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42호 (여름호) 신작시/ 신나는 이별 외 1편 박완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47회 작성일 11-12-23 22:41

본문

   박완호

  신나는 이별 외 1편



신나는, 이별의 순간이 왔다 먼 데서 달려온 바람이 갑자기 똬리를 틀며 주저앉는, 작별 인사가 끝나기 전 등 돌린 사람이 다른 길로 순식간에 발길을 꺾는 자리


웃자란 나뭇가지들 너의 창을 에워싸면 

즐거워라, 

안쪽 엿보려는 잎사귀들만 무성해

 

사랑할 때는 세상에 한 사람뿐이더니, 바람도 햇살도 한쪽으로만 향하더니, 이젠 당신이 너무 많아, 지하철이나 우체국 앞 육교 계단에서 툭하면 마주치는 당신, 당신들


드디어, 너무 많은 당신을 겪는 시간이 왔다


드디어, 너무 많은 당신을 겪는 시간이 왔다





너는 나의 바탕이다



한쪽으로 잔뜩 기운 타원의 길 따라

공중을 가파르게 우회하는 새 떼,

움푹 찌그러진 밥그릇 달랑 들고

문 앞 기웃거리는 상이군인을 닮았다, 고 쓰자

삐뚤삐뚤한 필체로 적히던 새들이

날갯죽지를 오그리고 새까맣게 휩쓸린다

잘못 써내려 간 글자들이

몸뚱어리를 휴지통에 구겨 넣듯 

어둑한 둑길 속으로 휘청휘청 지워지는,

새들이 날아간 자리

글자들이 지워지고

허공이 백치처럼 웃는다

텅 빈 원고지처럼

날것 그대로인 네가

바로 나의 바탕이다

빈 밥그릇을 들고 무얼 담을까,

텅 빈 그릇까지 버려야 하나, 하는 순간

잠깐 썼다 지우는 새의

상형문자,

그게 바로 네 얼굴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