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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여름호) 신작시/ 봄의 중량 외 1편 김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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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봄의 중량 외 1편
봄이 되면 세상은
조금 더 무거워진다
마른 가지에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향기가 부푼다
눈금으로 가늠할 수 없는
무게가 붙는다
꽃들이 만발하고
벌 나비가 날아들 때쯤이면
미세한 감각의 바늘이
핑그르르 올라간다
봄의 절정에서
중량을 초과한 눈금을 읽기에도
눈이 부시고 숨이 가쁘다
봄이 되면 세상은
터질 듯 아슬아슬 무거워진다
올빼미
귀여운 올빼미 새끼가 주둥이보다 더 큰
쥐 한 마리를 우악스럽게 넘기고 있다
목에 걸린 듯한데 그래도 꾸역꾸역 넘기고 있다
무슨 사투死鬪 같다
저 큰 먹이를 넘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그런 절박한 상황이 계속된다
이윽고 꿀꺽 넘긴 올빼미 새끼
눈이 툭 불거졌다
조금 잘게 찢어서 주었더라면
새끼는 수월하게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미는 통째로 맡긴다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어릴 때부터 톡톡히 가르치는 저 모성母性이
소름끼치도록 섬뜩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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