 밀려온 쪽배 너머
등허리 갑판에 막볕을 달고
정박할 아파트 포구로 뱃머리를 돌린다
함박웃음 깃발을 매단 그녀
베란다 등댓불 아래 닻을 내린다
목을 빼고 두런거리던 옥상 위 달빛
거실 선창에 잦아든다
은비녀
비녀 꽂은 할매
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배알했다
이슬 내린 쪽진 머리
꼬옥 움켜쥐고 있던 은비녀
옛고향 옹고집 할배마냥
흐트러짐 없는 완고한 자세로
할매 머리 꽃가마 삼아
저자 거리에 어려운 행차했다
현대화의 단발령에 떼밀려
비녀는 자취를 감추어 버린 지 오래
잃어버린 것이 어디 그것뿐인가
애옥살이 살림에 햇살 한줌도 나누어 쬐던
남실남실한 인심들 이제는 찾기 어렵다
동백기름 목욕재계하고 나온 저 은비녀
화장기 짙은 귀부인들 틈바구니에 끼어
꽃잎 지는 걸음으로 잠시
도샛바람 일렁이는 세상 나루터에서
옛 시절 두리번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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