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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여름호) 신작시/ 실천이성에 얹힌 파니 외 1편 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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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13회 작성일 11-12-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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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숙자

  실천이성에 얹힌 파니* 외 1편



엉뚱한 데서 불평등이 보였다

숫자로 표기되는 시간들


정확히 60분을 산다. 그리고는 다음 시간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런데 유독 제 순번이 되는 순간 유령이 되어버리는 시간이 있다. 24시가 바로 그다. 24시는 허울뿐 1초도 살지 못하고 0시에게 밀려난다.


촌음이 아쉬우면서부터 나는 편지, 메모, 노트, 엽서, 책, 헌 종이로 만든 봉투 등에 연월일시분을 기입하는 버릇이 생겼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시간. 나와 함께 한 그 시각을 사인해두는 행위야말로 우정이요 사랑이며 기념비라고 찜한 까닭이다.


하여, 24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 착안

……00:30까지 ‘0시’ 표기를 유보키로 함


예). “(손질)2011.3.3-24:10/헌 종이에 생명을―” 간밤에 뒤집어 붙인 잡지봉투 뒷면의 한 줄이다. 언제부터 그래왔던가. 그 정언명령 실천 이후 나는 시간의 분배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 도덕을 ‘0시’인들 싫어하랴.


*파니:하는 일 없이 밴둥거리며 노는 모양

이런 짓, 이런 때 달도 높이― 환히― 파니―*


   *편집자 주:지은이의 요청대로 각주 처리하지 않음.





도덕형이상학의 추



바람에 젖는다

없는 거미줄에도 걸린다

이런 난항은 무엇을 점검하라는 지시일까?

눌려오는 가위를 꺾고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나는’ 헤아려본다

팔다리 멀쩡한 행복

뇌세포도 온전한 행복

가족들 암튼 따뜻한 행복

집 좁고 먹을 것이 남는 행복

소쿠리가 제자리에 걸려있는 행복

밤하늘 새파랗고 태양이 꼬박꼬박 돌아오는 행복

TV는 똘똘하고 냉장고도 정직, 수돗물 쾌히 열리는 행복

두꺼비집 안전한 행복과 친구들 냉철한 행복

책 밭에 글 짓는 행복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행복, 행복, 행복들

을 화병에 담노라니 아직 빼내지 못한 비수匕首, 낭떠러지마저도

무한 비상飛上의 활주로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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