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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달빛 아래 춤추다 외 1편/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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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
달빛 아래 춤추다 외 1편
달빛 아래
영광굴비의 탱탱한 바다가 보시처럼 살점을 뚝뚝 떼어 놓는다
거나한 밥상
막걸리 한 사발에 낯빛이 불콰하다
언뜻,
밥상머리로 기어오르는 돌 지난 아들의
옷자락에 피어나는 하얀 밥풀꽃
한바탕 달을 지신밟기로 한다
덩덩 차오르는 보름달, 달 속에 어른거리는
밥상
빙빙 도는 춤사위에 관자놀이가 어질거릴 때
나는 춤사위를 접는다
노숙의 뒷골목은 언제나 그리운 것들로 가득하다.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었던 기억 속에는
해토머리에 산을 오른다
질척하여 미끄러지는 흙발바닥에서
근막통에 시달리던 아버지
흉추 뼈 열두 마디가 길처럼 누워있다
아버지의 등을 밟듯
길의 압통점을 꾹꾹 눌러 밟는다
용추와 경추에서 응어리진 신음이
부항처럼 새어 나온다
견갑골 빗장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본다
쓸개가 빠져버린 늑간의 골짜기에서
긴 담배풀꽃, 꽃대롱에 피어나는
해소 천식이
안개처럼 쿨렁거린다
미끄러지며 중심을 잡으려고
바들거렸던
아버지의 근막통 등허리를 꾹꾹 눌러 밟으며
그때는, 아버지가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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